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3부 2장 변경의 북소리<348>

“부모국의 장수를 이런 식으로 모략하다니! 내 가만 있을 줄 아는가?”

모문룡이 방방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자는 가차없이 밟아버려야 한다. 이간질은 그가 먼저 하고 있지 않은가.

“귀하 부대원의 패악질은 온 고을이 알고 있소. 선사포의 딸을 잃은 아낙네의 말을 들었지만, 후금국 부대원들에게도 소문이 널리 퍼졌소.”

“후금국 부대라니? 후금국과도 내통하는가?”

“그쪽 척후병들이 흘린 얘기를 듣고 왔소이다. 모 대장 군사들 상당수가 후금군에 투항해서 모든 것이 까발려진 것이오. 조선 백성들의 목을 쳐서 후금국 군대의 두상이라고 요동 총병에게 갖다 바쳤다면서요?”

“그래서 피현, 염주골 백성들 머리가 없어졌다고 했군.”

청 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완 부윤이 불같이 화를 내며 부청 앞 대로 나왔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지 않나? 고을 사람들이 말하길 죄없는 조선 백성들 목을 쳐서 두상을소금에 절여서 요동 총병에게 보낸다는 것인데, 이제야 그 혐의자를 찾았군. 여인들도 어디론가 납치되고 있는데, 그런 처지에 식량까지 약탈하겠다고?”

“모략이다 해. 우리 그런 사람 아니다 해!”

모문룡이 뒤로 주춤 한 걸음 물러서며 변명했다. 정충신이 나섰다.

“후금의 다이샨 패륵의 후방부대 군사들이 북경으로 가는 명군을 습격해서 물건을 빼앗아보니 보자기에 조선인들 두상이 여러개 나왔다는 것이오. 두상의 머리칼이 꽁지머리가 아니고 상투머리여서 당장 조선 백성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오. 그러므로 귀관은 살인범이오이다. 조선 백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하겠소.”

그러자 모문룡이 그의 부하들을 향해 명령했다.

“전투 준비!”

그러나 그의 군대는 오합지졸이었다. 군사들이 검과 활을 겨눠들고 한발짝씩 앞으로 다가드는데 하나같이 눈빛이 흐리고 비실거렸다. 이때 정충신이 대 아래로 사뿐히 뛰어내려 모문룡의 멱살을 쥐어잡고 칼로 그의 목을 겨누었다.

“어따 대고 행패냐? 죽고 싶은가? 부청내엔 우리 군사원들이 이백이 있다! 개죽음 당하지 않겠거든 당장 거두라!”

그제서야 목을 캑캑거리던 모문룡이 "물러서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들이 무기를 내리고 꽁무니를 뺐다.

"승급하기 위해 조선인 백성 목이 필요하다면 우리도 당장 귀관의 목을 쳐서 우리의 승진의 기회로 삼겠소!"

이완이 말하자 정충신이 거들었다.

"당장 목을 쳐서 후금에 바쳐야지요. 조정에 갖다 바치면 후환이 있을 수 있소."

"모 대장은 이래저래 독안의 쥐요. 사실 이 따위 근무태도라면 모국으로부터도 소환명령이 내려질 것이오!"

아닌게 아니라 모문룡은 본국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었다. 그래서 원숭환이 요동으로 나온 것이다.

심양과 요양이 누르하치에게 함락되자 명나라는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 모문룡을 요동으로 보냈다. 후금의 군사가 공격하자 그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진강을 탈출하여 조선으로 몰려 숨어들었다. 이때 후금의 아민은 모문룡을 치기 위하여 5천 군사를 이끌고 압록강을 건넜다. 모문룡은 조선인 복장을 하고 도망을 쳤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북변 고을을 괴롭히고 있었다.

"가자."

모문룡이 부대를 이끌고 부청을 빠져나갔다.

"이 일을 어쩌지요?"

그들이 사라지자 이완이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던지 고뇌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한양에 들어가서 임금님께 상황을 상세히 아뢰겠습니다. 모문룡의 무례와 약탈을 묵인해선 안되오."

"하지만 필시 모문룡이 먼저 한양에 당도해 공작을 꾸밀지 몰라요. 조정은 명국 일이라면 그것이 옳든지 그르든지 받아들이고, 대신 나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오."

"모문룡은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오. 그자는 또 변경의 사람들이 후금국과 내통한다고 반역죄로 몰아가도록 술수를 쓸 거요."

"그래요. 저자들이 한양에 당도하기 전에 정 군관이 먼저 당도해서 입막음해야 할 것 같소."
"알았습니다."

정충신은 그길로 말을 타고 남쪽을 향해 질주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