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또 봄날은 간다
<오인철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동천(東川) 끼고 푸나무 행렬 어느덧 초여름으로 내달리는 요즈음 이팝나무 흰 수염 떨치던 봄날도 가고, 후반전 빛고을 초등생들 외쳤던 ‘전두환 물러가라’ 회상키도 싫증난 막바지 ‘예향’ 광주는 또 한 번 움츠리며 슬픔 떠나보낸다.

혹독한 시집살이 떠나보내는 부모 마음처럼 울며불며 사립문 밖 떠나는 딸아이 일그러진 그 모습, 골 패인 페르소나(persona)는 비록 희랍 가면 아닐지라도, 서럽고 목맨 쉰 목소리로 만신창이 딸내미 석별 같은 또 봄날은 간다.

떠나는 처자 당사자들이나 떠나보내는 부모인들 애간장 녹는 구슬픔이야 마찬가지 아니랴. 이 세상 어디에 빈곤과 분쟁의 사회악이 없으랴만 기왕 추구 할테면 반유토피어(Inverted utopia) 세상보단 평화로운 세상을 택하고 싶다.

1516년 Thomas More(토마스 모어)가 Latin(라틴어)로 쓴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던 말 유토피어(Utopia)란 본 뜻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곳’이란 의미로 즉 재언하면 ‘not a place‘(아무데도 없다) 는 말이다.

그렇지만 너나없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은 기왕이면 ‘배고픔, 갈등, 사회악이 없을 순 없으나 자질구레한 그런 사회 폐단, 고통을 떠난 삶을 바란다.

플라톤(Platon), 베이콘(Bacon), 웰즈(Wells)나 헉슬리(Huxley) 등의 풍자적인 작품들처럼 반유토피어(反Utopian Inverted Utopia)를 지향하는 작품들도 많다.

가령 그 일례로 영국소설가 조지 오웰(Orwell, George 1903∼1950)의 ‘동물농장(Animal Farm)’은 저자 자신이 스페인 내란 때 해방 전선에 참가하여 부상을 입는 경험 속에서도 날카로운 저자의 구상력으로 그렸다.

토마스 모어의 대표작인 유토피아(Utopia)는 플라톤의 ‘이상 국가’에 대한 가상적인 기술인바, 주인공 More가 라파엘 히슬로디(Hythloday)란 가공인물과 만나서 그의 체험담을 듣는다는 형식으로 꾸며졌는데, 영국의 사회적, 법제적 모순들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히슬로디의 입을 통해 제시된다. Utopia에서는 사유재산과 화폐가 사회적 모순의 근원이란 견지에서, 재산은 균등히 국민에게 분배되어 있으며, 화폐는 사용치 않는다.

귀금속을 천시하는 습성을 기르기 위해서 그것을 변기나 죄인의 쇠사슬 같은 천한 용도에 사용된다. 전 국민은 생산적인 노동에 종사할 의무가 있으며, 모든 사람은 하루 6시간 노동과 8시간 수면을 취한다. 나머지 시간은 오락 및 교육적 목적에 사용된다.

특별히 선발된 소수 사람들은 지식훈련을 위해서 노동서 면제되며, 이들 중에서 관리들이 선출된다. 군주는 임기를 종신으로 하며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다. 그러나 폭정을 할 때는 언제든지 축출된다. 전쟁은 국토방위를 위해, 침략을 당한 동맹국을 돕기 위해, 그리고 폭정하의 국민을 해방하기 위해서만 수행될 수 있으며, 가능한 한 용병의 힘을 얻는다. 따라서 그들은 전공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는다. 종교에 있어서도 대부분 사람들은 신을 믿으며,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기는 하나 일정한 종교가 강요되지는 않는다.

단식이나 금욕생활도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되며, 승려들도 육식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Utopia에도 노예는 있다. 그들은 대개 극악범들이나 사형선고를 받은 외국인들로서 시민생활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토마스 모어의 Utopia는 Platon 이후 사상가들에 의해서 되풀이 되어온 유토피아 사상의 특출한 예의 하나로 유명하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의 입장에서 어떠한 특정된 사회사상의 체계와 부합시킬 수는 없다.

대체로 모어의 경제사상은 사회주의 사상과의 많은 유사점을 지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강제성이 배제된 보다 광범한 자유가 전제되어 있고, 한편 군주제, 노예제,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와 같은 보수적 요소들도 담겨있다.

50여 일간 긴 가뭄 끝이라서 농사일도 걱정되지만 우선한 것은 우리들의 건강문제가 더 크게 닥아선다. 가뜩이나 여름철로 접어드는 길목서 노유 상관없이 건강문제가 시급한데다 그 적응도가 각각 달라서 탈이다. 옛날처럼 보릿고개라도 있다면 유유자적의 핑계거리라도 되지만, 맥작 시절은 뻐꾸기 울음 섞인 낭만으로나 버려졌고, 팍팍한 삶에 땡볕 내리쬐는 요즘 봄날은 가고, 폭군 같은 하절 고통이 닥치니 무덥다.

주변 우리네 삶이나 폭정 같지나 말았으면 한데, 겨우 입에 풀칠하기나 면하고 만 이런저런 괴로운 시정사가 고달프게 하는데, 그나마 또 봄날도 가고마니 단단한 결심으로 여름을 맞아야 하겠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