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18)‘오정자재-방축고개’ 구간(2019. 3. 23.)
부처손 바위 넘자 남쪽으로 평탄한 봉우리 이어져

맞은편엔 추월산 연봉·담양호 푸른 물빛…봄날 선물 주는 듯
왕자봉 서니 강천사 현수교가 발 아래…산성산·광덕산 눈앞에
금성산성 북문~시루봉 호남정맥 이용 성 축조…본 모습 그대로

강천산 정상인 왕자봉에서 바라본 산성산 연봉.

오전 7시 반에 친구 겸신과 직장 동료인 박향엽씨를 픽업하여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담양읍을 지나 담양호를 지나 8시 10분에 오정자재에 닿았다.

오늘은 강천산과 산성산을 지나 방축고개까지 갈 예정이다. 모처럼 동행이 늘어나 과일 등을 많이 넣었더니 배낭이 묵직하다. 오정자재에서 송전탑을 지나 522봉에 이르는 길은 꽤나 경사가 있다. 40여분 만에 522봉에 이르니 초벌 땀이 흥건하다. 이틀 전 모처럼 만난 전자광 사장과 서구의회 박영숙 의원이 소맥 폭탄주를 권하여 과음한 것이 확실히 산행에 지장을 준다.

522봉에서 포도와 방울토마토를 나눠먹고 남쪽을 보니 벌써 강천산이 가까이 보인다. 522봉에서 약간 내리막길을 갔다가 다시 비슷한 높이를 오르는데, 부처손으로 뒤덮인 봉우리가 앞을 막는다. 암릉에 장생초(長生草), 만년송(萬年松)으로도 불리는 부처손이 가득 자생하는데, 높이는 낮지만 조심해서 올라야 할 구간이다. 부인병에 좋다는 부처손은 한자로 보처수(補處手)라 부르기 좋게 변한 것이라는데, 사실 남도의 산에 가장 흔한 식물 중 하나이다. 부처손 바위를 넘으면 그때부터 남쪽으로 1시간 가량 평탄한 봉우리가 이어지고, 맞은편의 추월산 연봉들과 담양호의 푸른 물빛이 봄날의 트래킹에 선물을 주고 있다.

산행시작 2시간 만에 강천산 왕자봉에 이르렀는데, 위 봉우리는 정맥에서 약간 비껴져 있다. 왕자봉에는 가족끼리 나들이 온 등산객들이 많았는데 대 여섯 살짜리 꼬마아이도 있다. 우리는 잠깐 정맥을 놓쳐 강천산 정상 아래 전망대까지 내려갔는데, 강천산 현수교는 발 아래 있고 산성산 연봉, 광덕산까지가 손에 닿을 듯 바라보인다.

호남정맥 ‘오정자재-방축고개’ 구간을 동행한 박향엽씨가 금성산성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천산 정상에 200m쯤 못 미쳐 오른쪽에 형제봉 가는 안내표지판이 보이는데, 형제봉 쪽이 정맥 길이다. 다만 이곳에는 등산로 정비를 하면서 리본을 다 떼어내 버려 등산 앱에 의지하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다.

형제봉 갈림길에서부터 등산로는 그만그만한 480, 490봉 등을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어지다가 금성산성 북문에 닿는다. 금성산성은 광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몇 번은 가 본 곳일 것이다. 호남정맥을 따라 조성된 가장 큰 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삼처산성(三處山城)으로 꼽히는 위 산성은, 북문에서 시루봉까지는 호남정맥을 그대로 이용해 그 위에 2∼3m의 성벽만 쌓았는데 지금도 거의 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화강암 외에 점판암이라고 불리는 옆으로 갈라지는 성질이 있는 돌들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12시 10분쯤 연대봉 아래에 이르러 점심 보따리를 풀었다. 옆 좌석에선 두 분이 홍어무침에 돼지고기 안주까지 곁들여 소주를 마시고 있다. 포도와 방울토마토 몇 개를 드리고 홍어무침과 돼지고기를 얻어 왔다. 덕분에 푸짐한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하여 산성산, 운대봉을 지나 오후 1시경 시루봉에 올랐다.

부처손 암릉을 오르고 있는 친구 겸신.

시루봉에서 다시 후진해 강천사, 광덕산 방향으로 통하는 왼쪽 길로 정맥 길이 이어진다. 오늘 처음 정맥 길에 참여한 향엽씨가 길을 찾아내, 하마터면 시루봉에서 직진해서 알바를 할 위기에서 구해 주었다. 시루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중간에 철계단이 놓여 있어서 그렇지 통바위를 타는 위험한 구간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능선 길은 완만한 산보길로 바뀌고 소나무가 우거진 잔잔한 구릉이 이어진다. 이곳의 소나무는 두 갈래로 가지가 나눠지는데, 순창군에서 이지송(二枝松)이라며 번호까지 붙여서 관리하고 있다. 여인의 나신을 닮은 자은도 미인송에는 못 미치지만 이곳 이지송들도 나름대로 죽죽 뻗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450고지를 넘으면 임도가 나오고 그곳에서 578봉인 광덕산까지는 거리가 450m라는 팻말이 있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오려는지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서 황급히 광덕산을 올랐는데, 정상 근처에 서니 진눈깨비가 얼굴을 때린다. 광덕산 정상에 있는 정상석에 다가가 사진만 찍고 바로 정상 20m 못 미처 오른쪽으로 하산하는 정맥 길로 접어들었다. 이미 친구와 향엽씨는 우의를 입느라 부산하다. 광덕산에서 20여분을 심하게 내리꽂히는 등고선을 따라 내려오면 널찍한 임도가 나오고, 위 임도 사이로 정맥 길이 보이지만 그냥 임도를 따라 몇 백미터를 걸어 내려오니 다시 250고지로 오르는 능선길이 나온다.

250봉을 지나면 정맥 길은 350봉의 8부 능선 옆으로 이어지고, 이어서 뫼봉 옆으로도 방축리로 통하는 오솔길이 나 있다. 체력을 아끼려 뫼봉(332)을 우회하였더니 덕진봉으로 오르는 고개에서 정맥 길과 만난다. 이미 비는 멎었고 아침나절과 같이 쟁쟁한 봄볕이 싱그러운 나무들 사이로 내리쪼인다.

덕진봉 정상 표지석과 필자. 갑자기 비가 내려 우의를 입었다.

덕진봉(370)은 방축마을 뒷산에 해당되는 산인데, 방축리 마을에서 보면 꽤나 높은 봉우리이다. 덕진봉에서 보면 바로 건너편에 우뚝 솟은 괘일산과 설산이 보이고, 정맥 길은 계속 마을 쪽으로 내려가다가 결국은 골목길을 만나게 된다. 방축리 마을에서 우회전하여 포장도로가 있는 곳에 이르러 금성면 택시를 불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순창 금과택시(063-652-3900, 010-3644-2033)를 부르는 것이 훨씬 비용절약이 된다.

‘오정자재-방축고개’ 구간 등반을 기록한 트랭글.

오후 4시 20분경 18km에 이르는 긴 여정을 끝냈다. 박향엽씨는 과거 몽벨 세정아울렛 산악회 산행이사를 했을 만큼 체력이 대단해, 처음 산행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의 이모저모를 눈으로 즐긴 멋진 하루였다./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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