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뛰쳐 나와 농촌行, 작물부터 용기까지 친환경…6개월간 귀농교육

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3>강진 이남연씨
SNS팔로워 2천여명…고객과 소통하는 ‘스마트 딸기 농부’
출판사를 뛰쳐 나와 저녁있는 삶을 위해 농촌行
택배로 시작해 프리마켓 거쳐 단골고객 확보
작물부터 용기까지 친환경…6개월간 귀농교육
첫해 탄저병으로 절반 시들었지만 이후 ‘탄탄대로’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고 싶다”…‘워라밸’ 중시
 

소소한 꽃농이네 농사집 이남연(45)씨 부부. 다양한 작물을 시도했던 이씨는 현재 딸기와 미니밤호박 두가지 작물만 생산하고 있다.
틈새 작물로 시작한 미니밤호박은 규모를 키워 이남연씨 농가의 대표 작물로 자리매김했다.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친환경 딸기.

출판사에서 10년 가까이 출판업무를 담당했던 이남연(45)씨. 그는 지난 2015년 전남 강진으로 내려와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직장 생활의 잦은 야근과 과도한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꿨던 이씨는 다른 직업을 알아보기 위해 강연을 듣던 중 ‘농사는 예술이다’ 라는 말을 듣고 귀농을 결심했다. 평소 농부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하는 종합 예술인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그는 곧바로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

첫 단계는 가족들에게 귀농의사를 밝히는 것이었다. 처음 귀농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을 때 가장 반대한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이씨의 부모님은 농사가 힘들다는 인식이 강해 수차례 반대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남연씨 앞에서 부모님의 반대는 점점 수그러 들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이씨는 본격적으로 귀농을 준비했다. 6개월 동안 흙살림에서 주관하는 장기 귀농교육을 받으며 팜투어를 통해 여러 지역을 견학했다. 막연히 고향이 있는 전라권이 끌렸고 정착할 지역을 알아보던 중 아내가 근무하던 ‘가배울’이라는 단체에서 전남 강진에 있는 마을과 ‘도농교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스레 강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고 싶다”=다양한 작물을 시도했던 이씨는 현재 딸기와 미니밤호박 두가지 작물만 생산하고 있다. 귀농 초기에 비닐하우스 4동(3천681㎡)을 임대해 2동은 딸기를 선택했다. 나머지 2동은 어떤 작물을 할까 고민하다 수익성 있는 작물도 같이 재배하자는 마음으로 미니밤호박을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햇수로는 4년차에 접어든 그는 자신을 아직도 새내기 귀농인이라고 칭하지만 수익은 해가 거듭될수록 눈에 띄게 늘어났다. 첫 해는 병충해 등 악조건이 겹친 탓에 수익이 전혀 없었지만 딸기와 미니밤호박 판매에 열을 올려 올해는 연소득 5천만원을 달성했다.

더욱이 이씨는 딸기 수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만 1만여명의 학생 등이 체험에 참가해 자연의 소중함과 친환경 딸기의 우수성을 알렸고, 참여한 사람들은 고객으로 이어져 체험과 수익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씨는 딸기 체험 활동을 하러 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농가 한켠에 딸기의 재배 과정·친환경 딸기 등을 소개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유통은 SNS에서 나온다=“농부라는 직업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종합 예술인이 돼야한다” . 이씨는 처음부터 지역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유통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소소한 꽃농이네 농사집’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택배 위주로 직거래를 했다. 처음 1년은 고객과 신뢰를 쌓고 농사일지를 작성한다는 생각으로 SNS를 운영했고 지역에도 자신을 알리기 위해 완도 장보고웃장, 강진 정거장 등 지역 프리마켓 장터를 적극 활용했다. SNS를 통해서 브랜드를 알리고 프리마켓을 통해 지역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한 직거래 위주의 거래방식 덕분에 시중의 딸기보다 가격이 저렴했고 친환경을 고집한 결과 건강하고 맛있는 딸기라는 입소문이 퍼져 지금의 자리에 오게됐다. 이씨는 “농부가 될 때는 자연에 순응하며 조용한 삶을 생각했지만 농산물 판매라는 과제에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며 “지금은 저희 농산물을 찾아주는 통로니 고마운 존재”라며 SNS를 통한 유통을 강조했다. 현재 이씨의 SNS 팔로워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를 합쳐 2천여명에 이른다.
 

기존에 스티로폼 상자를 용기로 사용하다 재활용이 힘들다는 단점을 발견하고 플라스틱 상자에 직접 디자인한 로고를 붙여 재활용을 유도했다.

■작물부터 용기까지 친환경=이남연씨는 친환경을 고집한 나머지 처음 계획했던 작물까지 바꿨다. 귀농을 계획했을 때는 토마토 재배를 생각했다. 토마토는 겨울 재배를 해야 소득이 되기에 난방시설이 꼭 필요한 작물이다. 이씨는 난방으로 인한 생산비도 걱정이 됐지만 완전한 친환경 농사를 하고 싶어 난방조차 하지 않는 작물을 찾다가 강진의 특산물 중 하나인 딸기는 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물을 바꿨다. 그렇게 주작목을 딸기로 선택했다. 첫 농사이기에 딸기 모종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소득을 올리기 힘든 구조 탓에 친환경으로 딸기 농사를 짓는 농가가 거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담양에 친환경 딸기 모종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구했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애지중지 구한 딸기는 심자마자 시들시들해졌고 이윽고 대부분의 딸기가 썩어갔다. 탄저병이었다. 딸기재배에서 탄저병은 가장 피해가 심각한 병해라고 알려졌으며 그만큼 피해 또한 심각하다. 친환경 농가는 탄저병에 대한 약제도 따로 없기에 주변농가에 자문을 구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었다. 계피를 삶은 물을 뿌려주고 기다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딸기의 절반이 시들고 나서야 병해가 멈췄다.

일련의 과정을 겪은 이씨는 딸기 뿐만 아니라 딸기를 담는 케이스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스티로폼 박스는 한번 딸기를 담으면 딸기 물이 스며들어 재활용 하기가 힘들었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새로 디자인해 재활용을 유도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한 친환경을 위해 용기를 종이 재질로 바꾼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일반 딸기와 달리 친환경 딸기는 모양과 크기가 모두 다르다.

■예비 귀농인 작물은 신중히= 이씨는 “딸기는 모양과 크기 등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수경재배 딸기는 필요한 영양들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줘 딸기의 크기가 크고 일정해 높은 가격을 받는 반면, 친환경 딸기의 경우 제약 조건이 많아 딸기 공판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농약을 쓸 수 없으니 병충해 등이 오면 속수무책으로 시들기 십상이다”며 “작물과 친환경 등을 선택할 때 이런 조건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선택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친환경농가를 위한 지자체의 각성도 요구했다. “지자체에서도 친환경으로 농사해 정착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일반 관행 농사에 대한 매뉴얼은 많은데 친환경 농사에 대한 매뉴얼은 부족한 것 같아 친환경 농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씨는 “솔직히 조금 더 안정적으로 정착하기에 일반 관행 농사가 나을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글·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남연씨의 요청에 따라 영상은 싣지 않습니다.
 

이남연씨 부부가 운영중인 소소한 꽃농이네 농사집은 농가 입구를 귀여운 캐릭터로 디자인해 아늑한 사랑방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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