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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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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2장 변경의 북소리<352>

이이첨은 유영경 일파와 인목왕후 외척들을 싸그리 숙청한 뒤 광해에게 나아갔다.

“전하, 왕족이라고 해서 가만 둘 작정이옵니까? 왜 화근을 키우려 하십니까. 그들이 더 위험합니다. 자고로 적은 안에 있는 법입니다.”

이이첨은 광해의 가슴 속을 환히 꿰뚫고 있었다. 광해 역시 자나깨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친형인 임해군을 역모 혐의를 씌워 강화도에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지에서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가시 울타리를 친 조치)한 뒤 사약을 내릭도, 머리가 좋은 조카인 진릉군도 같은 방법으로 제거했지만, 그럴수록 더 불안했다. 언제 어느때 그의 목을 노리는 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것이었다.

이런 때에 인목왕후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었다. 칠서의 난(서얼출신이라고 차별을 받았던 서자 7인이 상인을 습격하여 은을 강탈한 사건을 이이첨 정인홍 등 북인세력이 역모사건으로 몰아 인목대비의 친정 아버지인 김제남을 연루자로 씌워서 사사한 사화 중의 하나)으로 왕후의 세력을 제거한 것은 좋았으나 인목왕후를 어쩌지 못한 것이 두려웠다. 한참 나이어린 어머니지만 그래도 그는 아버지의 정비가 아닌가. 정비를 내친다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에서 있을 수 없는 불효한 일이고, 왕실의 법도를 부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이첨은 왕권을 다지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믿었다. 정적은 언제 어느때 칼을 들고 나올지 모른다.

“전하, 기왕에 힘이 있을 때 기강을 세우고, 왕권을 다스려야 합니다.”

“알았다.”

광해는 인목왕후를 서궁으로 유폐시키고, 영창대군을 강화도 교동으로 유배를 보냈다.

이항복이 인목왕후와 영창대군이 서인(庶人)으로 강등되고 유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전으로 나아갔다.

“전하, 뚜렷한 이유없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후사를 어찌하려고 복수에만 매달리시나이까.”

그는 왕이 명과 후금 사이에 균형외교를 펴는 것은 온당하나 내치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는 너무 철권 강압통치를 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것이 왕실의 기강을 와르르 무너뜨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을 방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왕 앞에서 고변하는 이항복을 보고 북인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백사 영감, 물러나시오.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마시오!”

“평지풍파는 누가 일으키고 있는가. 순리를 지키시오.”

“지금은 비상시국이오. 군대의 파병문제와 외침이 도래하는 위험 상황에서 내치를 안정시켜야 하니, 왕권을 분명히 세워야 하오이다. 상감마마께옵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신 이유를 모르겠소? 모르겠거든 뒤로 물러서시오.”

“사악한 탐심으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없소.”

“사악한 탐심? 어따 대고 허접한 말을 다 하시오? 선왕시대부터 온갖 영화를 누리면서 영직과 재화에 눈이 어두웠으면 잠자코 있으시오!”

“이놈들, 내가 녹봉을 먹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만 청백리로 살아온 자부심으로 오늘 여기까지 왔다. 내 명예를 더럽히고 살 수는 없는 법, 너희들이야말로 탐심으로 상감마마를 욕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썩 물러나셨다!”

“백사의 시대는 거하였소! 우리를 사악한 무리로 몰아가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소이다!”

사실은 백사는 그들이 친 그물망에 걸려든 것이었다. 미리 덫을 쳐놓고 잡아 쳐내려는 것인데, 그는 거기에 말려들었다. 북인 세력은 왕권 불복 혐의로 그를 추국(推鞫)하기를 요청했다. 임금이 추국장에 나타나 친히 친국했다.

“백사 대감, 대감은 본시 나를 위해 왕위 승계를 위해 불이익까지 당한 분이오. 음해가 난무하는 엄혹한 시대에도 나를 위해 발분한 분이 왜 이제 나에게서 떠나려 하오?”

“전하, 소신은 마마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나이다. 주변인으로부터 온갖 모략을 받았지만 중추부로 자리를 옮겨주셨습니다. 하지만 왕실에 더 이상 피바람이 불어서는 아니됩니다. 피바람이 불어서 원한이 사무치면 선정을 베풀어도 그 원한의 끝은 복수의 칼날이 드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상감마마를 생각해서 고변을 올리나이다. 제발 내치는 여기에서 그치시고, 북방정책에 전신전력 기울여주시옵소서.”

“자 자는 필연코 왕을 배신할 자이옵니다.”

“폐모론을 반대하면 적입니다. 반드시 후사를 도모할 자이옵니다!”

이구동성으로 북인세력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북파(大北派)와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수명이 끝난다. 광해가 선도하니 그 방향으로 갔다. 다음날 이항복은 북청으로 유배보낸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소식을 듣고 정충신이 부랴부랴 입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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