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전락한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
분양 뒤 착공은 지지부진…곳곳 잡초만 무성·방치
규제 완화 등 민간기업 입주 분위기 조성 ‘급선무’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의 핵심 기반인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0일 오전 찾은 한국전력 본사 인근에 조성된 클러스터 부지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대규모 ‘고구마 밭’으로 전락한 상태다.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의 핵심 기반인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착공 지연 등으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빛가람혁신도시 내 클러스터 부지에 쌓여있는 건축자재의 모습.

10일 오전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의 한 부지. 이곳은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잡초가 무성했고 인근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건축자재가 나뒹굴고 있는 등 사실상 폐허를 방불케했다. 나뭇가지와 낙엽은 발목까지 쌓여있었고 전신주에 걸린 전선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한국전력 본사 앞 대규모 클러스터 부지도 상황은 마찬가지. 각각 3만3천794㎡와 4만2천15㎡에 달하는 클러스터 부지가 당초 사업계획을 벗어난 ‘고구마 밭’으로 전락한 상황이어서 지지부진한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고구마 모종이 심어진 이들 클러스터 부지는 관련법에 따라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야 한다. 2014년 7월 광주도시공사가 공급한 해당 용지들은 분양 후 6년이 지났지만 갈대밭으로 방치된 채 지식산업센터 착공이 미뤄지거나 금융권 대출금 상환 지연으로 경매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빛가람 혁신도시의 핵심 기반인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외형상 분양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곳곳에서 착공이 늦어지면서 빛가람 혁신도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는 전체 84개 필지 41만4천619.9㎡ 중 69개 필지 33만9천㎡가 분양 완료돼 82%에 달하는 높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착공률은 분양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67%를 보이는 등 당초 이전 공공기관 연관기업 유치와 산·학·연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조성된 클러스터의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사업자가 분양을 받은 뒤 착공에 나서지 않아도 뚜렷한 법적 제재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용지를 분양받은 후 ‘일정기간 이내에 사업목적에 맞는 건축물을 착공해야 한다’는 강제 이행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목적 외로 전환 사용해도 이를 규제할 만한 마땅한 법적 근거도 없다.

일각에선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를 투기 목적으로 분양받은 이들이 많아 착공 등 활성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클러스터 용지 분양 당시 조성 원가보다 싼 가격(㎡당 127만원)에 분양되는 점을 노린 투기 세력이 활개를 쳤었다. 이들은 향후 부동산 매각시 시세차익을 노리고 용지 분양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법인 쪼개기’ 등을 시도해 용지를 분양받기도 했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는 “산학연 클러스터 착공이 지연되는 이유는 민간 기업체를 대상으로 재산세, 취득세, 법인세 등 조세감면과 저리 융자 등의 혜택이 부재하기 때문이다”며 “산학연 클러스터 내 기업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남도와 나주시 등 지자체에서 입주보조금을 지원하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민간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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