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돌이’ 산실 순천중앙초 축구부 해체 위기, 유소년 축구계 ‘충격’

U-20세 월드컵 결승 이끈 ‘제2의 이강인’ 배출 중단될 판

35년간 팀 이끈 정한균 감독 6월 공로 연수, 후임자 안갯 속

전남교육청 “임시 조치”, 교장 “후임 없으면 해체” 나몰라라

순천중앙초가 지난 3월 일본 효고현에서 열린 제21회 가마모토컵축구대회에서 U-12세 이하부 우승을 차지했다.
‘슛돌이’ 출신 이강인이 U-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역사적인 준우승으로 이끌고 ‘골든볼’까지 받아 전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런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슛돌이’ 산실인 순천중앙초등학교 축구부가 해체 위기를 맞아 국내 유소년 축구게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35년간 전국소년체전 우승 5회를 포함, 112개 대회 우승 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초등 축구의 명문 순천중앙초 축구부가 배출한 전·현직 대표급 선수는 차고 넘친다. 국가대표팀 부동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이 순천중앙초 축구부를 거쳐간 대표적인 선수다. 전 월드컵 대표 박요셉(38), 골키퍼 김영광(35·서울 이랜드)을 비롯 남기일(44·성남 FC 감독), 김정수(44·U-16세 이하 대표팀 감독), 한찬희(21·전남 드래곤즈) 등도 순천중앙초 축구부 시절 ‘슛돌이’로 유명세를 떨쳤다.

순천중앙초 축구부가 해체 위기에 빠진 것은 35년간 축구부를 이끌어 온 정한균 감독이 연말 정년퇴임에 앞서 6월말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게 발단이다. 후임 감독 선임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순천중앙초 축구부 해체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이 도내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고 학교 운동부도 해체되는 추세를 감안, 현재 무기 계약직 체육지도자 정원 218명 이외에 추가로 무기 계약직 지도자를 채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야구와 축구 등 소위 인기 종목은 무기 계약직 채용을 하지 않는 대신 클럽팀으로 전환, 운영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순천중앙초 교장도 도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에 발맞춰 “도교육청이 후임 감독을 보내주지 않으면 축구부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해체에 무게가 실려있다.

더구나 순천중앙초는 도교육청 예산과 순천시 지원금으로 모두 10억 원을 들여 잔디구장과 라이트시설 등이 갖춰진 최상급 축구장을 올해 5월 준공했다. 축구부가 해체될 경우 도교육청의 한치 앞도 못 보는 단견이 예산만 낭비하고 최상급 축구장을 놀리게 된다. 도교육청의 비효율적 행정은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게 된다.

전남도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도교육청에서 후임 감독을 무기 계약직으로 임용하기 어렵다면 경남도교육청의 사례를 참고하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말한다.

경남교육청은 초등학교 축구부를 클럽팀으로 전환하면서 시설이 잘 갖춰진 초등학교 운동장을 5년간 무상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고 5년간 연 2천만 원을 클럽팀에 지원해 주고 있다는 것. 경남교육청은 이같은 조치로 초등학교 운동부가 감독 선임 문제로 갑자기 해체되는 문제점을 막는 차선책이어서 전남교육청의 체육행정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의 무계획적 체육행정과 학교장의 소극적 태도가 축구부 해체를 부채질 하고 있는 셈이다.

전남교육청 한 관계자는 “순천중앙초 축구부 후임 감독 임용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나 조만간 필요 예산을 지원하거나 계약직 지도자를 배치하는 등의 임시적 조치를 강구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한균 감독이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6월말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확실한 대안없이 계획에 그치고 있다.

정 감독은 “축구부에 대한 지원이 흔들리고 소홀해지면 선수들이 곧바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추세여서 걱정이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남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축구 명문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동부취재본부/유홍철 기자 y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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