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포스코 행정처분 사실상 유보 요청 ‘논란’

전남·경북도 관계자 회의서 “신중히 판단해달라” 발언

지자체 “환경부, 철강업계 반발에 소극적인 태도” 비판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가 고로 정기점검 때마다 브리더(안전밸브)를 열어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해 ‘조업정치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통지 받은 가운데, 환경부가 행정처분을 사실상 유보해달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가 철강업계의 반발에 떠밀려 적극적인 규제보다는 소극적 대응으로,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남·경북·충남도 환경업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의를 갖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 브리더를 통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환경부는 이 문제의 대안을 찾고,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환경부와 지자체, 철강업계를 비롯해 고로 관련 전문가, 교수, 법률가, 시민단체, 민간환경전문가까지 참여하는 15명 안팎의 ‘민·관 협의체’(거버번스)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는 정부 및 철강업계, 시민사회 등이 추천하는 사람들로 꾸릴 계획이다. 2~3개월 단기로 활동하면서 해법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크게 브리더 개방 시 오염물질 수준 및 종류 공동조사, 일본·유럽 등 해외 제철소 운영사례를 포함한 법령 및 관리사례 조사, 제도 개선 및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안 강구·시행 등 3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철강업계 주장처럼) 브리더를 주기적으로 열어야 한다면 앞으로도 행정처분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며 “대안과 대책 마련이 어려울 경우 관련 법(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브리더 개방 허용 여부 등 제도 개선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지자체에 남은 행정처분 절차에 대해 사실상 유보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전남·경북도 관계자는 “환경부 관계자가 행정처분을 하는 데 있어서 ‘판단에 신중을 기해달라’며 사실상 행정처리 유보를 요청하는 듯한 말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환경부는 관련 발언을 부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대제철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된 충남도를 뺀) 전남도와 경북도에 청문 과정에서 업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했을 뿐, 행정처분을 유보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미 나간 행정처분은 지자체의 고유 권한이므로 환경부가 간여할 수 없고, 일단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은 환경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전남·경북·충남도는 지난 4월 환경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대기환경보전법 31조는 오염물질 배출 때 반드시 방지시설을 거치도록 하고 있고 화재·폭발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배출하는 행위 등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며 “제철소의 행위를 예외로 볼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 환경부는 ‘고로 정기보수를 위한 휴풍작업 공정을 이상 공정으로 인정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예외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지자체들은 이를 근거로 지난 4~5월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모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충남도는 지난달 30일 청문 절차 없이 오는 7월 15일 부터 24일까지 10일간의 처분을 확정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업정지 처분은 당연하고 적절했다”면서 “기업이 환경의 중요성과 법 규정을 준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전남도는 18일 청문이 예정돼 있고, 경북도는 환경부의 협의체 운영은 지자체의 행정처분 진행과는 별개라는 입장으로 지난 11일 포항제철소가 의견서 제출을 통해 청문을 요청,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철강업계 반발이 강하자 법규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한 환경부가 “행정처분을 하는 데 있어서 판단에 신중을 기해달라”며 소극적 대응을 보여 지자체들이 모두 답답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문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행정처분 전에 당사자의 입장을 듣는 절차에 불과해 처분권한을 가진 전남도와 경북도가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추정은 장담할 수 없다.

전남도의 행정처분 결과가 경북도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경북도는 최근 경제계와 철강업계의 반발과 정치권까지 합세한 조업정지 철회 요청 움직임에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의 강경모드 유지에 포스코는 지난 14일 ‘포항시와 함께하는 대기개선 TF’ 발대식을 열고 포항제철소와 인근 지역 대기환경개선 계획 등을 발표하며 바짝 엎드린 모양새를 취했다.

이강덕 포항시장 또한 “환경은 환경이고 투자는 투자”라며 강경한 입장에서 최근 포항제철소 방문에 이어 대기개선 TF 발대식에 참여하는 등 다소 완화된 움직임을 보였지만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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