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농사정책 비판한 농부 45년만에 ‘무죄’

법원 “긴급조치 9호 위헌…범죄 해당 안돼”

박정희 정권 당시 농사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농부가 재심을 통해 45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태호)는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백모(1992년 사망·당시 63세)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농민이던 백씨는 1975년 9월21일 전북 옥구면 한 저수지 양수장 뚝 앞에서 양수장 기사 B씨 등 5명에게 ‘논에 나락이 다 죽어도 박정희나 농림부 장관이 한 게 무엇이냐. 박정희가 잘한 게 있느냐’고 말해 재판에 넘겨졌다.

백씨는 1976년 2월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해 6월 항소심에서 원심의 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로, 위반 시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에 대해 2013년 3월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2017년 10월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사건이다. 백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 만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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