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의 항아리

<정세영 남도일보 정치부 차장대우>

옛날 한 나라의 임금님이 시골마을을 지나다 날이 어두워져 한 목동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이때 임금님의 눈에 비친 목동은 욕심이 없고 성실했다. 목동의 그런 성품에 끌린 임금님은 목동을 나라의 관리로 등용했고 청렴함과 정직성, 남다른 지혜로 임금님을 잘 보필했다. 임금님은 마침내 그를 재상에 임명했다.

그러자 다른 신하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다. 신하들은 티끌 하나라도 모함할 것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재상이 한 달에 한 번 자기가 살던 시골집에 다녀오는 것을 알게 됐다. 몰래 따라가 보니 그는 창고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한참 동안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신하들은 ‘재상이 청렴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항아리 속에 아무도 몰래 금은보화를 채우고 있는 것 같다’고 임금님에게 모함했다. 왕은 직접 사실을 밝히려고 신하들과 함께 재상의 집으로 찾아갔고 항아리를 열어보게 했다. 그런데 항아리 속에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재상이 목동 시절 입었던 낡은 옷 한 벌과 지팡이가 들어있었다.

재상은 초심(初心)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이 목동이었던 당시를 되돌아보는 노력을 해온 것이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오는 7월 2일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광주에서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장휘국 교육감, 5개 구청장, 시의원 23명·구의원 68명 등 총 98명의 지역일꾼이 선출됐다.

‘첫 마음을 잃지 말자/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첫 마음으로’라는 박노해의 시 ‘첫 마음’의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보냈던 간절함의 나날, 지역 발전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1년 전 열정과 각오가 여전히 유효한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초심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반성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렛대가 된다. 각 지자체마다 준비하고 있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자화자찬 가득한 성과 품평회 일색이기보단 미처 살피지 못한 일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도 담기길 바라는 이유기도 하다.

지나간 1년을 회고하며…. 이제 자신만의 항아리를 다시 들여다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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