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복지의 늪, 광주 버스 준공영제 대안은 없나

■교통복지의 늪, 광주 버스 준공영제 대안은 없나
<르포>광주-나주 ‘쩐의 전쟁’ 999번 버스 타보니
‘광주→나주’ 승객 대비‘광주→광주’ 이동 수요 더 많아
시민들 광주 시내버스처럼 이용…“배차 빨라 이동 편리”

광주시내를 운행하는 전남 농어촌버스로 인해 입게 되는 광주 시내버스 업체의 손해액이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주 ‘999’번 버스 등은 광주 지역 핵심 노선을 오가기 때문에 나주-광주를 오가는 승객뿐만 아니라 광주-광주를 오가는 승객이 상당수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나주 ‘999’번 버스에 오르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지난 17일 오전 8시께 찾은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버스 정류장엔 학교를 비롯해 직장에 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 1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곧이어 나주교통에서 운영하는 버스 ‘999’번이 도착하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대부분이 이 버스에 탑승했다.

999번은 광주지역 종점인 전남대학교 후문을 출발해 나주 영산포터미널로 향한다. 버스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많아 광주지역 핵심노선으로 꼽히는 999번은 전남대와 조선대, 전남대병원, 남광주농협, 백운광장, 광주대 등 광주지역에서 모두 15개 정거장을 거친 뒤 나주 남평, 빛가람혁신도시에 진입한다.

이날 이 버스 한 대에는 광주 지역 승강장에서 33명의 시민이 버스에 탑승했다. 이 중 20명의 시민들이 나주로 진입하기 전에 내렸다. 버스의 탑승객 60% 정도가 광주지역 내 목적지에 가기 위해 999번 버스에 탑승한 셈이다.

특히 3 분의 1 가량은 하차 과정에서 환승 기기에 교통카드를 찍고 내렸다. 광주 시내버스로 갈아탈 승객들이다.

이처럼 999번 버스는 승객 대부분이 광주지역 내에서 이동할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를 환승해 이용하는 등 거의 광주 시내버스처럼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주에서 광주로 향하는 버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같은날 오전 9시 15분께 나주 남평농협·장수한의원 정류장에서 탑승한 999번 버스에는 15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다. 이후 나주에서 3명의 시민이 더 버스에 올랐고, 광주 시내로 접어들자 대성여고와 백운광장 등 정거장에서 10여 명의 시민들이 버스에 더 탔다. 뒤이어 도착한 정류장에서도 광주시민들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999번 버스에 오른 조선대 재학생 박모(23·여)씨는 “999버스가 아침에는 배차시간도 짧고, 목적지를 가는데 정거장도 몇 군데 안 들러 빠르게 가기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면서 “버스가 자주 와서 타는 것이지 버스업체가 나주 업체인지, 광주 업체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999번과 같이 광주지역을 운행하는 전남지역 버스에 광주시민들이 탑승하면서 광주 시내버스 업체가 입은 손해액이 250~300억대로 추정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광주 시내버스업체에 손실을 보전해주는 광주시 입장에선 관내 업체의 손해가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주시 등 민영제로 운영되는 전남 5개 시·군 버스업체는 수익률을 쫓아 비교적 수요가 많은 광주행 버스를 집중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다. /임소연·이은창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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