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5> 강진 이철규씨, 10년 준비해도 시행착오…지금은 학구파 ‘억대 부농’

낮엔 엔지니어 밤엔 공부…유기농업기능사 등 자격증 4개 따

아버지 반대 설득 후 귀향…단감·고추농사로 연 매출 1억원

귀농인은 지역사회 기둥…“전 재산 들고와 귀농해서 다 쓴다”

일부 지역 토착민, 마을 공동기금 명목 입주금 요구는 아쉬워

인프라 조성·귀농 프로그램 참여·자신의 재배 매뉴얼 중요
 

귀농 5년차에 접어든‘비채원’대표 이철규·정영희 씨 부부. 유기농업기능사 등 자격증만 4개를 딴 이씨는 단감·고추농사로 연 매출 1억원을 올리는 ‘억대부농’반열에 올랐다.

10년간 귀농 준비, 초기엔 시행착오, 5년만에 ‘억대부농’된 학구파 농업인…

전남 강진군 신전면에서 단감과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비채원’ 대표 이철규(50)씨.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든 귀농인이다. 평소 농업에 관심이 많아 귀농을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씨는 유튜브, 책 등 간접적으로 농사를 접하며 귀농인의 꿈을 키웠다. 낮에는 엔지니어로 일을 하며 밤에는 유튜브와 책을 보며 나름대로 공부를 하던 중 한계를 느껴 본격적으로 농업관련 공부에 들어갔다. 차근차근 농업인의 꿈을 키워가며 귀농을 준비했고 10년의 세월 동안 관련 자격증만 4개를 땄다. 결국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들에게 귀농의사를 밝혔다. 어렸을 적부터 학구열이 뛰어나 성적이 곧잘 나왔던 이씨는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하며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터라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다. 가장 심하게 반대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씨의 아버지였다. “시골에서 어렵사리 대학까지 보냈는데 무슨 농사냐”며 반대하시는 아버지의 호통에 이씨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설득했다. 지성이면 감천… 이씨의 정성에 아버지는 끝내 뜻을 굽혔다. 이씨는 귀농 초기 면적인 단감 1만5천737㎡(2천 500평)·고추 8천231㎡(4천700평)을 그대로 유지하며 농산물 개발과 연구에 몰두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연 매출 1억원이라는 ‘억대농부’의 반열에도 올랐다.
 

수익성을 고려해 재배 중인 고추는 8천231㎡(2천500평)에 이른다.

▶10년을 준비해도 ‘시행착오’=평소 농업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강진으로 내려가기 약 10년전 부터 귀농준비를 했다. 유튜브와 책을 통해 농업을 접했지만 지식에 갈증을 느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어 자격증 취득을 준비했다. 노력끝에 ‘농산물품질관리사’ ‘유기농업산업기사’ ‘유기농업기능사’ ‘종자기능사’ 등 4가지 자격증을 취득했고, 나름의 비전과 철학을 세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농작물로 단감과 고추를 선택한 것도 연구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젊은 층 등에게 인기가 없는 작물인 단감을 선택해 품종개량과 연구를 하며 지식의 갈증을 채우고, 환율성이 큰 작물인 고추를 기르며 수익을 내자는 작전을 세웠다. 이씨는 “단감은 전반적으로 하향추세의 작물이기 때문에 연구와 개발 등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며 “내 나름대로 연구해본 결과 충분히 대중화를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추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재료로 사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작물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을 이론으로만 접했던 이씨는 녹록하지 않은 현실의 벽에 많은 고비를 넘겨야 했다. 친환경으로 단감을 재배하고 싶은 욕심에 병충해가 와도 손을 쓰지 못했다. 수익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던 고추는 판매처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등 많은 고충이 따랐다. 이같은 어려움을 겪으며 작물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공부했고 자신만의 재배메뉴얼을 만들어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그 결과 작년 매출 1억원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어엿한 귀농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민 텃세 극복해야=이씨는 가장 힘든 점을 지역민 텃세로 꼽았다. 그는 “귀농인들과 토착민들은 사고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차이가 있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귀농인들이 먼저 다가가도 배척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귀농한 마을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녀 학교 동문들을 종종 마주치는데 귀농인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며 배척한다”며 “특히 가장 심한 텃세는 마을 입주금이다”고 했다. 시골의 몇몇 마을에서는 마을 공동기금의 명목으로 입주금을 요구하면서 내지 않을 경우 논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 괴롭히기도 한다. 이씨가 정착한 마을에서는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을 요구했고, 마을 토착민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마을 기부금 형태로 입주금을 전달했다. 이씨는 “한국의 정서상 이사를 오면 떡을 돌리고 마을 어르신을 대접하는 관례행사 정도면 부담이 없었을 텐데 무턱대고 현금을 요구하니 당황스러웠다”며 “마을 입주금을 요구하는 것은 토착민과 귀농인의 첫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귀농인의 경우 재산의 상당 부분을 귀농하는데 투자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등 잘 활용하면 이점이 많은데 잘못된 관행같다”고 말했다.
 

이철규씨가 재배중인 4천700평(1만5천737㎡)의 과수(단감).

▶예비 귀농인들에게=이씨는 새내기 귀농인들에게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세가지를 조언했다. 첫번째는 ‘인프라 조성’이다.이씨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기본적인 장비를 구비해 놓지만 필요에 따라 호미나 낫 등 농기구를 추가로 구입해야 할 때가 있다”며 “하지만 정착한 마을 주변에는 농기구 매장도, 식자재 마트 등도 없어 한 시간이 넘게 시내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에 있을 때 안했던 물품 구입처 등 주변 인프라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귀농 프로그램 참여를 꼽았다. 대부분의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 초기 신규 농업인들의 시챙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귀농 선후배 멘토링’, ‘신규농업인 현장 실습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 할 수 있게 돕는다. 이씨는 시행착오를 미리 겪어 볼 수 있고, 작물 선택의 폭을 줄여줄 수 있는 등의 장점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귀농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재배매뉴얼을 세워야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점은 작물의 상태와 주변환경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해 나만의 가이드 라인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물의 이파리 색이 어떻게 변하고, 어느 계절에 어떤 벌레가 나와 어떤 변화가 나타났다 등 자세히 관찰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은 추후에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귀농 5년차에 접어든 이씨는 “지금에서야 투자비용이 회수되고 수입이 안정적으로 나와 새로운 품종개발과 원예시설 규모도 확장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사진/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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