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투자’ 대불산단 내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텅텅’

다문화사회통합 무지개프로젝트
<영암군 취재기>
‘80억 투자’ 대불산단 내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텅텅’
민간 쉼터는 예산부족에 후원도 없어 운영 어려움
전남 최대 외국인노동자 거주 대불산단 가보니
조선업 불황 여파로 7천여명 노동자 고용위기
 

대불산단 내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내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영암군 제공

영암군은 전남도에서 외국인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특히 영암에서도 삼호읍에 외국인 주민이 밀집돼 있다. 국가산단인 대불산업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불산단은 현재 조선업 불황 여파로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 특별관리되고 있다.

산단에 입주한 370여 업체 중 경영위기로 사업주가 행방불명되거나 지방세 체납으로 결손처리되는 사람이 연간 200명이 넘어서는 등 경제상황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주민 노동자가 밀집된 영암군 삼호읍을 찾아 다문화사회정책의 면면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외국인노동자 쉼터는 적은 교회 헌금 쪼개가지고 근근이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7일 남도일보 취재팀이 찾은 영암군 한 외국인 노동자 쉼터의 정모 목사는 이같이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홈페이지도 없어 물어물어 찾은 쉼터는 작은 교회가 후원하는 비영리법인이 운영하고 있었다. 쉼터는 극한의 폭행 등으로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여성이나, 회사 폐업으로 숙소를 잃고 출국 못해 오갈 데 없는 외국인노동자 등 이주민들이 자부담 3천원을 내고 이용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건립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내·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와 비교된다.

영암군과 산자부는 총 사업비 80억원 들여 지난 2014년 내·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를 착공해 2017년 완공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까지 기숙사 외국인 72실 내국인 66실의 1/3을 예약하지 못해 가동하지 못 하고 있다. 보증금 120만원, 월세 20만원이라는 수익자 부담금이 걸림돌로 알려졌다. 이제라도 현실적인 정책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영암군에서 개최한 세계인의 날 행사에 참여한 이주민들이 자국의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영암군 제공

지원도 받지 않고 공공적인 일을 묵묵히 담당해 온 쉼터 운영자 정 목사가 존경스러워 보였다. 어느 지역이나 이렇게 이주민을 지역사회의 품안에 포용하는 일을 하는 것은 민간의 역할이었다. 정 목사는 공공적인 역할을 하는 민간 쉼터에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쉼터 시설도 교회 2층 한켠을 시설로 이용하고 있으니 시설개선 자금이 필요해 보였다. 한달 이용자가 100명쯤, 하루 평균 3~4명이 쉼터에서 묵는다.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릴 때도 있다. 산단 업체의 폐업이 발생하면 기숙사에 거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갈 곳이 없다.

사업주는 행방불명, 회사 시설은 폐쇄, 임금은 체불 상태에 빠진다. 외국인노동자 관련 현행 제도는 고용허가제다. 즉 회사 실정도 모르는 상태에서 입국 전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입국허가를 해 준다. 이 고용계약이 종료하면 출국해야만 한다. 허가기간이 만료되었는데도 출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처럼 고립된 처지의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에 빠져서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추방될 수 있기 때문에 종교기관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쉼터를 찾는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 운영을 담당할 성격이 못된다. 인터뷰 내내 정 목사의 표정에서 쉼터 운영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영암군과 영암군의회, 산업단지공단대불지회 등을 통해 파악해 보니 실제로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원근거가 없어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독지가의 기부 외에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시설들을 운영하는 민간으로서는 이중의 고충이 따른다.

쉼터에서 만난 한 외국인 근로자는 “최소 예산만이라도 시설에 지원해 준다면 좋으련만 다른 곳에는 예산이 펑펑 투입되고 민간은 운영 중단의 갈등 속에 허덕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 쉼터를 운영하지만 고마움을 몰라주는 얌체 외국인노동자도 없지 않다.

마치 이곳 쉼터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천연스럽게 대할 때 소신과 신념이 흔들리게 된다. 3천원도 내지 않던 외국인노동자가 5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의 허탈감이란…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게 한다. 출신국 동료끼리 각종 정보를 교환하면서 왜곡된 반응이 나온 것이라 한다.

민간이 이렇게 다문화사회를 향해 힘겹게 분투하고 있을 때, 공기관에서는 비교적 많은 예산을 들여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다. 외국인주민도 주민이지만 고용부나 법무부가 관리한다. 영암군에서는 국적을 취득한 이주민, 취득 예정인 이주민만을 대상으로 다문화사회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부처간 부서간 정책 추진 체계의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등도 영암에서 생활하는 주민이며, 생산을 담당하고 가정에서는 소비의 주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서정현 기획국장·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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