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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1) ‘선돌고개-유둔재’ 구간 종주기(2019. 4. 5)

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1) ‘선돌고개-유둔재’ 구간 종주기(2019. 4. 5)
진달래꽃 향연 감상하며 급경사 오르니 국수봉에
유둔봉 지나자 마침내 무등산 장엄한 자태가 눈앞

누에봉-천왕봉-서석대 연봉들 실루엣으로 다가와
낙엽 쌓인 최고봉 하산길 마치 카페 위 걷는 기분
광주댐 위 400여미터 연봉 아래는 가사문학의 산실

유둔봉 정맥길에서 바라본 무등산
유둔봉 하산길 정맥길에서 바라본 무등산.

재판이 없는 금요일 오후를 이용해 반나절 종주를 하기로 하고 12시 30분에 담양군 대덕면 입석리 선돌고개에 차를 세웠다. 새로 들어선 전원주택들 사이로 마을길을 지나 오른쪽에 있는 등산초입지를 찾는데, 집집마다 개들이 엄청 시끄럽게 짖어댄다. 아마도 주인들은 광주 등에서 직장에 다니는 모양인지, 동네에 인기척은 전혀 없다.

마을 오른쪽 산기슭에 걸린 리본들을 보고 정맥 들머리는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만개한 진달래꽃들의 향연 속에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가끔씩 진달래꽃을 따서 먹어가며 이용복의 ‘어린시절’ 노래가사를 떠올린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에…” 유년시절은 누구에게나 천국과 같은 모습으로 떠오르나 보다.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인생의 고통이란 것은 아직 모르던 시절이 그립다. 30분여를 꽤나 급한 산길을 오르니 국수봉(557m)이 나타난다. 정상에는 통신철탑이 솟아 있고, 그 중간에 ‘준·희’가 ‘호남정맥 국수봉 558.6m’라고 팻말을 붙여 놓았다. 철탑에 매달린 수많은 리본들이 그만큼의 산악회에서 이 산을 다녀갔음을 알리고 있다. 준비한 초콜렛과 연양갱을 하나 먹고 다시 힘을 내어 460봉을 향하여 북진하기 시작했다.

진달래
국수봉 등반길에 만난 진달래꽃. 만개한 진달꽃 향연은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에…” 노래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오늘의 산행에서는 국수봉이 제일 높은 봉우리라서 460봉도 내리막길에 약간 솟아 있는 봉우리에 불과하다. 다만 460봉부터는 담양 창평 들녘을 굽어보는 재미가 있다. 30여분 만에 460봉을 지나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390봉을 지났다. 그런데 이곳에서 활공장으로 내려가는 곳 왼쪽에 큰 독수리 농장이 나온다. 건물 지붕 위에 독수리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지난번 산행부터 매들이 하늘에 자주 보이더니, 위 농장에서 기르는 매와 독수리가 날아 다녔던 모양이다. 위 농장에서는 까치도 같이 키우는지 까치떼들도 많이 보인다. 펼친 독수리의 날개가 3m가 넘어 보여 약간의 공포감마저 생길 정도다. 스틱으로 공중을 경계하며 급히 걸음을 재촉하니 행글라이더 활공장 옆에 인부들이 서너명 쉬고 있다.

419봉의 행글라이더 활공장은 폐쇄된 지 오래이고 그 아래에 있는 활공장에도 “이 지역에서는 항공법에 의해 활공이 금지되어 있다”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장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남성대로 불리는 송정리 공군 비행장과 가까운 통에 행글라이더 활공장이 폐쇄된 것이다. 이곳 근처에는 등산로 곳곳에 하얀 텐트 같은 것이 눈에 띄는데 모두 번호가 새겨져 있다. 처음에 이것이 뭔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벌목한 다음 잘라서 병이 번지지 못하게 포장으로 감싸놓은 것이 마치 야영텐트 같이 보였던 것이다.


나이 드신 아주머니 몇 분이 마다리 푸대를 들고 일을 하고 계셔서 “뭐하시요”라고 물었더니,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가지들을 줍고 있는 중이라고 하신다. 근처에 소나무들이 모두 베어지고 그루터기만 남아 있길래 이상하게 여겼더니, 모두 재선충병에 걸린 거란다. 희한하게도 보통 소나무를 베어내면 송진이 엄청 나오는데,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그루터기는 송진 한 방울 없이 깨끗하다. 아주머니가 “얼마나 빨아 먹어 부렀으면 송진도 안 나오께라우”라고 하신다.

활공장을 내려오니 바로 포장된 도로가 지나는 노가리재가 나온다. 노가리재 위로는 생태이동통로를 설치해 놓아서 도로에 내려서지 않고 계속 산행을 이어갈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정맥길 모두에 고속도로를 포함해서 생태이동통로가 건설되었으면 좋겠다. 동물들도 다니고 나 같은 산꾼도 지하보도를 찾는 고생을 안하게 말이다.

해남터 갈림길
담양 소쇄원에서 까치봉으로 올라가면 닿는 ‘해남터 갈림길’

노가리재에서 450봉과 429봉을 오르는 길은 매우 완만하다. 광주댐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봉우리들을 걷는 셈인데 높이가 대개 400여미터로 일정하다. 3시경 ‘해남터 갈림길’이란 팻말이 서 있는 갈림길에 이르렀다. 이곳은 소쇄원에서 까치봉으로 올라와 닿게 되는 480m의 봉우리다. 짙게 드리운 안개 때문에 소쇄원과 광주호의 풍광을 볼 수 없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식영정, 송강정, 소쇄원 등 가사문학의 산실들이 이 봉우리 아래에 있는 셈이다.

최고봉
최고봉 정상. 봉의 꼬리보다 닭 머리가 낫다는 속담이 어울릴 만한 봉우리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물을 마시며 잠시 쉬다가 최고봉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최고봉은 493m의 높지 아니한 봉우리인데 근처에 봉우리 중에서는 제일 높아서 최고봉이란 이름이 붙었나 보다. 봉의 꼬리보다 닭 머리가 낫다는 속담이 어울릴 만한 이름이다. 최고봉을 지나면서 정맥은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그만그만한 봉우리들을 지나게 되는데 호남정맥 구간 중 가장 걷기 편한 구간이다. 등산로에 맹감나무라고 부르는 청미래 덩굴과 같은 가시나무나 잡목도 없고, 길이 평탄하고 낙엽 위를 걷기 때문에 마치 카펫 위를 걷는 것처럼 편안하다. 왼쪽에 있는 작은 저수지가 외동저수지인데 그곳이 보이는 지점에 새목이재가 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서인지 어디가 재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오르막 능선을 타면 459m인 유둔봉에 이른다. 유둔봉은 유둔재로 이르기 전의 봉우리인데, 정상에 잡목이 우거져 ‘준·희’의 ‘호남정맥 459.3m’란 표지와 수없이 매달린 리본들만이 그곳이 유둔봉임을 알려 줄 뿐이다.

유둔봉
유둔봉 정상 모습. 유둔재로 이르기 전의 봉우리인 유둔봉은 정상에 잡목이 우거져 ‘준·희’의 ‘호남정맥 459.3m’란 표지와 수없이 매달린 리본들만이 유둔봉임을 알려준다.

유둔봉을 지나고도 정맥 길은 지루할 정도로 이어지다가 유둔재 1km 앞 지점부터 갑자기 능선이 아닌 산 옆구리로 하산하는 길이 시작된다. 이곳부터는 임도도 잘 뚫려 있어서 유둔재까지는 급속 행군이 가능하다.

유둔봉을 지나고 철제로 된 2층짜리 산불감시탑이 세워진 438봉을 지날 무렵 안개를 뚫고 드디어 무등산이 그 자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기백산악회 따라서 위 구간을 지났을 때 본 무등산의 모습보다는 못하지만, 그만그만한 400여m의 연봉 위에서 본 무등산은 장엄하기만 하다. 누에봉, 천왕봉, 서석대로 이어지는 연봉들이 안개 속에 실루엣처럼 아스라이 드러난다. 유둔재 조금 못 미쳐 지금은 가사문학면으로 이름이 바뀐 담양 남면 개인택시((061)382-1125)에 전화를 하여 유둔재로 오라고 했다.

오후 5시 15분에 유둔재에 도착하니 무등산 국립공원 안내표지판과 함께 잘 지어진 화장실 건물이 있다. 왼쪽에는 ‘은자네 농장’이란 표지판 아래에 “三思一言”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은자씨는 어디가고 애완견 무리들이 철문 앞까지 달려와 짖어댄다. 트랭글을 종료하고 확인해 보니 4시간 26분만에 14.4km를 걸었고, 평균 속도는 시속 3.2km, 소모된 칼로리는 1,213킬로칼로리라고 나와 있다. 진달래 꽃밭에서 반나절을 보낸 잊지 못할 산행이 이로써 마무리되었다./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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