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생활 편의 향상과 기업활동 증진 자치법규 정비

채경기<광주광역시 법무담당관>

우리나라의 입법권은 국회에 있으며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은 우리 사회와 생활 전반을 관할하며 영향을 크게 미친다. 지방자치에서 나아가 지방분권이 화두인 요즘에 지역 자체의 법은 없는가? 바로 자치법규, 조례가 지역의 ‘법’이다.

일반적으로 자치법규는 조례와 규칙을 가리킨다. 다만 조례는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발의로 지방의회의 입법절차에 의해 제정되나 규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제정하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두고서도 한자 문화의 오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한자로 표기된 어려운 법령 문장을 사용하면서 일반 국민을 법률관계에서 소외시켜온 측면도 있다. 법치국가에서 법 문장은 국민이 쉽게 읽고 이해하여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광주시의 자치법규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4월말 기준 조례와 규칙이 각각 611건과 141건으로 6대 광역시 중에서도 그 수가 많은 편에 속한다.

한편으로는 자치법규가 많다고 하면 언뜻 규제와 통제가 많은 게 아닌가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사무의 기본은 법령으로 명문화되어야만 행정·재정적 지원이 가능하고 물리적 환경과 문화 조성이 가능하다. 결국 그러한 지원 역할을 자치법규가 하고 있다. 즉, 자치법규가 많다는 것을 단순한 양적 수치로 판단하여 통제가 강하다,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고 단정 지을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최근 자치법규에서의 큰 변화라면 7월 1일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사항일 것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장애인복지법 내의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 바뀌었다. 그 배경에는 인본주의적 관점과 인권의 가치를 크게 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을 등급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반성과 기존의 서비스 지원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앞서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지역의 미술관이나 체육시설등을 이용할 때면 이용료 감면대상에 ‘장애인 ○급’이라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장애인복지법이 바로 그 상위법이며 그 상위법에 따라 우리 시 자치법규에서는 미술관, 체육시설, 공공시설 등의 이용료 감면을 규정해 두었다. ‘장애 ○급’이라는 표현 대신 ‘장애의 정도가 심하거나 심하지 않다’로 보다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여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호적법이 폐지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호적법상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 호주제의 경우도 자치법규 내에 남아 있는 호적법 관련규정을 삭제 또는 가족관계등록법상의 용어로 정비하고, 자치법규 영역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식 표기나 어려운 한자어를 이에 대응하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나 쉽게 통용될 수 있는 표현으로 적절하게 대체하여 한꺼번에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사회가 변하고 문화가 변해감에 따라 법규범이 현실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 법규범이 목적성을 가지고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먼저 바뀌는 경우도 있다. 결국에는 앞서거니 뒤따르거니 하면서 법규범은 우리 삶과 함께 할 수밖에 없어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시민들께서도 지금보다 자치법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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