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남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주춧돌 5개의 힘

김은성(전남과학대 교수)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동네 공중목욕탕에 다녀왔다.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뒤늦게 나오신 어머니를 기다리는데 입구 쪽에서 노모(老母) 한 분이 걸어 들어오신다. 동네 지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3대에 걸쳐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온 가족이 출동한 사람들, 어른 아이들의 재잘 거리는 소리까지 시끌벅적 정신없는 광경에도 필자의 눈이 자꾸 노모의 뒤를 좇았다. 한 눈에 보아도 “ㄱ”자 모양으로 굽어버린 노모의 허리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세월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은 올려다 보시는지, 잠은 편히 주무시는지, 혼자서 목욕은 가능하실는지 하는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노모의 씩씩한 걸음걸이에 한시름 놓고 눈길을 거두었다.

우리의 몸은 일반 성인을 기준으로 목뼈 7개, 등뼈 12개, 허리뼈 5개, 엉치뼈 1개, 꼬리뼈 1개로 총 26개의 척추뼈가 지탱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어르신들이 뒷짐을 지거나 토닥거리며 ‘아이고, 허리야’하고 부르는 허리뼈는 단 5개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 인체에서 가장 크고 긴 넙다리뼈가 있기는 하지만 척추뼈의 기능과 힘은 그에 못지않다. 어찌 보면 고작 5개의 뼈가 우리 몸의 형태와 자세를 잡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자세를 곧추 세우고 걸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평소에는 허리뼈에 관심도 없다가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잘 알려진 ‘허리뼈 추간판 탈출증’으로 통증이 생기고 심하게는 걷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허리를 돌보지 않았던 과거를 후회한다. 하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만시지탄이다. 건강한 허리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첫째,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바쁜 것이 미덕이고 자랑처럼 여기지만 적절한 쉼 없는 달리기는 절대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기억하자. 바로 누울 때는 무릎 아래에 얕은 쿠션이나 베개를 두어 다리를 세우는 것이 좋다. 옆으로 누울 때에도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우고 누워야 척추뼈가 제대로 정렬된다. 앉은 자세에서는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 등받이 쪽으로 밀착시켜 바른 자세로 앉는다. 장시간 서 있는 경우에는 자세를 바꾸거나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것이 좋다. 또는 낮은 받침대에 한쪽 발을 번갈아가며 올려놓으면 무게중심을 이동시킬 수 있어 좋다.

둘째, 물건을 들어 올리는 요령이 있다. 사실,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에는 직접 드는 방법보다는 밀고 가는 방법이 좋다. 하지만 부득이 들어 올려야 할 때에는 최대한 몸에 가깝게 물건을 들도록 하자. 바닥 아래에 있는 물건은 허리만 굽혀 들어올리기 보다는 무릎을 굽히고 몸 전체를 낮추어 물건을 들어올린다. 물건을 든 상태에서 돌아서야 할 경우에는 몸보다 다리를 먼저 돌리고 갑자기 들어 올리거나 비틀지 않는다.

셋째, 적절한 운동은 필수불가결한 법칙이다. 적절한 운동은 허리건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당했을 때 ‘덜’ 다치도록 하는 예방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허리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은 물론이고 복근 형성을 위한 운동을 겸하는 것이 좋다. 코어의 힘이 강해져야 허리를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복근 강화 운동을 하려하지 말고 바른 자세로 걸으면서 아랫배에 힘을 주고 걷거나 평소 숨을 내쉴 때 복식 호흡을 하는 것도 간단한 방법 중 하나이다.

사실 듣고 보면 진즉에 알고 있었던 사실이거나 ‘겨우 이정도야?’할 정도의 간단한 방법들이다. 중요한건 ‘아는 것’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습관과 사소한 생활 태도가 건강한 허리를 만들고 때 늦은 후회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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