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영선수단이 광주에 와야 할 이유

최영태(전남대 교수·광주평화손잡기운동 상임공동대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수영대회에 참가를 신청한 국가는 193개국이고 참가선수는 2,995명이다. 참가국과 참가 선수 숫자 모두 역대 최고이다. 양적으로만 최고인 게 아니다. 2017년 부다페스트 7관왕인 미국의 카엘렙 드레셀(Caeleb Dressel)과 케이티 레데키(Katie Ledecky), 중국의 쑨양(Sun Yang) 등 세계적 스타들이 광주대회에 대거 출전한다. 게다가 광주수영대회 참가자에게 2020년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의 43%가 배정되어 있다. 양적·질적 모두에서 광주수영대회는 충분히 성공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허전한 게 있다. 같은 민족이자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북한이 아직도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 때문이다. 엔트리 최종 마감은 7월 3일로 끝났다. FINA(국제수영연맹)와 광주시가 12일 개막식이 열리는 날까지도 북한의 참가를 계속 기다리겠다고 밝혀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지만 아쉽기 짝이 없다. 국가, 단체, 개인 모두 상호관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예측가능성인데 말이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한국정부가 남북 간 관계증진을 위해 구체적 행동으로 보인 것은 별로 없다. 남한 정부는 식량지원 등 인도적 행위까지도 늦장을 부렸으며, 게다가 그것마저 미국과 협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분명 ‘6·15공동선언’이나 ‘4·27판문점 선언’에서 밝힌 ‘민족 자주의 원칙’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북한은 지금 남한을 완전히 미국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다. 북한이 광주수영대회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간과한 게 있다. 지금의 국제적 조건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북한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의 우방이자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북한제재에 관한 국제적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출현하기 전 한반도 상황을 상기해보자.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이명박)가 트럼프, 김정은과 한 팀이 되었다면 한반도에서 지금과 같은 평화가 가능했겠는가? 김정은·트럼프의 판문점 회동이 가능했겠는가?

일본 아베 총리는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전략 품목들이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남북문제를 악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변덕스러움은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미국의 ‘네오콘’들이 언제 어느 때 북미관계를 흔들지 모른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구소련)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1990년대 초 북한이 고립될 게 뻔히 예측됨에도 남한과 전격적으로 수교해 버렸고 이 때문에 북한이 두 나라를 지금도 불신하고 있지 않은가.

국가 간의 이런 냉혹한 관계를 감안할 때 그래도 북한이 가장 믿고 신뢰해야 할 국가는 남한이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북한과 가장 많은 경제교류를 할 나라도 남한이다. 남북한 모두 국제정세에 구애받지 않고 6.15공동선언과 4.27판문점선언에서 밝힌 ‘민족자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최소한 스포츠 분야에서만은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임을 전 세계에 과시해야 한다. 수영대회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하면서 주변 국가들이 어떤 방해공작을 펼치더라도 ‘우리는 하나다’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민족자주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 수영대회의 타이틀은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이다.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면서 ‘우리는 하나이다’고 외치고 싶다. 광주시민사회는 7월 18일 조대 수영장에서 5.18광장까지 광주시민과 수영대회에 참가한 각국 선수단이 함께 참여하는 ‘광주평화손잡기’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선수단도 이 행사에 참여하여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서 광주시민과 한민족의 평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북한선수단의 참여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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