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최혁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

광주시교육청의 ‘미투칼춤’

최혁(남도일보 주필)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 ‘미투’(me too)에 연루된 일부 교사들의 처벌과 관련해 최근 광주시교육청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절대 권력은 공정하지 않다’라는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4일 미투관련 교사들이 소속된 학교에 해당교사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 징계처분이 시교육청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법부의 불기소처분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사법부가 ‘혐의없다’고 판단한 교사들에 대해서도 시교육청은 ‘죄가 중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무더기로 해임처분을 내렸다.

절대 권력이 지닌 속성 중의 하나는 독선이다. 부정적 의미의 유아독존(唯我獨尊)이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은 ‘흠이 없다’(無誤謬)는 미망(迷妄)에 취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이 대중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광주교육을 좌지우지해온 장휘국 교육감과 그 측근들은 이 ‘무오류의 착각’에 빠져있다. 학생들이 써낸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움직일 수 없는 절대적 증거’로 삼아 위험하고도 오만한 ‘미투 칼춤’을 추고 있다. 객관성은 결여돼 있고 주관적인 판단만 있다.

우리 사법체계는 3심(三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피의자에 대한 변론권을 보장하고 있다. 경찰의 조사에 기초한 검찰의 기소와 법정진술, 변호를 통해 죄의 유무·형량이 결정된다. 아무리 중한 죄를 저지른 혐의자에 대해서도 진술과 변호가 이뤄진다. 그런데 시교육청의 미투조사에서는 학생들의 증언만 중요하게 간주되고 관련 교사들의 진술과 해명은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은 “사립학교법 규정에 따라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 했으니 우리는 중징계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공교육의 세 가지 요소는 교육행정과 교사, 학생일 것이다. 그런데 미투 국면에서 드러난 시교육청의 인식은 시교육청과 학생만 존재하고 있다. 교사들의 인권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하기야 ‘학생들만 바라보겠다’고 선언했으니 교사들은 안중에 없는 것이 당연하겠다. 학생들이 써낸 주장을 절대근거로 삼아 미투관련 교사처벌에 나선 것은 공정성을 상실한 것이다. 어떤 사건이든 ‘언제·어디서·누가·무엇을·어떻게·왜’라는 ‘5W1H’가 있게 마련이다. 사건발생의 개요와 원인,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기본 요소다.

그런데 시교육청의 학생전수조사 방식에는 가장 중요한 ‘왜’(WHY)가 빠져있다. 전후사정상 교육적 차원에서 한 말이 분명한데도 거두절미하고 특정부분의 말만 콕 찍어내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령 ‘외설광고를 보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A교사의 발언은 포털사이트에 수시로 노출되고 있는 ‘야한광고들의 문제점’을 적시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A교사가 그런 말을 했다고 적어내자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라고 문제를 삼고 있는 식이다.

그런 발언이 나온 교육적 배경이나 전후관계에 대한 면밀한 이해, 사실관계 파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인상이 짙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과도한 징계요구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성희롱이 명백한 것도 있지만 교육적 차원의 지적까지도 성희롱으로 간주해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독선이다. 광주 교육계의 미투처벌이 일부 억울한 교사들에게는 ‘망나니 칼춤’이 되고 있는 이유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유럽에서는 마녀사냥 열풍이 불었다. 400여 년 동안 계속된 마녀재판에서 20만~50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된 사람 절대다수가 여성들이었다.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했다. 결백증명에 사용된 시험들은 바늘시험(Nadelprobe), 불시험(Feuerprobe), 물시험(Wasserprobe)들이었는데 ‘마녀라는 결론’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사람들은, 마녀는 피가 없고, 불속을 걸을 수 있고, 물은 깨끗한 것이기에 마녀를 내친다(물에 뜨게 된다)고 믿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바늘로 찌르면 피가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 불속으로 들어가면 타죽을 수밖에 없다. 요행히 온몸에 화상을 입고 살아나온다 해도 마녀의 도움을 받았기에 나올 수 있었다며 죽임을 당했다. 물에 빠져 죽으면 마녀가 아니었고, 물에 뜨면 마녀라 간주돼 사형 당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었다. 1950년 미국의 공직자 5천300명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매장시킨 ‘메카시선풍’도 똑같은 광기(狂氣)가 초래한 비극이었다. 광주시교육청의 균형 잃은 ‘미투칼춤’은 나중에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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