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에 연매출 6천만원…촉망받던 엔지니어 출신

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8>장성 김동욱·이은주씨 부부
뇌출혈로 죽을 고비 넘기고 처가 行…딸기로 제2의 인생
1년차에 연매출 6천만원…촉망받던 엔지니어 출신
헤어디자이너 딸까지 아버지 위해 함께 귀농 결심
비닐하우스 신설부터 작물 유통까지 멘토 도움 커
마을 행사 적극 참여… 귀농협의회 노래자랑 1등도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서 3천104㎡(930평)규모의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연블리Berry 김동욱(55)대표..

귀농 1년차에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안정적인 수입까지 올리고 있는 딸기(양액재배) 농사꾼.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서 3천104㎡(930평) 규모의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연블리Berry 김동욱(55)·이은주(45·여)씨 부부다. 김씨 부부는 지난 2017년 10월 장성군에 터를 잡아 바로 다음해인 2018년 6천여만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성공의 비결로 귀농멘토의 역할을 꼽았다. 갑작스레 귀농을 결정한 터라 농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김씨는 대부분의 농업에 멘토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단체에 가입하고, 한달에 한 번 마을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딸기 수확이 끝나고 육묘작업이 한창인 ㈜연블리Berry 김동욱·이은주씨 부부 농가.

▶두번의 뇌출혈 두번의 수술

귀농 하기 전 김씨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자동화기계를 설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약 7년간 중국에서 일을 하는 등 해외로 진출해 능력을 펼쳤다. 오랜 타지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씨는 후배와 함께 개인 사업장을 꾸려 점점 규모를 키워나갔다. 그렇게 승승장구 하던 중 2015년 여름, 갑자기 머리가 아파 근처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뇌지주막하출혈(뇌동맥의 꽈리가 터져서 생기는 경우)이었다. 뇌지주막하출혈은 수술 성공확률이 매우 적어 병원으로 이송중에 사망하거나, 수술 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있다. 이같은 긴박한 상황에도 김씨는 기적적으로 수술을 잘 마쳤고, 후유증도 크게 없었다. 한번의 고비를 넘긴 것이었다. 일상생활도 큰 무리없이 해낼 정도로 회복 한 김씨는 다시 일터로 복귀했지만 약 1년만에 수술을 받은 부분에 다시 재발의 조짐이 보여 두번째 수술을 진행했다.

그의 아내 이은주씨는“첫번째 수술 때는 출혈이 심해 수술을 해도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을 들었고, 두번째 수술때는 수술 부위가 너무 커 머리를 완전히 열고 수술을 진행했다”며 “당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말을 더듬고 기억력이 많이 나빠지는 등 후유증이 남아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힘들었다. 대안으로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던 중 당시 18개월인 늦둥이 아들의 육아 문제도 고려해 이은주씨의 고향인 장성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헤어디자이너로 꿈을 키우던 김씨의 장녀는 부모님의 농촌행을 적극 응원하며 부모님과 함께 귀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버지를 잃을 뻔한 아찔한 기억 때문에 곁에 있고 싶다는 이유에서 였다.
 

양액재배로 수확한 딸기는 모양과 크기가 일정해 공판장에서도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재배부터 판매까지 멘토링

장성군 진원면으로 귀농한 김씨 가족은 바로 다음 해인 2018년 6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귀농한지 1년도 채 안돼서 재배부터 판매까지 모두 안정권에 들어선 것이었다. 김씨는 성공의 비결로 멘토의 역할을 꼽았다.

갑작스레 귀농을 결정해 준비가 부족했고, 오랜기간 도시 생활을 했던터라 농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김씨는 천천히 배우자는 마음으로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다. 다행히 센터는 새내기 귀농인들을 위해 고참 귀농인과 연결을 지어 주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김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귀농 8년차인 이장호(54)멘토를 만났다. 이멘토는 아직 딸기 하우스도 짓지 않은 김씨 농가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농가를 방문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지도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농사를 시작했지만 이 멘토의 진심어린 조언과 따끔한 충고 덕분에 첫 수확에서 6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멘토가 작물의 재배 방법과 유통, 하우스 신설 등 농사에 대한 모든것을 알려줬고, 매일 우리 농가를 방문하며 사소한 부분까지도 조언을 해줘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며 “우리 부부는 멘토를 이느님(이장호+하느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도움을 많이 주는 고마운 분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액재배로 키운 딸기는 허리 높이에서 재배할 수 있어 작업 여건이 비교적 좋다.

▶마을 행사 적극…노래자랑 1등도

김씨 부부는 마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은주씨의 작은 아버지가 마을 이장직을 맡고 있어 비교적 텃세는 적었지만, 노력하지 않고 인정 받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마을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한달에 한 번씩 마을 주민들이 모여 반상회를 할 때면 음식 등을 준비해 함께 나눠 먹었으며, 장성군 귀농귀촌 협의회·한국여성농업인 협회·진원면 딸기 작목반 등의 단체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또한 아내 이은주씨는 특유의 흥이 넘치는 성격으로 2018년 장성군귀농귀촌인협의회에서 주관한 노래자랑에서 1등 수상의 영예를 안아 마을 주민들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씨는“매년 협의회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노래자랑을 하는 등 행사를 진행하는데 주민들과 더 친해질겸 행사에 참여했다”며 “애창곡인 금잔디의 ‘오라버니’라는 노래를 불러 주민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귀농의 시작은 농업기술센터

김씨는“작물 선택은 농업기술센터의 조언을 받고, 귀농 할 지역은 연고가 있는 곳이 좋다”며 예비 귀농인들에게 조언했다. 그는“각 지역마다 농업기술센터가 있는데 해당 센터에서 먼저 상담을 받아보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미리 경험을 해본 뒤 귀농을 하는 것이 순서”라며 “연고가 있는 지역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없다면 센터를 통해 미리 마을 주민들과 만나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작물과 지역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기술센터의 도움을 적극 권장했다.

한편, 그는 내년까지 하우스 1동을 추가로 신설해 같이 귀농한 딸도 함께 농장 운영에 적극 참여시켜 온 가족이 함께 꾸려가는 농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동욱 대표의 요청에 따라 동영상은 싣지 않습니다. 글/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사진/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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