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철 광주마당 이사장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시민이 함께 만드는 광주시의 공공정책
이민철(광주마당 이사장)

올해 5월 21일 진행된 광주시민총회에는 여러 지역의 방문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천에서는 대규모 방문단이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고, 서울시와 경남 등 여러 지역에서 공무원과 활동가들이 광주를 찾았다.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공공정책 마당인 ‘광주시민총회’와 ‘시민정책마켓’을 보러 온 지자체 공무원들과 활동가들이었다.

시민들이 정책을 제안하는 광주시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 ‘바로소통’이 올해 3월 20일 문을 열었다. 제안이 100명 이상의 공감을 얻으면 토론 단계에 들어가고, 1천명 이상이 참여한 의제는 ‘시민권익위원회’에 상정된다. 행정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협치기구인 ‘시민권익위원회’는 실행방안을 논의한다. 실행이 어려운 의제는 제안자와 시민들이 납득하도록 설명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 온라인에서 시민참여예산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것은 아직이지만 제안과 전체 내용을 보는 것은 가능해졌다. 나머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이를 위해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조례’는 한 달 앞선 지난 2월 20일, 광주광역시의회를 통과했다. 이 조례에 의하면 시민권익위원회는 앞으로 ‘온라인 민주주의 플랫폼을 통한 정책제안 실행방안 마련’ 뿐 아니라 ‘시민 권익보호를 위한 주요정책 검토 및 의견 제시’, ‘시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 등을 추진하게 된다. 시민들의 정책 제안이 숙의와 협치를 통해 실행되는 제도적 과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엔 시민권익위원회 10차 전원회의에서 온라인플랫폼과 시민총회의 안건들을 다뤘다. 시민들의 과반 지지를 얻은 4개 의제에 대한 추진을 결정하고 실행방안을 광주시와 교육청에 권고했다. 광주시와 교육청은 한 달 이내에 권고에 대한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실행이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플랫폼이 좋은 플랫폼이 아니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이 좋은 플랫폼이다. 얼마나 많은 의제가 제안될 것인가? 그 중에 몇 건이 시민권익위원회의 의제가 되고, 그 중 몇 건이 실행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전국 대부분의 광역 자치단체에서 온라인플랫폼을 만들지만 취지대로 운영되는 곳은 아직 없다. 광주시도 민선 6기부터 만들어 운영했지만 시민들의 참여 정도는 미미했다. 결국 활성화가 관건이다.

올해 7월 2일엔 지역문제해결 협업플랫폼인 ‘광주사회혁신플랫폼’이 출범했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기관-단체는 물론이고, 광주시, 광주시의회, 공공기관·공기업,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조직이다. 올해는 광주시, 대구시, 대전시, 경상남도, 충청북도, 강원도 등 여섯 곳에 만들어지는데 광주에서 가장 먼저 출범식을 치렀다.

‘광주시민총회’와 ‘광주시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은 시민이 광주시에 문제 해결을 청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에 사회혁신플랫폼은 관련 주체들이 협업을 통해 직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실행플랫폼이다. 협업과 사회문제 해결이 키워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행정이나 의회의 힘만으로는, 시민사회나 기업의 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회혁신 성과 안에는 소통과 협업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의제를 제안하고,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것은 모든 주체가 가능하다. NGO, 사회적 경제, 사회복지, 마을, 청소년 등 여러 영역에서 이미 많은 의제가 제안되었다. 광주시, 광주시의회, 공공기관, 공기업에서도 함께 해결하고 싶은 의제를 제안할 수 있다. 제안자들을 중심으로, 또는 사회혁신가들을 중심으로 의제 해결팀이 만들어지고, 실행계획을 만들어서 필요한 자원이 연계되면 실행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이나 광주시민총회, 시민정책마켓에 제안된 의제 중 시민들의 공감이 높고 모두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꼭 실행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민들이 참여할 맛이 난다. 사회혁신플랫폼은 시민권익위원회나 행정이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의제를 협업을 통해 해결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다. 여러 참여제도와 플랫폼이 서로를 보완하며 시민들이 효능감을 맛볼 수 있도록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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