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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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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3부 5장 만포진 첨사<378>


모문룡을 때려 잡으면 명으로부터 후사를 받고, 후금으로부터도 치사를 받는다. 조선은 조선대로 약탈을 일삼는 자를 잡으니 좋은 일이다. 그야말로 일전쌍조(一箭雙?)로서, 화살 하나를 날려서 동시에 두 마리의 꿩을 잡는다, 그것 되는 장사였다.

“허면 깊숙이 쳐박힌 그 자를 끌어낼 방도가 없겠는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놈인데...”

하세국이 잠시 생각하는 듯 머리를 굴리더니 대답했다.

“뭔가 하나는 짚이는 게 있습니다.”

“무엇이오.”

“춘월이라는 기생의 행방을 찾으면 됩니다. 모문룡이 춘월이에게 많은 보석과 은을 갖다 주어도 걷어차버렸는데, 하도 미친 듯이 쫓아댕기니까 행방을 감춰버렸다누마요.”

“그 많은 재물을 주는데도 외면하는 이유가 뭔가?”

“모문룡이란 자,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하룻밤을 지내려면 여자가 곤죽이 되어 반은 죽어나온다고 합넨다. 짐승 냄새도 아니고, 생선 썩은 냄새도 아니고, 하여간에 한시도 같이 있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갖 금은보화도 싫다는 것이지요. 기생이란 하룻밤 풋사랑이라도 정분이 가야지요. 마음에 들면 앗싸리하게 자기것 다 내주고 긴긴밤 새는 종자들 아닌가요. 헌데 춘월이란 애는 강계 출신으로서 몸이 백옥같고, 이목구비가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수려하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그 자를 잡기 위해서는 춘월이라는 덫을 놓아야 하는데, 춘월이를 나에게 데려다 줄 수 없겠소?”

“거처지를 알아야 데려오지요.”

“국경에서 통변사로 일하고 있다면 조선 간자들이나 중국 간자들과 소통하는 사람이 아니오? 그런 정보 하나 캐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오? 이번 일을 제대로 하면 중인 계급의 역관이 아니라 두 계단 승진이 되도록 조치하겠소. 사노 출신 어미도 면천(免賤)해 드리겠소.”

하세국이 금방 허리를 굽신하며 말했다.

“한이 많습니다. 어머니가 본의아니게 노비가 되니 저희 또한 노비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한많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라를 위해서 일할 기분이 나겠습니까. 다행히도 정 첨사 나리를 만나니 쬐끔 힘이 납니다. 내가 그 아비의 집을 압니다. 그 아비나 어미를 구스르면 소식을 캐낼 수 있겠지요.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정충신이 그렇게 하라고 이르고, 그 이틀 후 저녁 정확하게 하세국으로부터 전통이 날아왔다.

-춘월이는 초산 위쪽 압록강 남안의 연풍 나루터 객주집에 있습니다. 이름도 추선으로 바꾸어서 기생 노릇을 하고 있는데 주로 되놈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만포진에서 연풍 나루까지는 육십리 길이었다. 준마가 시간 반 정도 달리면 당도하는 길이었다. 정충신이 다이샨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호마(胡馬)를 단숨에 올라타 말 채찍을 휘둘렀다. 연풍 나루에 당도하니 해시(밤 9시-11시) 무렵이었다. 정충신은 추선이 있는 객주집에 이르렀다. 사동을 불러 두둑하게 용돈을 주고 물었다.

“나는 첨사 어른이다. 추선이를 불러줄 수 있는가.”

변경에서 첨사 벼슬이라면 백성들 누구나 껍벅 죽는 신분이다. 어린 사동이 금방 알아차리고 네네, 했다. 이런 거물 고객이 온다면 추선 누나도 좋고, 자기 자신도 좋을 것이다. 산같이 우람한 명마를 타고 온 신분이니 자신도 공연히 우쭐해지는 기분이 된다.

“따뜻한 방을 하나 다고. 그리고 추선을 불러오렸다.”

“네네. 여부가 있겠나이까.”

방으로 안내되어 정좌하고 있는데, 한식경 후 여인이 들어섰다. 바라보자 정충신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대부가 보아도 침을 질질 흘릴 절색의 미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어서 앉게. 추선이라고?”

“네, 추선 인사드리옵니다.”

추선이 다리를 모두어 앉더니 곱게 절을 하였다. 동백기름 향내가 은은하게 그녀 머리에서 풍겨나왔다.

“한 상 가득 차려오렸다.”

추선이 사동에게 알리자 사동이 술청으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전했다.

“제일 좋은 요리로 한 상 차려 올리랍니다.”

술청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정충신이 추선에게 말을 건넸다.

“과연 이목구비가 시원하고, 목이 길어서 우아하이. 그 눈에 첨벙 빠져들어도 소원이 없겠네.”

초선이 입을 가리고 얌전히 웃었다. 웃는 볼에 볼우물이 패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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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문룡을 때려 잡으면 명으로부터 후사를 받고, 후금으로부터도 치사를 받는다. 조선은 조선대로 약탈을 일삼는 자를 잡으니 좋은 일이다. 그야말로 일전쌍조(一箭雙?)로서, 화살 하나를 날려서 동시에 두 마리의 꿩을 잡는다, 그것 되는 장사였다.

“허면 깊숙이 쳐박힌 그 자를 끌어낼 방도가 없겠는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놈인데...”

하세국이 잠시 생각하는 듯 머리를 굴리더니 대답했다.

“뭔가 하나는 짚이는 게 있습니다.”

“무엇이오.”

“춘월이라는 기생의 행방을 찾으면 됩니다. 모문룡이 춘월이에게 많은 보석과 은을 갖다 주어도 걷어차버렸는데, 하도 미친 듯이 쫓아댕기니까 행방을 감춰버렸다누마요.”

“그 많은 재물을 주는데도 외면하는 이유가 뭔가?”

“모문룡이란 자,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하룻밤을 지내려면 여자가 곤죽이 되어 반은 죽어나온다고 합넨다. 짐승 냄새도 아니고, 생선 썩은 냄새도 아니고, 하여간에 한시도 같이 있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갖 금은보화도 싫다는 것이지요. 기생이란 하룻밤 풋사랑이라도 정분이 가야지요. 마음에 들면 앗싸리하게 자기것 다 내주고 긴긴밤 새는 종자들 아닌가요. 헌데 춘월이란 애는 강계 출신으로서 몸이 백옥같고, 이목구비가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수려하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그 자를 잡기 위해서는 춘월이라는 덫을 놓아야 하는데, 춘월이를 나에게 데려다 줄 수 없겠소?”

“거처지를 알아야 데려오지요.”

“국경에서 통변사로 일하고 있다면 조선 간자들이나 중국 간자들과 소통하는 사람이 아니오? 그런 정보 하나 캐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오? 이번 일을 제대로 하면 중인 계급의 역관이 아니라 두 계단 승진이 되도록 조치하겠소. 사노 출신 어미도 면천(免賤)해 드리겠소.”

하세국이 금방 허리를 굽신하며 말했다.

“한이 많습니다. 어머니가 본의아니게 노비가 되니 저희 또한 노비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한많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라를 위해서 일할 기분이 나겠습니까. 다행히도 정 첨사 나리를 만나니 쬐끔 힘이 납니다. 내가 그 아비의 집을 압니다. 그 아비나 어미를 구스르면 소식을 캐낼 수 있겠지요.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정충신이 그렇게 하라고 이르고, 그 이틀 후 저녁 정확하게 하세국으로부터 전통이 날아왔다.

-춘월이는 초산 위쪽 압록강 남안의 연풍 나루터 객주집에 있습니다. 이름도 추선으로 바꾸어서 기생 노릇을 하고 있는데 주로 되놈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만포진에서 연풍 나루까지는 육십리 길이었다. 준마가 시간 반 정도 달리면 당도하는 길이었다. 정충신이 다이샨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호마(胡馬)를 단숨에 올라타 말 채찍을 휘둘렀다. 연풍 나루에 당도하니 해시(밤 9시-11시) 무렵이었다. 정충신은 추선이 있는 객주집에 이르렀다. 사동을 불러 두둑하게 용돈을 주고 물었다.

“나는 첨사 어른이다. 추선이를 불러줄 수 있는가.”

변경에서 첨사 벼슬이라면 백성들 누구나 껍벅 죽는 신분이다. 어린 사동이 금방 알아차리고 네네, 했다. 이런 거물 고객이 온다면 추선 누나도 좋고, 자기 자신도 좋을 것이다. 산같이 우람한 명마를 타고 온 신분이니 자신도 공연히 우쭐해지는 기분이 된다.

“따뜻한 방을 하나 다고. 그리고 추선을 불러오렸다.”

“네네. 여부가 있겠나이까.”

방으로 안내되어 정좌하고 있는데, 한식경 후 여인이 들어섰다. 바라보자 정충신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대부가 보아도 침을 질질 흘릴 절색의 미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어서 앉게. 추선이라고?”

“네, 추선 인사드리옵니다.”

추선이 다리를 모두어 앉더니 곱게 절을 하였다. 동백기름 향내가 은은하게 그녀 머리에서 풍겨나왔다.

“한 상 가득 차려오렸다.”

추선이 사동에게 알리자 사동이 술청으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전했다.

“제일 좋은 요리로 한 상 차려 올리랍니다.”

술청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정충신이 추선에게 말을 건넸다.

“과연 이목구비가 시원하고, 목이 길어서 우아하이. 그 눈에 첨벙 빠져들어도 소원이 없겠네.”

초선이 입을 가리고 얌전히 웃었다. 웃는 볼에 볼우물이 패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3부 5장 만포진 첨사<378>

모문룡을 때려 잡으면 명으로부터 후사를 받고, 후금으로부터도 치사를 받는다. 조선은 조선대로 약탈을 일삼는 자를 잡으니 좋은 일이다. 그야말로 일전쌍조(一箭雙?)로서, 화살 하나를 날려서 동시에 두 마리의 꿩을 잡는다, 그것 되는 장사였다.

“허면 깊숙이 쳐박힌 그 자를 끌어낼 방도가 없겠는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놈인데...”

하세국이 잠시 생각하는 듯 머리를 굴리더니 대답했다.

“뭔가 하나는 짚이는 게 있습니다.”

“무엇이오.”

“춘월이라는 기생의 행방을 찾으면 됩니다. 모문룡이 춘월이에게 많은 보석과 은을 갖다 주어도 걷어차버렸는데, 하도 미친 듯이 쫓아댕기니까 행방을 감춰버렸다누마요.”

“그 많은 재물을 주는데도 외면하는 이유가 뭔가?”

“모문룡이란 자,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하룻밤을 지내려면 여자가 곤죽이 되어 반은 죽어나온다고 합넨다. 짐승 냄새도 아니고, 생선 썩은 냄새도 아니고, 하여간에 한시도 같이 있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갖 금은보화도 싫다는 것이지요. 기생이란 하룻밤 풋사랑이라도 정분이 가야지요. 마음에 들면 앗싸리하게 자기것 다 내주고 긴긴밤 새는 종자들 아닌가요. 헌데 춘월이란 애는 강계 출신으로서 몸이 백옥같고, 이목구비가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수려하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그 자를 잡기 위해서는 춘월이라는 덫을 놓아야 하는데, 춘월이를 나에게 데려다 줄 수 없겠소?”

“거처지를 알아야 데려오지요.”

“국경에서 통변사로 일하고 있다면 조선 간자들이나 중국 간자들과 소통하는 사람이 아니오? 그런 정보 하나 캐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오? 이번 일을 제대로 하면 중인 계급의 역관이 아니라 두 계단 승진이 되도록 조치하겠소. 사노 출신 어미도 면천(免賤)해 드리겠소.”

하세국이 금방 허리를 굽신하며 말했다.

“한이 많습니다. 어머니가 본의아니게 노비가 되니 저희 또한 노비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한많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라를 위해서 일할 기분이 나겠습니까. 다행히도 정 첨사 나리를 만나니 쬐끔 힘이 납니다. 내가 그 아비의 집을 압니다. 그 아비나 어미를 구스르면 소식을 캐낼 수 있겠지요.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정충신이 그렇게 하라고 이르고, 그 이틀 후 저녁 정확하게 하세국으로부터 전통이 날아왔다.

-춘월이는 초산 위쪽 압록강 남안의 연풍 나루터 객주집에 있습니다. 이름도 추선으로 바꾸어서 기생 노릇을 하고 있는데 주로 되놈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만포진에서 연풍 나루까지는 육십리 길이었다. 준마가 시간 반 정도 달리면 당도하는 길이었다. 정충신이 다이샨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호마(胡馬)를 단숨에 올라타 말 채찍을 휘둘렀다. 연풍 나루에 당도하니 해시(밤 9시-11시) 무렵이었다. 정충신은 추선이 있는 객주집에 이르렀다. 사동을 불러 두둑하게 용돈을 주고 물었다.

“나는 첨사 어른이다. 추선이를 불러줄 수 있는가.”

변경에서 첨사 벼슬이라면 백성들 누구나 껍벅 죽는 신분이다. 어린 사동이 금방 알아차리고 네네, 했다. 이런 거물 고객이 온다면 추선 누나도 좋고, 자기 자신도 좋을 것이다. 산같이 우람한 명마를 타고 온 신분이니 자신도 공연히 우쭐해지는 기분이 된다.

“따뜻한 방을 하나 다고. 그리고 추선을 불러오렸다.”

“네네. 여부가 있겠나이까.”

방으로 안내되어 정좌하고 있는데, 한식경 후 여인이 들어섰다. 바라보자 정충신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대부가 보아도 침을 질질 흘릴 절색의 미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어서 앉게. 추선이라고?”

“네, 추선 인사드리옵니다.”

추선이 다리를 모두어 앉더니 곱게 절을 하였다. 동백기름 향내가 은은하게 그녀 머리에서 풍겨나왔다.

“한 상 가득 차려오렸다.”

추선이 사동에게 알리자 사동이 술청으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전했다.

“제일 좋은 요리로 한 상 차려 올리랍니다.”

술청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정충신이 추선에게 말을 건넸다.

“과연 이목구비가 시원하고, 목이 길어서 우아하이. 그 눈에 첨벙 빠져들어도 소원이 없겠네.”

초선이 입을 가리고 얌전히 웃었다. 웃는 볼에 볼우물이 패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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