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 남도일보 상무의 남도 섬이야기
■신안 다이아몬드 섬
다양한 볼거리와 힐링거리 가득한 ‘천사의 섬’
암태·팔금·안좌·자은 4개 섬 천사대교로 연결
여인송·중노두 전설 등 곳곳에 이야기거리 가득
남구장애인복지관 장애우와 함께 특별한 봉사여행
인간의 기원을 신에게 전하는 천사처럼 활력 제공

천사대교.
자은도 백길해수욕장 전경.
자은도 분계해수욕장 송림에 있는 여인송.
안좌도의 퍼플교, 앞 섬은 박지도.
자은도 백길해변의 풍광.
남도섬사랑회원과 남구장애인복지관 장애우들이 해변 백사장에서 공놀이를 즐기고 있다.
남구장애인복지관과 함께하는 남도섬사랑 해양쓰레기환경정화봉사 기념촬영.

◇동행하는 천사섬의 고향

천사라면, 날개 달린 아기천사가 떠오르지만 이제 전남 신안군이 떠오르게 되었다. 천사섬의 고향이다. 험한 뱃길로 이어진 섬에서 하루하루 안녕을 기원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섬사람들의 고장 신안군이 이미지변신 하고 있다.

도서(섬)로만 이뤄진 국내 유일의 자치단체 신안군. 섬 수는 간척과 매립으로 인해 수시로 바뀌지만 공식적으론 유·무인도 합하여 827개라 하고, 신안군에서는 갯바위 포함 1025개 섬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섬의 30%를 점하고 있는 신안군이 ‘천사의 섬’을 내세웠다.

남도섬사랑모임 12번째 남도 섬여행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동행했다. 10.8Km(해상길이 7.2km)의 우리나라 네 번째로 긴다리 천사대교를 넘어 천사의 섬을 찾아갔다. 천사대교는 우리나라 최초로 현수교와 사장교 공법을 결합하여 2019년 4월 개통하였는데 주탑 꼭대기에 다이아몬드 모양이 보인다. 신안의 다이아몬드 군도를 연결하는 중심다리임을 상징한듯하다.

현재는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등 4개의 큰섬이 머리와 꼬리를 맞대고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만, 머지않아 장산도, 신의도, 하의도, 도초도, 비금도 등 인근 5개의 큰섬까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함께 연결하여 9개 큰섬이 연결되는 신안의 다이아몬드 군도가 완성된다고 한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 송공항 인근에서 시작되는 천사대교는 암태면 오도항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오도항은 포토존이 되어 많은 관광객이 머무는 곳이 되었다.

송기숙교수의 소설로도 알려진 ‘암태도’는 일제시기 쌀 농사를 위해 조그만 섬들을 연결한 간척사업을 많이 벌였던 곳이었다.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이 면소재지 중간에 건립되어 있다. 천사대교 개통 이후 에로스 서각 박물관도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팔금도와 자은도로 나뉘는 기동리 삼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암태도의 해변 추포 해수욕장과 추포 노두길도 지척인 곳이다. 갈림길엔 암태도의 상징처럼 유명세를 탄 담벼락의 초대형 노부부 얼굴 그림이 반갑게 맞아준다.

◇백사장과 송림에서 잊지 못할 힐링시간

우리나라 열네번째이자, 신안군에서 가장 큰 섬, 자은도는 아름다운 해변들이 즐비하다. 피신해온 명나라 장수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고 목숨을 건지게 해준 자애로운 섬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자은도(慈恩島)는 9개의 백사장 길을 잇는 ‘해사랑길’ 표지가 곳곳에 보인다.

비단 같은 모래, 완만한 해변, 깨끗한 바다로 치자면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중 ‘백길 해수욕장’이 으뜸이다. 해변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양 끝의 ‘직녀성전망대’, ‘견우성 전망대’ 주변의 원추리 꽃이 7월 땡볕에 유난히 눈부시다. 자은도 백길에서는 칠월 칠석날 화려하게 피고지는 하룻날의 아름다운 ‘원추리 꽃’이 영원한 사랑을 연결해준다는 속설이 있다. 연인들을 위해 직녀성과 견우성 중간에 바다를 배경으로 프러포즈 전망대까지 보인다.

우리가 가는 날이 백길해수욕장 개장일이다. 장터 한 켠에서는 각설이 타령이 한참이지만, 남도섬사랑 회원들은 함께 온 발달장애인들과 가늘고 고운 모래밭위에서 피구놀이에 열중이다. 태어나서 섬과 바다를 처음 본다는 장애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함박웃음이 가슴에 기억된다. 천사의 섬에서의 행복한 추억을 오래 간직하길 바라본다.

남해 바닷바람 살랑대고 시야가 탁트인 해변 식당에서 촌닭 백숙으로 복달임을 한다. 반주로 곁들인 ‘신안 꾸지뽕 생막걸리’는 독특하고 걸쭉하다. 천사대교 개통기념 천사섬 브랜드 제고를 위해 출시하였다는데 애주가들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꾸지뽕 때문에 자주색을 띠고 있어 이질적이지만 ‘막걸리 맛이 최고다’ 라는 품평이 들리는 걸 보니 조금은 기대해도 될 듯하다.

백산리 여인송 숲으로도 알려진 분계해수욕장도 일품이다. 솔숲에는 거꾸로 선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를 닮은 슬픈 전설의 여인송이 있다. 아름다운 기다림을 간직하고 있기에 부부의 금술을 좋게 만드는 신령스런 힘이 있다고 전해진 여인송이다. 아름답고도 이국적인 송림의 숲길을 걸어보는 것이 분계해수욕장의 또다른 묘미다.

◇인물과 설화 스토리가 생생

신안이 낳은 3대 인물은 하의도의 김대중 대통령, 비금도의 이세돌 기사, 그리고 안좌도의 김환기 화백이라고 한다. 김화백은 우리나라 모더니즘 미술의 제1세대로 ‘한국 추상미술의 아버지’ 로 불린다. 몇년전 국내미술 경매 최고가를 연달아 기록하며 그 이름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지기도 한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있는 안좌도로 향했다. 요즘 트레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는 안좌도의 백미였다. 장산도가 바로 지척에 보인다.

퍼플(Purple)교. 1,462m의 데크길이지만 자주색으로 이미지를 통일하려는 듯 박지도와 반월도의 마을 지붕은 물론 커다란 쓰레기수거함까지 모두 자주색으로 갈아 입혔다. 퍼플교는 박지마을에서 평생 살아온 김애금 할머니의 소망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걸어서 목포까지 가고 싶다”는 평생소망이 그것이다. 예전엔 ‘천사의 다리’였는데, 천사대교가 개통준비하면서 퍼플교로 개명했다.

안좌면 끝단 ‘두리’에서 퍼플교를 지나 박지산, 박지당을 일주하고, 다시금 반월도 가는 퍼플교를 건너 반월당과 어깨산 등 반월도를 한바뀌 돌고 나오는 트레킹 코스는 9.6km에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우리 일행은 박지도까지로 만족해야 했다. 오후에 물이 빠져 바닥 갯벌에 망둥이와 게들이 설쳐대고 있다. 어딜 가나 섬마다 내려오는 전설은 섬 여행의 흥미를 더한다. 조그만 섬 박지도와 반월도의 바닷길을 잇는 ‘중노두 전설’도 애잔한 스토리텔링이다.

목탁 소리도 들린다는 500여m 거리의 박지도 암자의 비구니 스님과 건너편 반월도 암자의 비구 스님이 서로를 연민하여 노둣길을 놓는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물 빠지면 온통 갯벌이요, 물들어 오면 바다가 되어버리는 이곳의 지형적 특성이 눈앞에 펼쳐지고, 아직도 노둣길의 흔적이 남아 있으니 실감나는 전설이다.

천사대교 개통과 더불어 4개섬을 찾는 이가 많아졌으나 아직은 떠들썩함은 없고 다양한 볼거리와 힐링거리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앞으로도 인간의 기원(祈願)을 신에게 전하는 천사(天使)처럼 안식과 편안함을 통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그런 천사섬이었으면 한다. /사진=김미정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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