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9>영암 이청재씨

귀농 2년차에 영암무화과품평회 1등 ‘영예’

체계적인 귀농 준비로 시행착오 줄여 ‘순탄대로’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 위해 발품 팔아 판로 개척

카톡·페이스북 등 SNS 통한 홍보 마케팅 주력

“언덕 위에 하얀 집 같은 ‘귀농 로망’비현실적”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서 무화과농장을 운영하는 이청재(56)씨는 사전 체계적인 준비를 바탕으로 귀농 2년차인 지난 2016년 영암무화과품평회에서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14년 전남 영암군 삼호읍으로 귀농해 무화과 농장을 운영하는 이청재(56)씨. 새내기 티를 벗은 어엿한 5년 차 귀농인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고 학창 시절을 모두 보낸 이씨는 서울에 있는 광고대행사에서 잘나가는 직장인으로 생활했다. 기획부서에 몸을 담고 벤처회사의 마케팅업무를 담당하며 평판 좋은 직장인으로 이름을 날리는 등 승승장구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씨에게는 남다른 고민거리가 있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퇴직이 빨라 부양해야 할 가족을 위해 인생 2모작을 염두에 둬야만 했다. 여느 귀농인들과 다를 것 없이 매일 반복되는 도시 생활과 24시간 야근으로 쏟아지는 피로감에 지쳐있던 이씨는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치기 위해 귀농을 결심하고 3년간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한평생 흙 한번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고 벼와 쌀을 구분하지 못해 본인을 농업 문외한이라고 소개한 이씨는 주중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귀농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주말에는 아내의 고향인 영암군으로 내려와 전문 농업경영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농업 지식을 사전에 준비했다.

그 결과 귀농한 지 2년 만에 ‘2016년 영암무화과품평회’에서 1등이라는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이젠 전문 농업경영인으로 성장했다.

“1등 수상자로 이청재, 제 이름 석 자가 호명되는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귀농을 반대했던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제 열정을 보여주며 성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순간이죠”

이씨는 영암군 농업기술센터 무화과 전문강사들의 이론 교육과 현지에서 농업을 운영하시는 이웃들의 현장경험을 접목해 다른 농가를 운영하는 사람과는 차별되는 농업경영방식으로 승화하는 것이 품평회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귀농 의사를 밝힌 순간 아내를 비롯한 가족의 반대와 만류가 심해 귀농생활을 망설였던 적도 있었지만 이씨는 귀농으로 2모작을 살겠다는 꿈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이씨는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어떻게든 성과를 내 가족들을 고생시키지 않을 각오로 전력투구했다”고 지난 5년간의 귀농생활을 정리했다.
 

이청재씨가 재배하는 5000㎡(약1천500평)의 무화과.

▶사전 체계적 준비로 시행착오 ZERO

이씨는 평소 농업보단 축산업에 관심이 많아 소를 키우며 축사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귀농생활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 재배가 수월한 무화과 농업을 선택했다. 귀농 5년 차인 지금까지도 그는 재난과 재해로 인해 수익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고, 축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임대업과 자영업 등 부업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귀농하기 3, 4년 전부터 귀농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먼저 귀농한 사람들을 통해 귀농 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사전에 파악했다는 이씨는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금전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씨는 “도시와 귀농 생활을 통틀어 귀농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며 “빠듯한 도시의 생활 속에서도 먹고 싶은 것 안먹으며 한푼씩 저축한 결과 현재 농장과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영암군농업기술센터와 정부로부터 귀농 지원자금을 받으며 사전 계획을 수립하고 자금을 마련했던 이씨에게도 시행착오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귀농 초기 본인만의 무화과 재배 노하우와 방식이 없어 한 해 농사를 망쳤고 직장인이었던 아내도 일을 그만두고 내려와 고정 수익이 아예 없었다. 여기에 농업을 운영할 토지와 가족들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자금을 모두 사용해 통장잔고는 귀농 2년차에 바닥났다.

이씨는 “사전에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않은 귀농인들 대부분이 1~3년 차에 많이 무너져 도시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사전에 귀농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이 5천㎡(약1천500평)에서 무화과를 재배하며 귀농라이프를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을 느낀 이청재씨는 서울과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판로를 개척해나갔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으로 판매되는 무화과.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에 앞장

이씨의 무화과는 품평회에서 1등을 차지할 만큼 우수했지만 유통업체 간 가격담합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되지 못했다. 무화과 1㎏당 3천500 원에서 4천 원으로 가격이 형성돼있었고 이씨는 이에 불합리하다고 생각이 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시장을 발로 뛰며 거래처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서울 가락시장을 대표 거래처로 판로를 개척하며 현재는 1㎏당 6천 원의 가격을 받으며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카톡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신의 무화과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펼친 결과 올해부터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게 됐다. 또한 이번 달에 무화과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사실과 시중의 무화과보다 크기와 당도가 우수하다고 입소문이 퍼져 전량 판매가 예상되고 있다.

이씨는 “귀농인들 대부분은 농부라는 직업이 농산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인 행동을 보인다”며 “이미 형성된 문화라고 할지라도 그릇되게 느껴진다면 젊은 귀농인들을 중심으로 이를 해결하고 개선해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이청재씨.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서 이청재씨가 운영하는 5000㎡(약1천500평)의 무화과 농장.

▶예비 귀농인들에게 “최소 3년은 준비해야…”

이씨는 새내기 귀농인들에게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사전 철저한 준비만이 답이라고 조언했다. 귀농을 결심한 순간부터 최소 2, 3년까지는 도시 생활을 유지한 채 귀농에 필요한 금전과 지식, 정보 등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각 시·군에는 지역 특색에 걸맞는 농업기술센터가 있고 그 센터마다 지원해주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각양각색이다”며 “어느 지역에서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신중하게 고민한 뒤 결정해야 하고 1, 2년 정도는 현지 농가에서 발로 뛰어 농업 지식을 습득하는 등 농촌 생활과 도시 생활을 병행하는 것만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한 선행학습이 필요한데 이런 선행학습은 현지 농가 또는 귀농 선배들한테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 형성을 주된 목표로 노동력을 주고받는 품앗이나 먼저 다가가 인사 한번 건네는 등의 정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과거 언덕 위에 하얀 집을 짓고 푸른 초원의 잔디밭이 펼쳐지는 옛 귀농 로망은 모두 비현실적인 것”이라며 “문화·교통·복지 등 도시의 정주 여건을 생각하면 귀농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작물을 재배하면서 나름의 취미생활이나 행복을 쫓는 것이 고된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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