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익 전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이 곡조 듣는 이 아무도 없네
조용익(전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올 여름 휴가 트렌드 조사결과 응답자 중 81.8%가 국내여행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유명 여행 포털사이트에서 2018년 한국인 해외여행자 누계 2천869만6천명에서 2019년에는 3천만명으로 한해 해외여행 수지 적자만 165억 8천만 달러인 시점에 국내여행을 선택했다는 조사결과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든다. 또한 37.8%는 제주도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물론 제주도가 선택된 이유는 다양한 항공 노선과 크루즈 선박과 같은 매력적인 여행수단과 국제적인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여름 휴가를 선택할 때 20~30대 응답자의 대부분인 88.6%가‘식도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비로운 2,214개 섬과 6,475km 아름다운 해안선 그리고 청정바다와 농수산 특산물이 풍부한 맛의 고장 전남을 염두 해 두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누군가 더욱 특별한 여행을 물어온다면 서스름 없이“옛 선비의 정취와 풍류를 만끽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대인에게는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시간이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사시사철 푸르름과 서늘한 바람 그리고 옛 선인의 묵향이 전해지는 곳 바로 가사문학의 본향 담양을 추천한다.

“세상을 피해 누정에 오르니 누런 학이 멀리 날고 몸을 기울여 물가에 누우니 백구가 가벼이 나는구나. 오가는 세월 속에 희황제의 뜻을 남기는 듯하니 양보산 시를 읊으며 기인과 은사가 되려 함이네.”조선시대 선비 송남수의 유거육영 중 한 구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7월말~ 8월초에 여름 휴가를 떠난다고 한다. 옛 선비들이 풍류여행을 떠나는 음력 6월 유두(보름) 바로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이다. 유두연은 원기가 왕성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술과 고기와 맛있는 음식을 정자와 물가에서 먹으며 벗과 함께 심신을 정화하는 절기이다.

대표적으로 16세기 정치적 혼돈 상황에서 학문과 자기수양에 정진하던 선비들의 성산계류에 모여 더위를 씻어내는 풍경을 그린 성산계류탁열도(星山溪柳濯熱圖)의 배경이 되는 고장이 바로 담양이다.

송강정, 관방제림, 미암유물전시관과 삼지천마을, 명옥헌과 식영정, 취가정, 환벽당을 지나 소쇄원으로 이어지는 호남사림을 대표하는 정자와 별서를 만날 수 있다.

송강정은 송강정철이 관직에서 물러나 4년간 은거하며 마음속에 그리움을 사미인곡에 담았다.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면 좋을 장소이다.

면앙정은 송순이 관직에서 물러나 지은 정자로 퇴계이황과 강호제현과 학문을 논하고 후학을 양성한 곳으로 고경명, 기대승, 임제, 정철에게 호연지기를 전한 곳이다. 학문에 정진해야하는 자녀와 함께 찾아볼만한 곳이다.

면앙 송순의 중매로 결혼한 송덕봉은 미암 유희춘의 19년 유배기간 노모를 모시고 3천리나 되는 종성 유배지를 찾아다닌 효부이자 열부요 여류시인이었다.

미암이 벼슬한 1567년10월부터 1577년5월까지 11년간의 기록이 미암일기이다. 미암유물전시관은 16세기 조선시대 생활사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명옥헌은 말 그대로 물 흐르는 소리가 옥구슬이 부딪치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 1652년 오희도의 아들 오희정이 네모난 연못과 나무를 심어 가꾼 조선시대 중엽의 정원이다.

1560년 명종15년에 서하당 김성원이 장인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로 송강 정철이 머무르며 시문을 익히고 성산별곡을 지은 곳으로 전해지는 곳이 바로 식영정이다.

소쇄원에서 가까운 곳에 나란히 자리 잡은 취가정과 환벽당은 조선말기 정자이다.

취가정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원혼이 산발하고 술에 취해 송강정철의 제자 권필의 꿈에 나타나 울분을 담은 시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술에 취하여 부르는 노래여/ 이 곡조 듣는 이 아무도 없네/ 나는 꽃과 달에 취함도 바라지 않고/ 공훈을 세움도 원치 않았네/ 공훈을 세우는 것도 뜬구름이요/ 꽃과 달에 취하는 것도 뜬구름이네/ 취하여 부르는 노래여/ 이 곡조 아는 이 없네/ 다만 원하노니 밝은 임금을 만나 창검으로 보답하고 지고”충장공의 울분과 남은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고 있다.

환벽당은 자연을 벗 삼아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남도의 정자이다,

올 여름은 가사문학을 꽃피운 유서 깊은 정자를 돌아보며 옛 선비의 지혜와 낭만이 묻어있는 특별한 7·8월 남도 풍류 여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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