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동부취재본부 취재국장의 ‘순천만에서’
군산산업단지에서 광양지역 경제를 생각하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로 지역경제가 침체된 군산국가산업단지를 지난 16일 둘러보고 왔다.

광양상공회의소가 지역경제활성화와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의 일환으로 추진한 산업도시 현장 견학은 기업의 불황에 따라 지역경제가 침체된 지역을 탐방함으로써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광양·광영·동광양·광양만상공인회와 시민단체, 환경단체, 지역신문 관계자 등 30명이 처음 방문한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언론인 등 20명이 함께했다.

먼저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북지사를 방문해 전지만 과장으로 부터 군산국가산업단지 현황을 청취했다. 전 과장에 따르면 군산시는 조선과 자동차 등 두 산업의 성장을 기반으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중흥기를 이루며 지역경제 또한 급격히 활성화 됐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은 군산경제에서 지역 내 총생산액(GRDP)의 최대 69.4%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는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1산단과 2산단으로 이뤄진 군산국가산단의 매출액은 2011년 10조 원, 수출은 59억 달러, 고용인원은 1만8천 명에 달했다.

그러나 군산경제를 주도했던 두 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차와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군산조선소는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했고, 이듬해 5월 GM 공장은 폐쇄됐다. 이에 따라 2018년 군산국가산단 매출은 6조 원으로 40%가 감소했다. 수출은 12억 달러로 20%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고용인원은 9천600명으로 절반이상 줄었다. 군산경제의 양축이었던 두 대기업의 철수로 인해 지역경제는 실업증가와 소비감소, 인구유출 등 경기 악순환을 나타내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 과장은 “조짐이 있었다. 해운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건 다 알고 있었고, 자동차도 계속 생산이 줄어들어 앞날을 예측을 할 수 있었다”며 “업체의 ‘절대 문 안 닫는다’는 얘기만 믿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양도 제철소 의존도가 매우 높은 만큼 산업의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철강과 관련없는 업종의 기업을 유치해서 지역의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GM 공장, 군산조선소, 군산항 일원과 배후도시를 버스 투어하면서 군산시 채행석 산업혁신과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기업 폐쇄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 과장에 따르면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GM 공장 폐쇄에 따라 520여동 원룸의 공실률이 80%에 이르고, 인근 상가는 130여개 중 50여개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나마 운영하고 있는 상가도 손님이 없어 공과금도 내기 힘든 업소가 많다는 것이다. 892세대 임대아파트엔 170여세대만이 남아 있는 등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일행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공감대를 이루며, 광양지역 경제활성화에 대해 논의했다.

한 참가자는 “군산조선소와 GM 공장의 폐쇄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닌 징조가 충분히 있었지만 지역에서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안타까웠다”며 “오늘 대비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위기가 오기 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대기업의 철수가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선은 기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적극 지원해야겠지만, 기업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산업도시 현장 견학은 언론매체로만 접했던 대형 제조업체의 몰락과 이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폐업으로 이어진 군산지역 경제위축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글로벌 비즈니스 사이클과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에 따라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도시는 대기업에 불황이 올 경우 산업과 고용, 유통, 소비가 위축돼 지역경제 또한 급격한 악화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군산의 오늘은 광양제철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광양지역 경제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광양의 산업구조 다변화가 왜 필요한가를 군산의 사례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철강을 주력으로 하는 광양의 경우 광양제철소에 대한 지역경제 의존도는 군산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훨씬 심각하다. 광양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위기 이전에 일상적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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