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서울대 이전이 나주에 주는 교훈

<장재영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노동조합협의회 의장>

한전공대 기본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하기 위해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을 들렀다. 나주는 일시에 잔치집 분위기가 됐다. 한전공대는 유치 이후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발표와 대통령의 힘 실어주기로 그 동안의 의문부호는 커다란 느낌표가 됐다.

한전공대를 보면서 지난 1975년 서울대 이전이 떠오른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서울의 과밀화 해소를 위해 소위 명문 사립고와 함께 서울대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시켰다. 서울대를 품은 관악구와 그렇지 못했던 강남의 변화를 보면 한전공대와 관련해서 나주에 시사 하는 바가 커 보인다. 서울대 이전 당시에는 서울대가 이전한 관악구가 강남보다 개발이 더 되어 있었다. 관악구는 한강 이남 최대의 도심지인 영등포구에 속한 도시였고 강남은 강북에 채소를 공급하는 농경지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는 달동네라는 인식이 강하고 강남은 자타공인 국내 대표 부자동네로 인식된다.

두 지역의 모습이 역전된 것은 관악구는 서울대 이전 이후에도 도심지의 배드타운으로 남았고, 인구 유입에 따른 주택부족으로 도시가 슬럼화 됐기 때문이다. 교육 여건과 교통도 제자리걸음이었다.

반면 강남은 높은 빌딩, 호화로운 호텔, 신기한 물건이 즐비한 백화점, 화려한 유흥 시설이 위치해 도시의 가치가 상승했고, 계획도시 특유의 편리한 주거와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도 가지고 있었다. 서울의 명문고가 이전해 8학군의 신화를 쌓은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관악구와 강남을 비교해 보면 도시의 발전은 좋은 대학의 유무가 아니라 정주여건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나주의 정치권은 한전공대가 들어서면 인구가 유입되고, 산학연클러스터가 조성돼 도시가 발전할 것처럼 떠들고 있다. 설령 나주의 정치권이 생각하는 대로 된다 하더라도 빛가람동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한전공대는 빛가람의 정주 여건과 커다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빛가람동의 문제는 학교의 늦은 개교, 턱없이 모자란 유아 보육 시설, 충분하지 못한 병원과 쇼핑 시설에 있다. 이러한 불편이 강남을 능가하는 신규 아파트 공급, 아름다운 호수 공원, 잘 뚫린 교통의 장점을 상쇄시켰다.

더군다나 전국 최고 수준의 환경 문제는 빛가람동 정주 여건 문제의 화룡정점이다. 고형 쓰레기 연료(SRF)와 악취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민들은 이로 인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그동안 어렵게 유입된 빛가람동의 인구도 감소 추세에 있다. 나주의 정치권이 정말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관악구는 달동네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관악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었고, 경전철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교육에도 투자를 많이 해왔다. 아파트 단지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관악구는 그냥 달동네로 남아 있다. 나주도 지금의 고형 쓰레기 연료와 악취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관악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나주는 쓰레기를 태우는 유해한 도시이고, 농토가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죽음의 땅으로 인식될 것이 분명하다. 사람의 인식은 한번 새겨지면 쉽게 고치기 어렵다. 나주의 행정과 정치가 빨리 정신 차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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