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동네 아줌마들의 힘’
<남도일보 나눔 시리즈-⑨광주 동구&동아’s>
이주여성 3명 등 13명 회원 구성
5년전 지음&지음 소모임으로 활동

경력단절여성·이주민 역량 강화 힘써
수공예·음식·업사이클링 ‘재능 기부’
각국 동전 모아 세계 지도 제작 예정

학운동 주민발대식에서 음식부스 무료 지원에 나선 회원들의 모습. /동구&동아’s 제공
아시아푸드페스티벌에 참여한 동구&동아’s 회원들의 모습. /동구&동아’s 제공
정기모임을 갖은 회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이지성, 희엔, 박혜진, 윤정숙, 백향숙, 배정복, 박윤지, 김영숙, 오순덕, 박남례, 조선주씨.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동네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진 재능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경력단절 여성과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역량 강화에 힘쓰는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광주 동구에 위치한 동구&동아’s.

올해로 설립 5년 차를 맞은 동구&동아’s는 2014년 지음&지음이라는 이름의 소모임으로 첫 시작을 했다. 현재는 지역을 동구 전체로 넓혔다. 3명이었던 인원도 베트남과 중국, 태국 국적의 이주여성 3명을 포함해 13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신인 지음&지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동구&동아’s 안에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수공예품제작부터 세계음식, 업사이클링 등 동구&동아’s는 자신들의 역량을 살린 다채로운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손끝으로 나누는 재능기부

동구&동아’s는 “동구에는 동네 아줌마들의 힘이 있다”는 뜻이다. 5년 전 문화센터에서 실시한 무료 커피 수업에서 만난 이들은 조선주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둘 모였다. 현재는 수공예와 세계음식, 업사이클링으로 세분화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시작은 여성재단의 여성친화도시 아이디어 경진대회였다. 커피 수업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막상 쓰임이 없다는 현실에 부딪혔다. 이들은 여성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꾸준히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 끝에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동구&동아’s는 스스로 자립했다. 별도의 자본금이나 후원 없이 상금을 받고, 종잣돈 삼아 발전하는 형태가 순환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배움은 발전에서 그치지 않았고, 나눔으로써 더욱 빛났다. 지난해는 동구문화센터에서 진행한 행사에 참여해 수공예품과 음식 부스를 통해 헌혈증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108개의 헌혈증은 당시 광주여고에 재학 중이던 백혈병 걸린 학생에게 전해졌다.

올해는 외국 동전을 모아서 정크아트로 다문화 세계지도를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이 만든 음식을 시식하고, 직접 제작한 팔찌를 제공하며 외국 동전을 기부받는 형태다. 목표는 10월, 학운동 주민센터 커뮤니티 공간과 11월 시내에 설치하는 것이다.

다문화세계지도는 잉여 되고 쓰임이 없던 외국 동전에 특별한 의미를 담는다. 특히 여기서 사용되는 외국 동전은 회원들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행에서 쓰고 남은 동전은 버리긴 아깝고 용도를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능력은 있는데 쓰이지 못하는 경력단절 여성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동구&동아’s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자투리가 모여 의미가 담긴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여성들의 삶을 되돌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한다. 동구&동아’s는 24일 오후 2시 30분 동구문화센터 5층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평등 영화를 상영한다. 여성친화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교육대신 위로와 공감을 위해 마련됐다. 직접 마련한 다과와 함께 여성의 삶을 담은 양성평등 영화 ‘바그다그 카페’를 함께 시청할 예정이다.

◇경단녀·다문화 이주여성 역량 강화

동구&동아’s는 각종 마을 축제와 행사에 참여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는 물론 이주여성들의 역량 강화를 위함이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이주여성들의 든든한 지원자다. 아직까지 이주여성이 홀로 뭔가를 해내기에는 쉽지 않다. 아시아푸드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다문화 여성들의 부스 운영을 위한 뒷받침도 이들의 몫이다.

동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박혜진씨는 선뜻 공간을 내주었다. 박씨는 “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음식은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양이 아니다. 공간을 내주고 돈을 버는 게 아니지 않나. 그전에는 영리활동만 했었는데 이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보람된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즐거움은 이들에게도 큰 기쁨이다. 이지정씨는 “전에도 외국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가르치기만 하는게 아니라 배우기도 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서 온 히엔은 동구&동아’s를 만나 한층 더 성장했다. 결혼하면서 고국을 떠나와 올해 한국 생활 10년 차를 맞았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전부터 SNS를 통해 베트남 의상을 판매했을 정도로 남다른 손재주를 자랑한다. 모임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이 가진 배움은 나누며 발전하고 있다.

히엔은 “친구의 소개로 모임을 알게 돼 처음 가입하게 됐다. 전부터 수공예와 음식 분야에 관심이 많았지만 다른 사람과 만나서 한 적은 없었다. 모임을 통해 언니들을 알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주여성이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수평적인 관계가 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고정관념으로 자리한 차별을 극복해내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달빛걸음 축제 때 무료봉사에 나선 히엔은 차별적인 발언을 듣게 됐다. 8잔의 음료를 만들고 있던 히엔에게 한 손님이 “베트남 사람이라서 느린 게 아니냐”고 말한 것. 하지만 회원들은 그 자리에서 화를 내 거나, 참고 넘기지 않았다. 광주시에서 진행한 인권작품공모전에 차별사례로 제출했고, 은상을 수상해 인권감수성 함향을 위한 교육자료집에 실리게 됐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히엔은 “당시에는 무척 기분이 나쁘고 ‘화를 내야 하나’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원들과 상의한 끝에 그런 경험을 적절하게 조치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사에 참가하거나 모임을 가질 때면 항상 아이들이 함께한다. 아이들은 집에만 있던 엄마가 주체적으로 행사를 이끄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이는 또 다른 모임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조선주 동구&동아’s 대표는 “서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의지하며 성장해 올 수 있었다”며 “업사이클링이 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처럼 우리모임도 마을에서 새로운 가치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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