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10>곡성 임석근·김숙자씨 부부

전국 최초 ‘블루베리 우산식 비가림’ 시설로 승부

정년퇴직 후 인생 2모작 시작한 귀농 9년차 농사꾼

발품팔아 서울 가락시장으로 유통·판로 등 개척

남다른 마을사랑으로 귀농인 최초 6년간 이장 연임

“단순 도시 생활 도피처로 농촌에 오는 것은 무리수”

지난 2010년 귀농해 현재 9년 차를 맞이한 임석근(67)·김숙자(65) 씨 부부는 전남 곡성군 오산면에서 1천200평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4천여만 원을 올리며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전남 곡성군 오산면에서 4천㎡(1천200평 규모, 총 3개 농장)의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해 연 매출 4천여만원을 올리고 있는 귀농인 부부가 있다. 지난 2010년 귀농해 현재 9년 차를 맞이한 임석근(67)·김숙자(65) 씨 부부다. 전남 영암군이 고향인 임씨는 어릴 적 공부를 잘해 수재 소리를 들으며 초·중·고교 시절 모두를 서울에서 보냈다. 직장 역시 역시 서울 소재 사기업에 입사해 20여 년간 회사원으로 반평생을 일했지만 임씨도 다가오는 정년퇴직을 피하지는 못했다.

임씨는 “아이들 학비와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 후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는 많지 않았어요. 가족의 뒷바라지와 인생 2막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귀농을 결심한 셈이죠”라고 귀농한 이유를 설명했다.

임씨가 재배하는 블루베리.
◇본 게임은 귀농 2년 차까지

지난 2009년에 정년퇴직한 임씨는 곡성군 오산면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영암군이 고향이지만 도시 생활의 정주 여건을 포기할 수는 없어 광주광역시 근교인 곡성군을 인생 2막의 출발지로 선택했다. 귀농을 결심한 순간 임씨의 행보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정년퇴직 후 이듬해 9월 블루베리 농가를 운영하기 위한 토지를 구매했고 3개월 후인 12월에는 블루베리 모종을 심었다. 4개월 후에는 보금자리가 돼 줄 집까지 마련했다.

임씨가 이같이 서두른 이유는 간단했다. 귀농한 다음해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블루베리를 수확하며 고정적인 수익을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귀농 오기 전 자금 마련과 재배작물에 대한 농업 지식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필수요건은 아니다”고 귀농 철학을 밝혔다. 귀농인 대부분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재배작물과 재배방식 등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며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중요한 시기를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사전의 준비가 귀농 생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도움이 되지만 본 게임은 귀농한 직후부터 수익을 올리는 2년 차까지라는 것이다.

임씨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를 신경 쓰면 정작 가장 중요한 현재가 무너져버린다”며 “귀농한 순간부터 열정적인 자세와 시간을 금처럼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면 귀농으로 인생 2막에 대한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처 준비하지 못해 시작이 늦을지라도 본인을 자책하거나 탓하지 말고 본 게임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씨가 개발해 전국 최초로 전남 곡성군 에 도입된 ‘블루베리 우산식 비가림 시설’은 비내리는 날 비닐 장막이 자동으로 펴져 비를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격보단 품질로 승부수

임씨는 곡성 블루베리의 품질 향상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높은 당도와 고품질의 블루베리 생산을 위해 전국 최초로 2010년 ‘블루베리 우산식 비가림 시설’을 첫번째 농장에 설치한 뒤 앞으로 나머지 2개 농장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우산식 비가림 시설이란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닐 장막이 자동으로 우산처럼 펴지면서 비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설이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비닐 장막이 걷혀 햇빛이 블루베리에 직접 내리쬐게 된다.

블루베리 작물 특성상 통풍과 온도가 당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재배부터 수확까지 비닐하우스 내에서 이뤄지는 일반 농가의 경우 수확량이 일정하지 못하며 자연환경에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비가림 시설로 인해 더 이상 재해로부터 좌지우지되지 않게 돼 블루베리 산업에서 일정 수확량을 확보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임씨는 “블루베리는 굉장히 여린 열매인 만큼 온도가 40~50℃가 넘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쉽게 썩거나 죽어버린다”며 “비가림 시설 도입으로 인해 수확량이 20% 넘게 증가했으며 장마 등의 재해가 온다 한들 일정량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설의 장점이다. 주변 농가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생산자와 판매자 직거래 방식의 유통구조를 발로 뛰어 만들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 등으로 납품되는 블루베리.
◇마을 농업 발전에도 앞장

임씨는 귀농 초기부터 마을의 농업 발전과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귀농한 이후로 현재까지 매년 유기농 인증을 받고 있다. 내가 재배하고 생산한 작물은 좋은 품질과 월등한 상품성으로 자신감 있게 팔아야 소비자들이 내년에도 찾아준다는 신념 때문이다. 임씨는 “농부라는 직업은 단순 농사만 짓는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며 “판로에 상품을 맡겨놓고 팔릴 때까지 기다리는 행위는 무책임하다. 재배하는 상품의 품질 향상에 만전을 기해 본인만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임씨의 피나는 노력은 판로 확장이라는 열매로 맺어졌다. 임씨는 기존의 지역 농협과 학교 등으로 납품되는 구조를 직접 발품 팔아 생산자와 판매자 직거래 방식의 유통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임씨가 생산하는 블루베리 일부는 서울 가락시장으로 납품되고 있다.

또 임씨는 곡성군 귀농·귀촌협의회 감사로 6년간 활동하고, 귀농·귀촌선도농가로 지정돼 새내기 귀농인들에게 농업 지식을 전수하는 등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임씨는 “귀농·귀촌선도농가로 활동하면서 곡성군내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러 귀농인을 만났다”며 “귀농 초기 답답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마을 주민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다른 마을에 대한 사랑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한 결과 임씨는 귀농 3년차인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곡성군 오산면 마을 이장을 연임하고 있다.
◇귀농인 최초 ‘마을 이장’

마을을 위하는 임씨의 마음을 지역 주민들이 알아준 것일까. 귀농인 최초로 임씨는 곡성군 오산면 마을 이장으로 뽑혔다.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6년 동안 이장으로 연임하면서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했다.

임씨는 “사람의 정이라는 말이 쉬우면서도 실행하기에는 어려운 것이다”며 “품앗이를 받으면 두 배로 돌려주는 ‘기브앤테이크’ 생활의 결과 때문에 현재까지 이장을 연임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왕년에 도시에서 잘나갔고 농사짓는 너희들과는 달라라는 직업의 귀천의식을 버려야 한다”며 “항상 마을 어르신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을 문화에 녹아드는 것만이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비결이다”고 조언했다.

이씨가 재배하는 블루베리 나무.
◇“단순 도시 염증으로 귀농하지 말 것”

임씨는 예비 귀농인들이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도피성 귀농과 망설임’을 손꼽았다. 먼저 “도시의 팍팍한 생활에 지쳐 혹은 정년퇴직 후 밥벌이 수단으로 귀농을 단행하는 것은 100% 후회하는 행동이다”며 “무작정 귀농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텃밭이라도 운영하면서 농업에 흥미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귀농인 대부분이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농사를 흐지부지 짓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일단 귀농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전력투구하는 것만이 농업 경영인으로 성장하는 노하우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만큼 어떤 장소·환경에 노출돼도 적응할 수 있으며 귀농인들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농업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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