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의회 사무처장의 아름다운 퇴장
김익주(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의 한 구절이다. 이연 광주시의회 사무처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내년에 공로연수에 들어가면 1년을 더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는데도 올 여름 인사 때 자리를 비워주기로 했다. 승진 요인이 많지 않아 고심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것이다. ‘낙화’는 그런 그에게 딱 어울리는 시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의회에 들어와 그를 알게 됐다. 우리 행정자치위원회 소관 시민안전실장으로 처음 만났다. 그는 일을 대하는 태도나 사명감이 남달랐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진면목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와 함께 살아온 광주 냄새가 풀풀 나는 토박이란 것도. 공무원을 천직으로 알고 어떻게 하면 광주를 살찌울 것인가, 또 어떻게 하면 시민들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평생을 고민하면서 젊음을 바쳐온 공직자라는 것도.

무엇보다 그가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힘든 현안들을 해결한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됐다. 도대체 어떤 일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모아 둔 자료집을 건네 왔다. 그의 4형제가 함께 쓴 사모곡 ‘대몽댁네 아이들’이 바로 그 책이다. 거기엔 사무처장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문장 한 줄 한 줄에는 진정성이 담겼고, 주제 하나 하나에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의회사무처장까지 오른 분이라 고시 출신인 줄 알았는데, 동사무소에서 하위직부터 공직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3급 부이사관의 핵심보직인 교통건설국장과 문화관광체육정책실장, 자치행정국장을 거쳐 2급 시민안전실장과 의회사무처장까지 온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포기할 줄 모르는 창조적인 열정이 아닐까 싶다.

공무원인 그가 유치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고향 마을에 시립화장장과 공원묘지를 조성한 일은 너무나 유명하다. 등 돌린 고향 사람들을 설득해서 묘지공원에 꽃단지 조성을 제시했고, 결국 평가가 좋아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국비를 지원받아 지금의 프로야구장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지었다. 스포츠시설은 신축이 불가능하고 증개축만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아내 무등경기장 축구장의 일부를 남기는 방식으로 국비 300억원을 받아 냈다.

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남다르다. 장애인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하고 시청 장애인 탁구팀을 창설했다. 무명의 장애인 화가를 유엔본부에서 전시회를 하도록 직접 도왔다. 리그에서 1위를 달리는 프로축구단 광주FC 설립도 그가 주도했다. 이외에도 광주시의 크고 작은 현안을 해결하는데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마른 사람들은 ‘대몽댁네 아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필자는 사무처장의 퇴직으로 경륜과 지혜, 그리고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함께 떠나는 게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붙들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꼭 떠나야 한다면 후배들을 위해, 광주시의 장래를 위해, 광주 발전을 위해 그가 갖고 있는 노하우라도 남겨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치평동에 남아 있는 후배 공직자들과 동료 의원들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최근에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공직사회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4~5년 사이에 많은 공직자들이 퇴직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얼굴들이 채웠다. 광주시청도 4급 이상 간부들만 100 명 넘게 교체됐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분들이 나가면서 그만큼 광주의 지적자산과 행정역량이 줄어들게 됐다. 이런 때를 예측하고 미리미리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형 현안이 있을 때, 지금처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때 특히 선배들의 지혜와 경륜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떠나는 분에게 응분한 예우를 해야 할 것이다. 폐가 될까 아무도 모르게 홀연히 떠나고자 해도 그들이 이룬 업적과 발자취를 되새기며 영원히 광주시청 공직자로 남을 수 있도록 후배들이 따뜻하게 환송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떠나는 선배들이 ‘달이 진다고 하늘을 떠난다는 것은 아니다(月落不離天)’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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