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족, 다문화가족

강신중(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최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두 살배기 어린 아들 앞에서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영상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정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가졌는지 한번 되돌아보자.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족은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수는 최근 3년간 2016년 15만 605명, 2017년 15만 3천648명, 2018년 15만 7천418명으로 집계됐다.

결혼이민자의 출신 국적은 2018년의 경우 중국 5만 8천 706명(36.9%), 베트남 4만 2천460명(26.6%), 필리핀 1만1천836명(7.4%)으로 전체 결혼이민자 15만 9천206명 중 세 나라 출신이 70.9%를 차지한다. 또 배우자 성비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국제결혼 10건 중 8건이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83.1%)이었다.

국제결혼을 통해 형성된 다문화가정은 환경의 차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 등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부적응을 겪고 있다. 실제로 이들 다문화가정이 겪고 있는 사회부적응은 높은 이혼율, 가정폭력, 고부갈등, 2세들의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부진, 빈곤의 고착화 등 많은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은 극심한 인권침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2.1%에 이르는 387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폭력의 유형은 심한 욕설부터 폭력,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 생활비 미지급, 부모·모국 모욕 등 다양했다.

이혼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 우리나라 전체 이혼은 10만 8천700건으로 그 중 다문화가정의 이혼건수는 7천100건에 달해 전체 이혼건수의 6.6%를 차지했다. 다문화가정 이혼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11만 건에 이르다가 2014년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다.

‘결혼과 자녀 출산’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국적, 언어, 문화가 다른 배우자를 상업적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맞아들이는 구조 속에서는 태생적으로 위기의 가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는 여성도 많지만, 최근에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한국 남성의 피해 사례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8년 다문화가정 상담 분석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 남성의 상담 건수는 243건으로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다. 이혼상담의 사유는 ‘아내의 가출’이 32.1%(78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을 때 30%(73명), 아내의 외도 6.2%(15명) 등의 순이었다.

다문화가정 여성 중에는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을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예전과는 달리 한국에 거주하는 친구·친척이 많아져 결혼에 희망이 없다고 여기면 가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애초부터 결혼 의사가 없으면서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체류나 취업을 목적으로 국제결혼을 악용하는 외국인 여성도 있고, 심지어 국제결혼 과정에서 한국인 남성에게 가정보조비 명목으로 돈만 받고 한국에 입국조차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결혼의 본질적인 의미보다는 혼인성사에만 관심을 보이는 결혼중개업체의 영업방식과 상업적 태도는 한국 남성들 역시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손해라는 이중고를 겪게 한다.다문화가족의 이혼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하겠지만, 다문화가족의 갈등 및 이혼 등의 이슈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다문화가족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고, 개인과 가족의 삶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 방안의 마련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혼이주여성을 단순한 일시적 체류자 또는 외국인이 아닌 주민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과 사회참여를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대법원은 지난 7월 10일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안정을 위해 ‘혼인 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을 경우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연장해 줘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이혼 책임이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다는 점을 결혼이주여성이 입증한 경우에만 체류자격을 연장할 수 있다고 본 기존 판결에 제동을 걸고 부당하게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강화한 판결이라는 평가이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건강한 다문화가족 구성을 위해 각각 국제결혼 안내프로그램과 결혼이민자 현지 사전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진행 중인 국제결혼 안내프로그램은 총 4시간이며 그 중 부부간 인권 존중 갈등해소 노력, 가정폭력 방지 등의 인권교육은 1시간에 불과하다. 여가부가 운영하는 결혼이민자 현지사전교육은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출신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주로 한국 생활 적응과 한국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을 설명하는데 그친다. 여전히 우리의 다문화정책이 한국사회로의 동화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문화적 고유성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다문화가족 부부 대화 교실의 상시적 운영도 필요하다. 특히 가족갈등 관련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거나 전문가의 상담과 조언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가정 내 갈등예방 및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 된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기존의 일회성 지원이나 수혜성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결혼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속적이고 능동적 차원에서 지원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개인의 어려움을 풀어내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출신 국가별 자조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은 차별이나 억압의 대상인 ‘그녀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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