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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4) ‘서밧재-개기재’ 구간(2019. 5. 6)

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4) ‘서밧재-개기재’ 구간(2019. 5. 6)
말머리골 작은 오솔길에 옛 장꾼들의 애환이…
주화산 기점 순수 호남정맥 중간지점 천운산 지나
말머리골~이석골 조림 산…삭발한스님 모습 연상
수많은 참나무 사열 받으며 신록숲에서 꼬박 하루

두봉산
호남정맥 종주 제24구간에서 최고봉인 두봉산(640m) 정상에 선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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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종주 제24구간 산행을 기록한 트랭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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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제24구간 등반을 동행한 낙수가 말머리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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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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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산의 호남정맥 중간지점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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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재 표지석 뒷면. 돗재의 건설 유래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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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재 표지석.

낙수와 함께 서밧재 쉼터에 차를 세우고 8시 55분부터 천운산을 목표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 입구에 정수장이 들어서면서 노란 펜스가 길을 막고 있어서 펜스를 따라 좌측으로 돌아가니 천운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이제 끝물인 고사리를 가끔씩 채취하며 20여분을 오르니 멋진 현대식 건물이 나타난다. 광주학생교육원 건물인데 최근에 새로 지었는지 모양이 산뜻하고, 화단에도 조경이 잘 되어 있다.
학생교육원부터는 천운산 정상까지는 학생들의 교육장소로 등산코스를 활용하는지 군데군데 쉼터가 설치되어 있고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성가신 산딸기나무나 맹감나무가 전혀 없으니 거의 비단길이다. 편안한 길을 따라 540봉을 향해 가는데 길가에 큰 팻말이 참나무에 걸려 있다. ‘호남정맥 중간지점, 주화산-228.4km-망덕포구’라는 팻말을 ‘충주산타모’에서 걸어놓았다. 금남호남정맥의 기점인 영취산에서 보면 만덕산 근처가 중간지점인데, 순수한 호남정맥이 시작되는 주화산에서 보면 이곳이 중간지점인 모양이다. 그렇게 보면 나는 금남호남정맥 구간까지 포함해 500km가 훨씬 넘는 구간을 걷는 셈이다.
10시쯤 천운산 2봉이라고 표지판이 서 있는 568봉을 지나니, 눈앞에 천운산이 건너다보인다. 높낮이가 없는 잔잔한 능선이 계속되어 금방 천운산 정상에 닿을 것 같았는데, 웬걸 20분은 족히 걸려서 천운산 정상에 닿았다. 2년 전쯤 한천자연휴양림으로 교회에서 야외예배를 왔었는데, 그때 휴양림 쪽에서 생굴을 뚫고 혼자 정상까지 오른 적이 있어서 천운산과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산도 사람과 같아서 한번 인연을 맺으면 자주 만나게 되는데, 죽을 때까지 인연이 닿지 않는 산도 많이 있다. 재미삼아 신명호씨가 쓴 ‘한국 1,000산’이란 책에서 내가 올라 본 산을 헤아려 보았더니 아직 180개 정도 밖에 안 되었다.
천운산에서 돗재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고, 화순군에서 ‘남도 5백리 길’을 조성해 놓아서 길 상태도 양호하다. 남도 5백리 길은 백두대간의 종착지인 지리산에서 이곳까지 억지로 산맥 길을 이은 다음 호남정맥과 땅끝기맥을 연결시켜 만든 길이다. 1대간 9정맥 종주가 목표인 내 입장에서는 등산로 정비를 해 놓은 것이 고맙기만 하다.
하산 20여분 만에 돗재에 닿았다. 이곳에는 돗재 표지석이 있고 그 뒷면에 돗재의 건설유래를 장황히 새겨 놓았다. 1977년에 돗재가 건설되어 화순군 한천면에서 남면 쪽으로 가려면 40km가 넘게 걸리던 것이 10여 킬로로 줄게 되었다고 한다. 돗재를 넘어 태악산으로 향하는 길은 고도 차이는 적지만 꽤나 능선이 길다.
12시 50분이 넘어서야 태악산(530m)에 닿았는데 누군가 참나무 중간에 양철판에 조악한 필체로 ‘태악산’이란 이름을 새겨 걸어 놓았다. 이어지는 노인봉(629m), 성재봉(519m)까지도 고도 차이는 거의 없이 능선 길이 이어지다가, 고도가 갑자기 낮아지면서 말머리재에 이른다. 말머리재는 옛말에 화순 남면 사람들이 화순 이양 장을 보러 넘던 고개라는데, 사람이나 소만 겨우 다닐 수 있는 오솔길이다. 말머리재에서 말머리골 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이 그 길을 오갔을 장꾼들의 애환이 서려서 그런지 애잔해 보인다.
말머리재에서 촛대봉(522m)까지는 참나무 숲이 이어지는데 왼쪽의 말머리골과 이석골 쪽에는 조림을 위해서인지 온통 산을 이발을 해 놓았다. 스님의 삭발한 모습과는 달리 그 모습을 보기가 뭔지 허전하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촛대봉에 올랐는데, 이미 15km 이상을 걸어서인지 꽤나 지친다. 낙수는 그저께 47km나 되는 지리산 화대종주를 하고 왔다는데 나보다도 더 힘들어 한다. 이미 지친 상태에서 촛대봉에서 오늘의 최고봉인 두봉산(630m)까지는 상당한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두봉산은 신안 자은도 두봉산이 더 알려져 있다. 암태도에는 승봉산이 있고 바로 옆 자은도에는 두봉산이 있는데, 먼 옛날 큰 장마가 져서 세상이 온통 물에 잠겼을 때 승봉산 꼭대기는 되(升)만큼, 두봉산 꼭대기는 말(斗)만큼 물 위로 올라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한다. 최근에 천사대교가 건설되어 과거 송공항에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던 자은도와 암태도는 뭍이 된 셈이니 한번 가볼 만한 곳이다.
오후 4시 40분에야 두봉산에 닿았고, 정맥 길은 그 뒤로 동쪽으로 10여분 더 이어지다가 정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진하기 시작한다. 오후 5시 40분이 되어 마지막 봉우리인 468봉에 이르러 화순 이양택시를 부르고, 개기재에 닿으니 5시 50분이 넘었다.
8시간 동안 도상거리로는 약 30km를 걸었는데, 트랭글 상으로는 22.1km를 평균속도 2.8km로 걸은 것으로 기록이 나온다. 수많은 참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신록 속에서 하루를 꼬박 보낸 셈이다. 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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