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11>보성 송안나씨

두번째 귀농은 고향으로 …정성 담긴 ‘웰빙 진간장’

14년 경력 베테랑…초기엔 자금 없어 전전긍긍

일면식 없는 후원자 15명이 준 150만원 ‘종잣돈’

고품질로 승부수…‘느림의 미학’판매 원칙 세워

전통장류 대신 숙성시켜주는 ‘대리 숙성’ 마케팅

“가벼운 마음으로 귀농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
 

전남 보성군 문덕면 노지 2천776㎡(840평)에서 재배한 콩으로 진간장을 담가 연 매출 3천만 원을 올리고 있는 송안나씨는 14년 경력의 베테랑 귀농인이다.

“원수가 먹어도 맛있다고 할 정도로 정성을 쏟아붓는다. 그것이 나의 일평생 귀농 철학이다”

전남에서 콩·고추·배추 농사 짓고 진간장 등 전통장류를 빚어내는 14년 경력의 베테랑 귀농인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보성군 문덕면 법화길 노지 2천776㎡(840평)에서 재배한 콩으로 진간장을 담가 연 매출 3천만 원을 올리고 있는 송안나(69·여)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해풍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보성군은 전통장류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농작물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군에서 시행하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어 귀농인들의 출발지로도 좋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송씨는 다른 농가가 시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전통장류를 빚어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현재는 어엿한 전문 농업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송안나씨가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된장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의 사업실패, 재도약 위한 귀농 단행

지난 2004년 송씨는 인천 영종도에서 남편이 운영하던 건설업의 매출 부진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수단으로 사용하던 5천만 원 상당의 자동차를 도둑맞아 송씨네 가족은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송씨는 잠시나마 세상과의 연을 등져야겠단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혀도 부양해야 할 가족을 위해서 송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굶주린 배를 품에 뒤로 한 채 송씨네 가족은 수원시 한 양로원으로 도피성 이사를 했다. 송씨네 가족은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남편은 사무국장, 송씨 본인은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았다고 한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던 중 어느 날 남편이 송씨에게 귀농을 권했다. 농업 문외한이던 송씨는 남편의 권유를 거절했지만 끊임없는 설득 끝에 마음을 되돌렸다.

지난 2005년 송씨네 가족은 강원도 홍천군으로 귀농을 했다. 일평생 흙 한번 제대로 만져본 적 없던 송씨는 재배가 쉬운 콩과 배추, 고추를 재배 작물로 선택했다. 귀농하는 것과 향후 몇 년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수월했다. 홍천군을 귀농 출발지로 삼은 이유도 간단했다. 서울과 가깝고 송씨가 선택한 농작물의 재배환경이 좋다는 이유였다.

송씨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렘과 함께 가계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귀농 초기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문제는 모종과 거름, 농사를 지을 토지 등을 구매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귀농 초기 송씨는 외상으로 땅을 갈고 풋고추 농사를 지으며 겨우 버텼다. 생계형 귀농인 만큼 1년간 정성을 쏟아 부은 결과 수확량 모두를 판매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투자한 시간과 노동력에 비해 실질적으로 얻게 된 수익은 적었다.
 

송안나씨가 직접 재배한 콩을 재료삼아 빚어낸 된장.

◇보성군에서 두번째 인생 시작

송씨는 7년 동안 홍천에서 귀농 생활을 즐겼다. 수익은 적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농업에 흥미도 생겼을뿐더러 본인이 생산한 농작물에 자부심도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오랜 시간 동반자이자 조력자 역할을 해왔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마음의 병이 생겼다. 홍천에는 남편과의 동고동락했던 추억이 곳곳에 있어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주민들의 잦은 텃세도 홀로 타지 생활을 하는 송씨에게는 고달픈 요인 중 하나였다.

그로 인해 송씨는 지난 2013년 고향이자 친동생이 밭농사를 짓고 있는 전남 보성군 문덕면으로 귀농하기로 결정한다. 두 번째 귀농 생활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 송씨는 부족한 자금 마련 수단으로 ‘크라우드 펀딩(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선택했다. 일면식도 없는 후원자 15명에게 10만 원의 투자금을 지원받아 총 150만 원으로 1만3천223㎡(4천평)의 토지를 임대했다. 그 토지에는 콩과 고추 농사를 지었고 수확된 콩과 고추는 메주, 된장, 고추장 등 전통장류의 재료로 사용했다.

송씨는 “15명의 후원자가 건넨 10만 원은 떨어져 가는 제 인생을 붙잡아준 동아줄이자 구원의 빛줄기였다”며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지금에서야 감사의 말을 전하게 돼 미안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송씨는 오랜 귀농 생활을 통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 결과 검정콩된장으로 진간장을 만들어 전국에 유통시키겠다는 당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진간장 중 콩을 재료 삼아 숙성시킨 것은 없다”며 “100% 검정콩으로 메주를 빚고 진간장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안나씨는 농가체험으로 도시에서 방문한 소비자들이 만든 전통장류를 대신 숙성시켜주는 ‘대리 숙성’방식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느림의 미학…웰빙으로 승부수

송씨는 콩과 고추, 배추 농사를 지으며 전남 보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강소농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미 농작물 재배 방법은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어 자신감이 넘쳤던 송씨지만 마케팅과 유통 구조 등 홍보교육은 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특히 송씨는 단순 재배, 생산, 판매에서 벗어나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국내에는 수많은 전통장류 공장이 있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에 오를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이수한 후 송씨는 네이버 스토어팜에 전통장류를 빚은 된장항아리를 분양하기로 결심했다. 한번 빚어내고 숙성시키는데 평균 2년이 소요되는 전통장류만의 특성과 도시의 바쁜 현대인이 직접 장을 만들어 먹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해 ‘대리 숙성’방식을 도입했다.

주말에 농가를 방문한 소비자가 최초 전통장류를 빚어내면 송씨는 이들에게 전통장류가 숙성할 수 있는 항아리를 대여해준다. 이후 숙성이 완료되면 완제품을 택배로 배송시켜 소비자들이 직접 만든 장을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구조이다. 현재는 15명의 소비자에게 항아리를 임대하며 주위에서 반응이 좋아 이웃 농가에게 이런 마케팅 방식을 알려주기도 했다.

또한 보성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SNS로 마케팅하기’교육에도 참여했다. 송씨는 “남들이 다 아는 지식으로는 절대 성공을 거둘 수 없다”며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 성공적인 귀농 생활의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대리 숙성 마케팅을 통해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임대한 항아리의 모습.

◇예비 귀농인들에게…“가벼운 마음으로 귀농하면 실패 거듭할 것”

송씨는 예비 귀농인의 성공적인 귀농생활을 위해서는 ‘확고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송씨는 “막연하게 시골로 가서 그까짓 농사 짓고 말지 등 가벼운 마음으로 귀농을 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며 “귀농을 하겠다는 확고한 각오가 필수요건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충분한 자금이 마련돼 있어 소일거리로 귀농을 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할 마음가짐이다”며 “귀농을 전업 삼아 일평생 농촌에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귀농 초기에 바로 거주할 집과 농사지을 토지를 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며 “임대 농사와 다른 농가 품앗이를 통해 농업이 본인의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영상·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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