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제공
교육부가 지난 7월 말 상산고의 취소를 번복한 후, 해당 결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다. 논란의 기저에는 ‘자사고가 대입에 유리하다’는 전제가 있다. 이런 논란은 자사고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고ㆍ국제고를 비롯한 특목고와 영재고에 진학하는 것이 대입에 유리하며, 심지어 일반고에서도 과학중점학교 등의 여부에 따라 합ㆍ불이 달라진다’는 생각은 초ㆍ중학생들이 여러 학원을 전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연 자사ㆍ특목고 진학이 성공적인 대입을 보장할 수 있을까? 다음을 통해 ‘고교 유형에 따른 대입 유ㆍ불리설’의 타당성에 대하여 살펴보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일반고 1등급은 떨어지는데 자사ㆍ특목고 3등급이 합격하는 이유는?

다음은 서울대에서 2019년 교사 대상 컨퍼런스에서 밝힌 일부 자료이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서울대에서는 세 학생이 모두 합격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고교의 유형을 밝히지는 않았는데, 각 학교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볼 수 있다.

지원자 C가 재학중인 고교는 평균성적이 매우 낮은 편이며 표준편차도 큰 편이다. 평균 성적이 낮은 이유는 시험이 어렵기 때문일 수 있지만 표준편차를 고려할 때 상위권보다는 하위권이 더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학년 때에 비하여 2, 3학년의 인원이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가 계열(문/이과)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실업계반’ 등의 개설로 인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지원자 C가 속한 고교는 ‘특정 계열 선택자가 많은 고등학교 또는 실업계반이 개설되어 있는 종합고등학교’일 가능성이 높다.

지원자 D가 소속된 고교는 시험 난이도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학생 간의 편차가 크지 않은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학생 수가 적어 등급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평균과 표준편차를 고려할 때 ‘일반계고, 그 중에서도 소규모 도시 혹은 지역에 있는 고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원자 E가 속한 고등학교는 자사ㆍ특목고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유형의 고교는 학생의 학업 수준이 높고(평균이 높음), 학생 간의 학업 수준이 크지 않아(표준편차가 작음) 높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등급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는다.

위와 같은 고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떤 학생의 학업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해야 할까? 지원자별 교과 성적을 살펴보면 순서대로 1.4, 1.6. 2등급이므로(단위 수 미반영) 지원자 C가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원자 C의 고교는 교과 성적을 관리하기가 쉽기 때문에 지원자 E의 학업역량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을까? 지원자 D학생은 C학생보다는 우수하지만 E학생보다는 덜 우수할까?

이렇게 교과 등급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을 대학에서는 서류(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와 면접 등을 통해 확인하여 판단한다. 지원자 E학생이 비교적 낮은 교과 등급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이유는 ‘자사ㆍ특목고’ 학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고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우수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만약 교과 성적이 1.**등급인 학생이 불합격했다면 대학이 그 학생을 평가할 때 그 성적은 당연한 결과로 보이는데 비해 다른 활동을 고려하면 학생의 노력이 경쟁자에 비해 부족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대입 전형의 일부일 뿐

학생부종합전형 외에도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수능중심전형 등 대학을 입학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고교 유형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경우는 없다. 자사ㆍ특목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유리하다고 통상적으로 알고 있지만 살펴보면, 모든 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교과성적 반영 비율이 높은 전형에서는 자사ㆍ특목고에 비해 일반고 학생들이 유리하다. 서울대 발표에 의하면 지난 몇 년간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특목고 학생이 선발된 경우는 없었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각 고교별로 학교장추천을 받은 재학생 2명이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인데 대부분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특목고 학생들의 지원 제한은 없으나 경쟁자들에 비해 교과 성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지역균형선발보다는 일반전형을 중심으로 지원하여 합격하는 편이다.

논술이나 수능중심전형에서도 특목고 학생들의 진학률은 기대만큼 좋지 않다. 교과 수업과 교내 활동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보니 수능까지 준비하기가 어려워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미충족하거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에는 부족한 수능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일부 자사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성공적인 대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유형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대학 입시는 제로섬 게임과 같다. 모집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합격한다면 누군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합격 또는 불합격 원인을 다양하게 추정해 볼 수는 있지만 누구도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라며, “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카더라’ 식의 막연한 추정보다 정답에 가까운 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준비하는 것”이다고 조언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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