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덥고 습한 여름 날씨
범은희(광주지방기상청 기획운영과장)

여름. 이맘때만 되면 어른들이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부채를 부치며 하시는 말씀이 생각난다. “찜통 같네. 그래도 무릇 여름은 더워야제. 더워야 나락도 영글고 과일도 맛나제.” 어렸을 때 날씨가 더우면 계곡물로 들어가서 멱감고, 집에 오면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 끌어올려 몸에 부으면 더운 줄 몰라서 여름은 마냥 신나기만 했다. 거기에다 수박이며 참외, 옥수수가 지천에 깔렸으니 서리할 거리도 많아서 모기만 제외하고 여름은 즐거운 계절임에 틀림없었다.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정자 대신 에어컨이, 수박서리 대신 마트에서 시원한 수박을 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 맘 한켠이 씁쓸하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왜 이렇게 습하면서 더운 것일까? 그것은 여름 날씨에 많은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기단 때문이다. 기단은 해양이나 대륙과 같이 같은 성질의 지표면과 대기가 오랫동안 접촉해 같은 성질을 가진 거대한 공기의 덩어리를 말한다. 대륙에서 만들어진 기단은 건조하고, 해양에서 만들어진 기단은 매우 습윤한 성격을 갖는다. 북태평양고기압은 해양에서 만들어진 열대성 기단으로 습도와 기온이 매우 높다.

이렇게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여름철에는 대기 중에 분포하는 다량의 수증기 입자들로 습도가 높고 구름이 쉽게 만들어진다. 여름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뭉게구름은 대체로 하층에서 만들어지는 구름으로 적운이라고 한다. 적운은 밑면은 평평하고 윗면은 둥글어 솜을 쌓아놓은 것처럼 뭉실뭉실한 모양이고, 대류작용으로 지상으로부터 3㎞ 이내에 생기므로 맑은 날 많이 볼 수 있으나 강한 상승에 의해 대기가 불안정할 때는 구름이 10㎞ 이상까지 발달해 소나기가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여름 날씨를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름철 더위와 더불어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 더 있다. ‘불쾌지수’라는 이 친구는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같은 온도지만 습도 분포에 따라 느끼는 불쾌감은 다르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는 당연히 습도가 높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삼복더위가 무르익은 요즘 같은 날씨에는 별일 아닌데도 쉽게 짜증이 나고 숙면이 어려워 자칫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이럴수록 무더위를 슬기롭게 즐기면서 이겨낼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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