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12>함평 이정숙씨

정년 퇴직한 수학 교사가 딸기 농사꾼으로…

자녀들에게 마음껏 먹이고 싶어 작물로 선택

귀농 3년차만에 연 매출 9천여만원 올려

블로그 등 SNS 적극 활용하는 스마트 귀농인

딸기수확·딸기쨈·딸기청 프로그램도 운영
 

37년간 수학교사 였던 이정숙(58·여)씨는 귀농해 ‘나비랑 딸기랑’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37년간 교편을 잡던 선생님이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나비랑 딸기랑’ 이정숙(58·여)대표다. 이 대표는 정년퇴임을 하고 고향인 함평으로 돌아왔다. 교육자였던 이대표는 농사도 배움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관련서적과 강의를 통해 공부 하며 지식을 쌓았고, 논산 등 타 지역으로 교육을 받으러 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며 귀농을 준비했다. 나름의 준비를 마친 이대표는 2015년 12월 본격적으로 귀농을 시작해 4년이 지난 현재 2천277㎡(690평,230평씩 3동)의 딸기 하우스와 딸기 체험장을 운영하며 9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정숙씨가 재배한 딸기.

◇수학선생님 농부되다=

‘나비랑 딸기랑’ 이정숙 대표는 2015년 귀농하기 전까지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으로 근무를 했다. 약 37년간의 교직활동을 마치고 정년퇴임을 했다. 처음 그는 귀농을 생각하지 않고 도시에서의 편안한 노후 생활을 계획했다. 꽤 오래 교편을 잡았기 때문에 연금으로 생활을 하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남편과 함께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산과 바다로 여행을 다니면서 남은 여생을 보낼 생각을 했지만 계획은 오래가지 못했다. 4명의 자녀를 둔 이대표는 장성해 독립을 한 첫째와 둘째, 늦둥이로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한 셋째와 넷째가 있었다. “늦둥이 자녀가 둘이나 있고 대학에 진학하니 돈을 더 벌어야 겠더라구요” 두명의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 등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던 그는 정년퇴임을 하고 마땅한 수입원이 없자 인생의 두번째 직업을 고민했다.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다양한 강의를 수강하며 구직활동을 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장성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어느 농부의 강의를 듣고 고심끝에 귀농을 결정했다. 그 농부는 딸기 농사를 지으면 돈이 된다는 말과 함께 귀농의 비전에 대해 강의를 했다. 마침 부모님이 계셨던 함평에 벼농사를 지을만한 2천여평의 토지가 있었고, 남는 토지에 하우스를 신설해 고설재배로 딸기를 짓자는 계획도 세웠다.

딸기를 작물로 선택한 이유는 다양했다. 우선 강사의 강연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귀농 정착 지원금과 귀농인 대출 정책 등을 활용해 하우스를 신설하고, 시설재배로 딸기 농사를 지어 수익을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강의도 수강했던 터였다.

또한 어렸을 때 가정형편에 대한 기억도 그가 딸기를 선택 하는데 상당 부분 차지했다. 지금은 장성한 자녀들이 어릴 적 딸기를 먹고 싶어했지만 넉넉치 못한 형편에 사주지 못했다. 철이 지나면 딸기의 가격은 저렴해졌지만 맛이 없었고 아이들이 좋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억에 ‘농사 지어 자녀들에게 딸기나 맘껏 먹여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농촌행을 택했다.
 

‘나비랑 딸기랑’농가에서 2차 가공한 딸기잼·딸기청

◇후회는 확신으로=

이대표는 귀농하고 첫해 후회를 가장 많이 했다고 전했다. 30여년간 교편을 잡은 탓에 농업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농사관련 용어도 생소했을 뿐더러 주변은 딸기농가가 없던터라 자문을 구할 곳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 등을 통해 공부를 하며 주먹구구식으로 농가를 꾸리려 했지만 그마저도 전문지식이 부족해 어려웠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딸기농사를 준비하며 계획했던 벼농사는 생각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이대표는 “다시 도시로 갈까” “작물을 바꿔볼까” 등 고민을 거듭했다. 답은 하나였다. 다시 추스르고 일어나 농사 지식을 쌓고, 계속 도전하는 것이었다. 도시의 생활을 모두 정리했고, 농사말고는 자식들 학비를 충당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이번엔 다른 지역으로 배움의 장을 넓혔다. 딸기로 유명한 논산의 농가로 무작정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담양에서 관련 강의를 수강하기도 하며 점점 자신감을 가졌다. 또한 기술원의 추천으로 가공을 하며 체험장을 운영하는 등의 제안도 받아 관련 교육을 수강하기도 했다.

해를 거듭하며 이씨의 농가는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1년차에 했던 후회는 확신으로 바뀌고, 그때 수강했던 강의들은 밑거름이 돼 적당한 수입을 올리며 점점 안정을 찾았다.
 

수확 체험을 마친 체험객들에게 종종 제공되는 딸기 쉐이크, 딸기잼을 바른 빵

◇나비랑 딸기랑 체험 농장,=

처음 딸기 수확으로만 매출을 올리려던 계획은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바꼈다. 귀농 당시 기술원의 권유로 딸기 체험과 SNS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교육을 받았으니 ‘안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 블로그 운영은 교육을 받은 내용과 농사 일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시간이 흘러 이대표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딸기수확을 체험할 수 있겠냐는 문의도 덩달아 늘어났다. 체험장은 체험을 문의했던 블로그 방문객 위주로 시작했다. 딸기 수확 체험장에 대한 교육도 받아 비교적 수월하게 체험장 코스를 편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선생님 시절 교육 노하우를 살려 딸기의 재배과정과 수확방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씨는 체험장 규모를 점점 키웠고 지금은 전체 매출의 60%를 체험장을 통해 올리고 있다.

이대표는 다른 농가 체험과 ‘나비랑 딸기랑’ 농가 체험은 4가지가 다르다고 전했다. 고설재배 방식을 도입한 덕분에 딸기를 서서 수확할 수 있어서 편하다는 점과 수확에 사용되는 수확 용기를 항상 일광 소독을 해 위생적이다는 점이다. 또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여름 내내 병해충 예방에 만전을 기해 건강한 모종으로 정식하기에 맛과 모양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수확한 딸기를 현장에서 직접 쉐이크, 잼, 청 등으로 가공해 제공하는 점 등이다.
 

딸기 수확 체험을 하는 아이들.

◇귀농은 힘든게 당연하다=

이씨는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귀농을 해서 성공하는 사람들보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다”며 “직접 경험해보니 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지 알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딸기 농사에 쏟을 만큼 힘들고 고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분명히 성과는 드러날 것”며 “힘들었던 만큼 지금은 보람있고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지금은 귀농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향후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농장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씨는 “딸기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가는 작물 중 하나다”며 “지금까지는 딸기 밭에 살다시피 했는데 향후 5년안에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편하게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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