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 인용한 시는 김기림 ‘새나라송’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해방 직후, 한 시인은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이렇게 노래했다”며 시 한 구절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서 벗어난 신생독립국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꿈이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시구는 납북 시인 김기림의 ‘새나라송(頌)’ 일부다.

김기림이 해방 뒤 쓴 작품으로 이후 1948년 간행된 시집 ‘새노래’에도 실렸다.

희망찬 새 나라에서 공업을 위주로 한 경제건설에 진력해 앞으로는 어떤 나라도 흔들 수 없는 부강한 독립 국가를 만들자는, 교훈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참여시’ 계열 작품이다. 특히 시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라는 대목이 이번 경축사 주제와 잘 맞았다고 한다.

시인 김기림은 우리 근현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며 이상, 정지용 등과 함께 ‘모더니즘의 기수’로 이름을 널리 알리다가, 현실 참여문학에 몰두했다. 김기림은 당대 높은 문학적 성취를 거둔 동시에 리얼리즘 참여 문학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평론가로서 모더니즘을 비롯한 서양 문학사조를 소개하고 지평을 넓히는 데도 앞장섰다.

김기림은 모더니즘 기수였지만, 중반기 이후 ‘시각 이미지’만 추구하는 시는 ‘순수주의’에 지나지 않는 만큼 시대정신을 보유해야 한다는 사회 참여적 견해를 강하게 드러낸다. 자본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도 보인다.

광복 후에는 좌파 계열인 ‘조선문학가동맹’에서 주도적 활동을 하면서도 월북 대신 서울에서 대학 강의를 계속했지만, 6·25 전쟁 이후 납북된 이후 정확한 소식이 끊겼다.

1908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난 김기림은 니혼대학 문학예술과를 나와 조선일보 학예부(지금의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1931년 등단 후 낙향해 창작해 전념하다 도호쿠제대(東北帝大) 영문과를 졸업하고 다시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다.

시집으로 ‘기상도’(1936), ‘태양의 풍속’(1939), ‘바다와 나비’(1946), ‘새노래’(1948)가 있고, 평론집 ‘문학개론’(1946), ‘시론’(1947), ‘시의 이해’(194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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