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남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기억이 머무르는 병, 치매

여유로운 어느 주말 아침, 평소와는 다르게 게으름과 마주하고 있던 이른 시간에 아파트 안내 방송 알림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깼다. 주말 이른 아침에 반가울리 없는 방송은 유독 큰 소리로 울렸고 내용인즉 단지 내 할아버지 한 분이 실종되었으니 인상착의를 듣고 신고 해 달라는 다급한 내용이었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니 필자와 같은 라인에 살고 계시는 이웃 할아버지 내용이다. 평소 손주들 등하교는 물론, 학원까지 직접 바래다주시며 제2의 황혼기를 보내시던 분이었는데 막내 손주가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함과 동시에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익히 듣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에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은 할아버지는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도 해맑은 미소로 꾸벅 인사를 하신다.

치매는 만성적 또는 진행성 뇌질환에 의한 증후군으로 기억, 사고, 지남력, 이해력, 계산, 학습능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 다중의 고차 피질 기능의 장애로 나타난다(최신정신의학, 민성길). 이러한 전문적 내용이 아니더라도 필자는 치매를 “기억이 머무르는 병”이라고 설명한다. 65세 이상 생물학적 연령에 맞지 않는 5살 수준의 판단 혹은 3살 수준의 일상생활능력 등은 그 때 그 나이로 돌아가 그 기능밖에 하지 못하도록 기억이 멈추어 버린 것이다.

치매에도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외에도 혈관성 치매 알콜성 치매 등이 있다. 그 원인으로는 70가지 이상의 질환이 알려져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언급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또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기 발견 후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10~15% 정도가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소위 건망증과 치매는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여 판단해야하며 치매 자가 진단을 통해 스스로 평가 후 전문가의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건망증은 일상생활에서 사소하고 세세한 부분을 잊어버린 경우가 많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 부분이 자연적으로 기억난다는 점에서 치매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증상이 쉽게 악화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평소 건망증상으로 치매를 의심한다면 다음의 치매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참고하여 평소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 보고 6개 이상 체크 될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꼭 받아보시길 권한다.

①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②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③ 약속을 하고 잊은 때가 있다. ④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할 때가 있다. ⑤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그냥 올 때가 있다. ⑥ 내가 놔둔 물건을 오늘이 찾지 못할 때가 있다. ⑦ 오늘이 몇 월, 몇일,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⑧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⑨ 사물(사람)의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⑩ 가스 불을 끄지 않은 적이 있다. ⑪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위 내용은 앞서 언급했듯이 자가 진단용 문항이다. 혹자는 문제 내용을 과대 해석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응답한 후 본인이 치매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주 위험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 즉시 전문가의 정확한 평가와 검사를 받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혹 병원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생각된다면 최근에는 각 자치구별로 치매안심센터, 보건소(지소) 내 치매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니 가까운 동사무소, 보건소 등을 찾아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다음 시간에는 초기 치매 단계 증상과 가족 및 보호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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