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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7) ‘피재-갑낭재’ 구간

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7) ‘피재-갑낭재’ 구간(2019. 6. 4)
코코넛 껍질 덕석 등산로 “영판 맘에 들어”
장흥군 정맥길 보호 의지… 피재 지나자 장평들 한눈에

하방이마을 무명봉 서니 제암산·작은산 연봉들 자태
잘 조림된 편백숲 청량감 가득…‘나살려라’ 고라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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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이마을을 향하다가 무명봉에서 바라본 제암산 능선.

지난주에 미세 진드기 영향 때문인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모 당 대표를 따라서 군대 면제를 신청할 지경인데 다시 단독산행에 나섰다. 장흥 장평택시(061-862-0900) 김광현 기사님의 안내로 9시 30분경 싸리나무집을 내비에 찍고 피재에 도착하여, 생태이동통로를 통해 산행을 시작하였다. 3일 전에 내려 온 가지산을 뒤돌아보며 장흥군에서 세워놓은 ‘피재-병무산-용두산-감나무재-제암산-곰재-사자산-삼비산’ 안내표지판을 정답게 사진에 담고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간다.

장흥군에서는 호남정맥 길을 제대로 안내하는데다가 코코넛 껍질로 만든 덕석도 등산로에 깔아주는 것 또한 영판 마음에 든다. 등산로 초입에 편백나무 숲이 잘 가꿔져 피재에서 마주 보이는 384봉을 지나 410봉, 409봉, 460봉을 연거푸 지나는데 왼쪽으로는 멀리 장흥 장평들이 보이고, 아래쪽은 온통 산으로 가득 차 있다. 1시간여 만에 병무산에 도착하였다. 지도상에 513봉이라고만 되어 있는데, 다행히 트랭글에서 뱃지를 찌르릉 주는 이름 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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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길을 보호하고자 장흥군이 설치한 코코넛 껍질의 덕석을 깔아놓은 등산로.

병무산을 지나 다시 이름 없는 재를 향해 정맥 길은 내리꽂히고, 그곳에서 오늘의 주봉인 용두산까지는 1.7km 떨어져 있다고 표지판에 쓰여 있다. 기온이 30℃가 넘어서 그런지 오르막길이 더디기만 하다. 결국 병무산에서 1시간 10분이 지난 12시경 용두산(551m)에 도착하였다. 멀리서 볼 때 통신탑처럼 보이던 철탑은 산불감시초소인데, 등산 리본들이 줄줄이 매달려 철망을 타고 오른 덩굴식물과 함께 매달려 있다.

다만 이곳에 있는 표지판에 “용두산 2.9km”라고 잘못 쓰여진 것은 아쉽다. 다른 곳에 달아야 할 표지판을 인부들이 잘못 단 것이라 짐작하지만 위 표지판 외에도 방향이 반대로 되거나 거리가 틀린 것들이 많으니 수정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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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 등산안내 이정표.

용두산을 넘어서면 내리막길이 계속되고 상방이마을이 나타난다. 전남의 호남정맥 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이 상방이마을 같은데 정맥 30m 아래에 마을이 있어서 바로 아래서 개 짖는 소리와 닭울음소리가 시끄럽다. 근처에 중방이, 하방이 마을이 있는 것도 재미있다.

상방이마을을 넘어 무명고지를 지나면 또다시 비포장 고갯길이 나오는데, 위 도로는 하방이마을로 통하는 지름길이다. 그때부터 계속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높이는 348, 367, 369 등으로 그만그만하나 한낮의 태양 아래 오르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 만약을 대비해 이온음료 1병과 생수 1병을 더 준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369봉에 이르니 눈앞에 ‘제암산’과 ‘작은산’ 연봉이 멋진 자태를 보이며 반긴다. 이곳 등산로에는 유독 노간주나무가 많다. 조경목과 약재로 쓰인다는 노간주나무는 가지를 어릴 때 갈퀴나무를 할 때 솔잎를 싸는 도구로 많이 이용했었다. 다만 쇠죽솥에 불을 때다가 노간주 가시에 손가락을 스치면 띠얏하는 아픔을 느끼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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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갑낭재’ 구간의 편백숲.

더워진 날씨에 계속 쉬어가면서 3시가 넘어서 349봉에 닿았는데 여기에도 편백숲이 잘 조림되어 있다. 편백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던 고라니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놀라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을 간다. 난 혼자서 산을 가게 되면 내가 중간크기 곰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 어떤 산짐승도 겁날게 없다. 편백숲에 앉아 있으니 숲이 울창해서 그런지 기온도 더 낮고 청량함이 밀려온다. 사실 산에 가는 목적은 산을 타는 것보다도 산에 더 머물기 위함이니 오늘처럼 시간이 넉넉한 날에는 편백숲의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며 몽상에 잠겨 멍 때리는 것 또한 삶의 한조각 기쁨이 아니겠는가.

편백숲에서 한참을 해찰하다가 결국 정식 명칭이 ‘갑낭재’인 감나무재에는 3시 30분이 되어서 도착하였다. 택시회사에 전화를 하니 장평택시기사님이 바쁘다고 근처의 장동면 택시기사님을 대신 보내주시는데, 5분도 안되어서 택시가 도착한다. 보성강의 발원지가 있는 제암산, 일림산을 다음번에 오를 계획을 세우며 6시간의 힐링을 마무리지었다. 택시비는 감나무재에서 싸리나무집까지 1만 5,000원을 지불하였다. /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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