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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기자현장>억지 미소와 사회통합
<기자현장>억지 미소와 사회통합

이은창 중·서부취재본부 기자

이은창 기자현장
지난 7월 중순 제5호 태풍 다나스가 열대저기압을 한창 끌어모으고 있을 무렵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차 인천발 프랑크푸르트행 아시아나 OZ542편에 몸을 실었다. 11시간에 걸친 지루한 비행을 마치고 거친 억양을 내뱉는 출입국심사관으로부터 간단한 입국 심사를 받은뒤 열흘간에 독일 일정이 시작됐다. 독일의 첫 이미지는 “한국과 다를게 없네”였다. 투박한듯 하면서도 깔끔한 건물들, 정갈하게 나열된 도로 표지판 등 우리나라 여느 대도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인프라가 서구화를 지향했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스쳤다. 특별히 다른점은 독일인들의 건장한 체구 정도였다. 190㎝에 이를법한 거구들 속, 본인은 왜소한 동양인이 됐다.

독일에 온 목적은 다문화 사회통합을 주제로 한 기획취재 때문이었다. 열흘간 독일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자, 이민자, 1970년대 파독광부 등 독일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만한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이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적어도 이곳은 임금이나 처우, 대우 등이 내국인과 이주민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유럽인은 물론이고 전세계 이주민이 다함께 살아가는 이곳에서 최소한 눈에 보이는 차별은 없는듯 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나 스스로 취재원을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 달랐다는 점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전무한 독일어 실력에 혈혈단신 이역만리에 떨어져 있어서였을까, 사뭇 진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도 이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억지 미소를 띈 채 독일에서의 열흘이 쏜살같이 흘렀다.

문득 모국에 돌아와보니 우리나라에 사는 이주민들이 내가 독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금 억지 미소를 띄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국인과 어울리기 위해,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 분명 진정한 사회통합은 이들의 억지 웃음이 걷혔을 때 가능할 것이다. 때론 웃고, 때론 우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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