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에 전남의 희망이 있다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온 나라가 현재 진형형으로 이른바 ‘조국 사태’에 묻혀 있다. 청와대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정치권은 여야 간 ‘사수’와 ‘낙마’를 사이에 두고 사활을 걸었고 언론은 이 기간 포털에만 60만 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냈다. 가히 나라가 어수선한 조국 천하다.

그런 여름의 끝자락인 팔월 마지막 날.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작지만 뜻깊고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전라남도 다문화가족 큰잔치 행사다. 전남도가 주최하고 전남다문화가족지원거점센터와 남도일보가 공동주관한 행사로 전남 22개 시·군에서 다문화가족 180개 팀 8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별 출신들의 다문화가족들이 참석했다. 전남도지사와 전남도교육감, 순천시장 등 각급 기관장들도 자리를 함께하며 이날 행사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추석을 1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열린 행사여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선물을 가져갈 수 있도록 나름 푸짐한 경품을 준비했다.

장기자랑과 생활의 지혜를 알리는 가족 골든벨을 중심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끼와 재능, 열정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사회자가 출연진들과 즉석 인터뷰를 할 때는 서투르지만 분명 한국말로 답했다. 가족 댄스와 노래, 태권도시범 등을 보며 웃음꽃이 만발한 하루였다.

1990년대 이후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국제결혼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다문화가정이 한 축을 이루게 되었다. 주로 아시아계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며 다문화가정이 형성되는 등 한국사회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변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40만 명에 이르고 다문화가족도 96만여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다문화가족이 전년 대비 8.9% 증가하면서 1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고 전체 혼인 가운데 국제결혼 비율이 8.8%에 달했다. 광주·전남지역 다문화가족도 10만 명이 넘어서는 등 매년 10%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우리 주변 가까운 사람 중 국제결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전체 다문화가정 학생 중 전남지역 다문화가정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다문화가정 학생의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교육 기본통계에 드러난 전국 초등학생 100명 중 3명 이상이 다문화가정 학생이다. 전국의 다문화가정 학생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12만2천212명으로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정 학생은 매년 1만여 명씩 증가추세다.

전남에도 유치원과 초·중·고교 1천181곳에 1만500여 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남 전체 학생의 4.5%에 달한다. 비율이 10%가 넘는 군 지역이 최근 들어 10여 곳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전남지역 초등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전체 학생 수의 10%에 육박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업중단 비율도 일반 학생의 중도 포기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전남지역 인구는 해마다 감소추세에 있다. 전남 인구는 190만 명이 무너진 지 수년째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백약이 무효다

전남도 합계출산율을 보면 2015년 1.55명에서 2017년 1.33명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도내 출생아 수는 연간 1만3천여 명 수준이다. 낮은 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신생아 양육비와 세금 감면 혜택 등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출산율 감소추세는 피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은 장래 인구 특별 추계를 통해 2017년부터 30년간 전남은 18만 명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제 전남의 미래는 다문화가족에 달려있다. 다문화가족이 있는 곳에 아기 울음소리가 있고 전남의 희망이 되었다. 그러나 이질적인 문화와 삶이 한 울타리 속에서 정착하고 함께하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어려움과 사회통합이 주요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전국적인 매스컴을 탄 전남지역 한 군 단위의 외국인 아내폭력도 그런 사례다. 서로의 언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전남도교육감은 다문화가족 큰잔치 축사를 통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한글 문해력 교육 그리고 기초학력 보장문제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특별히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출발점에서부터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학습복지 확대는 매우 중요하다. 또 2세들의 취업과 사회생활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경제·문화적 사회통합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 공동체 발전을 꾀할 준비가 필요하다. 이질적인 문화와 삶들이 함께 녹아들고 공존하는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 건설을 위한 대안 마련과 지역민들의 인식공유가 필요하다. 오늘날 세계 최강국, 패권국가인 미국의 힘은 다문화가 출발점이었다. 우리사회가 다문화가 존중되는 사회로 자리를 잡을 때 우리의 국력과 국격도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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