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이계홍 역사소설 깃발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15)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15)

“방어사 어른! 이건 상급자인 부원수로서 명령이오. 영변 좌병방 최병룡을 내놓으시오.”

한달음에 안주 영문으로 달려온 이괄이 정충신을 마주하고 호령했다. 그는 정충신과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그가 야밤중에 찾아와 노고가 많아서 내가 접대했소이다. 술이 좀 과한 나머지 술병을 얻어 지금 기방에서 요양중일 것이오. 갱신하면 나가겠지요.”

정충신이 딴청을 부렸다.

“나는 이곳에 비공식으로 왔소이다. 왜 비공식적이냐면 정 방어사를 사사로이 만나기 위해서요. 혹시 나를 두렵게 여길까봐 경호원도 없이 왔소이다. 나는 정 방어사를 사형(師兄)으로 생각하고 있소. 내가 계급이 높다고 해서 정 방어사를 내 부하로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소. 사형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명민함과 용기를 가지고 오늘에 이르러 어지러운 국토를 지킨 그 군인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에 나로서도 마음으로부터 따랐던 것이오. 존경하오이다.”

“과분한 말씀이오. 헌데 용건은...”

“아예 까놓고 얘기하겠소. 어차피 인간이란 개인의 필요 요구에 의해 조직을 만들고, 그 집단을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 힘을 모아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오. 나라 생각은 거룩하게 말하는 것일 뿐, 사실은 개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것이오. 그것이 명예를 위한 것이든, 권력을 위한 것이든, 재산을 위한 것이든... 그런 연후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지요. 사형이 익히 알다시피, 나는 여러모로 불이익을 당했소. 그런데 그것이 나 혼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전염병처럼 번져서 나라를 기망하고 있소. 어지러운 나라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소이다.”

“거 무슨 소리요? 나라를 구하다는 것은 당치 않는 말이오.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내 가만 있지 않겠소.”

“나는 결단했고 물러서면 죽는다는 것 알고 있소. 그리고 정 방어사가 그런 나를 고발하는 소인배라고 생각하지 않소. 지금 나라는 중병이 들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오. 아까 말했듯이 여기저기서 민란이 일어나고 역모가 꾸며지고 있소이다. 흥안군(인조의 숙부)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능원군(인조의 아우) 주위에도 모사꾼들이 모여서 반혁명을 모의하고 있소. 전 현령 유흥령이 상소한 바에 따르면, 벌써 두군데서 역모가 일어났다고 밀고했소. 관서지방에서 군사를 모아 쳐들어온다는 첩보요.”

“관서 지방이라면 나도 해당되는 것 아니오?”

“그러니까 우리가 역으로 당할 수 있소이다. 삼남지방에서도 크고 작은 민란이 일어나서 행정력이 마비되고 있다고 하오이다. 이것들을 일망타진해야 하는데 사대부 중신들이란 것들은 황소 뒷다리 쥐잡은 것마냥 우연찮게 쥔 권력에 취해 탐악과 이권 다툼에 눈이 뒤집혀 있소. 이러니 조정이 신의를 찾을 수 있겠소?”

“조정이 신의를 잃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금시초문이오. 더군다나 이괄 부원수도 영변에 나와있지 않소이까? 조정 물정을 모르는 것은 나와 다르지 않잖소? 그리고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것만이 사명 아니오?”

“내가 이곳에 온 것이 불과 몇 개월이오. 그리고 이렇게 나라의 정통성이 흔들리는 것은 쥐새끼같은 간신배 놈들 때문이라니까요. 그들이 국사를 도륙하고 있는데 방치하자고요? 그들이 상(임금)을 경호한다면서 사병(私兵)을 양성하고 있소. 반정공신 네 사람이 거느리고 있는 군사 숫자가 벌써 1000명이 넘는다 하오. 이들부터가 불안의 대상이오. 군관의 수를 늘리면 정권안보가 될 것 같지만 공신들의 사병으로 종사하니 중신 경호에만 힘쓰는 꼴이잖소. 병사들은 국고에서 급료를 받고 있지만 중신들의 집안을 건사하는 사병노릇을 하니 말이 되는가. 그들이 민폐도 적지않게 끼치고 있소이다. 그 많은 군사를 다 먹일 수 없으니 민가에 가서 곡식을 가로채고, 재물도 탐하고 있소이다. 적을 막으라는 데 주인을 막아주면서 사익을 챙기고 있소. 그런데도 상감마마는 이자들에게 의지하고 있소이다. 왕을 모시고 이 자들을 잡아버려야 하는 것 아니겠소?”

“소문만으로 나서서는 안될 것이오. 사헌부가 있고, 의금부가 있고, 포도청이 있지 않소?”

“그 새끼들이 더 오염됐소. 그중 실세인 병판 김류와 이판 이귀는 그 도가 넘치고 있소. 이귀는 반역으로 죽은 박승종 부자의 저택을 가로채고, 그 부인과 부녀자들을 처첩으로 삼고, 노비로 삼았소. 반정공신들이 반정을 일으킨 것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서고 있소이다. 도성에 상시가(傷時歌)라는 노래가 떠돌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상시가?”

“그렇소. 이런 내용이오.”

이괄이 한숨쉬듯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계홍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