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소통공간에서 이웃의 情 나눠요
임택 광주 동구청장

‘광주 동구’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단어들이 몇 개 있다. 그중 ‘호남 일번지’, ‘광주 종가집’, ‘공동화현상’ 등은 과거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과 그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시기를 반영한다. 또 한 부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문화예술특구’, ‘도시재생’ 등으로 예향남도의 유산을 바탕삼아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며 다시 새롭게 도약하는 문화도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성장-확장-쇠퇴라는 도시의 일반적인 생장 사이클이 문화전당 개관이라는 전환점을 맞아 한 차원 더 진화된 재도시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옛 전남도청에 들어선 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를 세계와 연결하는 플랫폼역할을 수행하는 국내 최대 복합문화공간으로, 문화도시 광주의 랜드마크로 훌륭히 연착륙했다.

문화전당은 또 광주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도시로 손꼽혔던 동구의 도시재생사업에도 전에 없던 활기를 불어넣었다.

현재 동구는 계림동 8개를 비롯해 10여 곳의 주택재개발과 내남·선교·용산지구 도시개발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며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웰빙 주거도시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인구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구는 최근 4개월째 전입이 이어지며 인구 10만 명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인구는 5월 461명, 6월 629명에 이어 7월에는 1천219명이 늘어났다. 앞으로 용산지구(2천680세대), 계림8구역(2천336세대) 입주가 본격화되면 이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동구가 이처럼 다시 도시기능을 되찾고 문화도시 면모를 조금씩 갖춰가면서 젊은 세대 유입으로 인한 신·구세대, 거주민·이주민 간 화합과 소통이 시급한 현안과제로 떠올랐다. 민선7기 동구가 ‘이웃이 있는 마을, 따뜻한 행복 동구’를 구정목표로 정한 이유다. 동구는 마을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터 관내 5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소통경로당’은 이러한 노력 중 하나다. 소통경로당은 기존 회원제로 운영되던 경로당을 주민들 모두에게 개방해, 마을의 대소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웃친화교육, 웃음치료, 원예치료 등 매월 선보이는 색다른 프로그램은 어르신과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월 1회 운영하는 ‘나눔밥상’은 주민 모두가 기다리는 마을잔칫날이다. 주민들을 초대해 음식을 함께 나누다보면 저절로 이웃 간의 정이 도타워질 것이다. 인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손자랑 오손도손 세대공감’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겐 정서적 교감을 , 어르신들에게는 함박웃음과 함께 삶의 활력을 찾아줬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마을커뮤니티센터 ‘마을사랑채’가 차례로 문을 연다. 지난 8월 지산2동을 시작으로 올해 내 5개소를 개소하고 임기 내 13개동 전체에 ‘마을사랑채’를 조성할 계획이다. 공유부엌, 다목적실, 마을책방, 유아방 등을 갖춘 마을사랑채는 주민이 중심이 돼 마을현안을 해결하는 사랑방 역할은 물론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편익기능을 제공하는 통합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에 따르면,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 힘의 기초는 정치적 규범의 형성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치적 규범은 구성원들이 평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표출하고 토론하면서 합의에 이를 때 만들어진다. 동구는 소통경로당과 마을사랑채를 통해 민주적이고 개방된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역, 그리고 집단공동체를 재구성하는 열린 광장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집사광익(集思廣益),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더 큰 효과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마을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 그리고 마을 공동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때 비로소 풀뿌리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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