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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19)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19)

제4부 풍운의 길 2장 이괄의 난(419)

“모였다 하면 서로 다투는데, 그러지들 마시오. 따지고보면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철천지원수처럼 싸워요. 그러다 반군이 들어오면 어떡하겠소. 모두 자중자애하고, 대책을 논의합시다.”

영의정 이원익이었다. 그는 원만한 원로였다. 당쟁이 치열한 붕당의 이전투구장에서 언젠가 한번은 가게 되어있는 중신 사회에서 늘 중립을 선택했기 때문에 여지껏 다치지 않고 4대 왕에 걸쳐 형조참판, 지의금부사, 이조판서, 우의정, 영의정 등 요직이란 요직은 두루 섭렵한 문신이었다. 광해군 시절 예법에 어긋난다 하여 인목대비 폐서인(廢庶人)에 반대했다가 강원도 홍천으로 귀양갔으나 인조반정이 성공하자 인목대비가 맨먼저 불러 그 사은으로 영의정으로 추대한 인물이었다. 운도 좋았지만 인품이 출중해서 그가 어떤 벼슬을 해도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요. 그렇게들 하시오.”

인조가 이원익의 말에 동조하고 신하들의 눈치를 살폈다. 김류가 나섰다.

“구성순변사 한명륜이 이괄 부대에 기웃거린다는 풍문이 있소이다. 그래서 그 놈을 압송해오라 했나이다. 정충신에게도 체포조를 보냈습니다.”

“정충신? 아서!” 이서가 막았다. “북방을 비우면 나라는 누가 지킨답디니까? 농사는 누가 짓고, 소는 누가 키우냔 말이오? 알건대 정충신은 직업군인일 뿐이오. 누군가가 투기했거나 무고했을 것이오. 오히려 그를 반란군을 막을 토벌대장으로 발령내야 할 것이오.”

이서 역시 인조반정 공로로 김류, 이귀와 함께 정사공신(靖社功臣) 1등에 책록된 사람이다. 경기관찰사로서 관서지방의 군사 정세를 잘 아는 인물이다. 이원익이 고개를 끄덕였다. 뒷 배경이라고는 없는 정충신을 이 사람 저 사람 건드려보는데, 감만 가지고 죄인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안주목사는 중앙 무대로 진출하는 관문이다. 이원익 역시 안주목사를 지내면서 출세가도를 달리지 않았던가. 그런 그를 누군가 막으려 한다. 뿌리 약한 서인 집권세력이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된다 하고 쳐내면 집권 조직의 덩어리는 줄고, 대신 불만세력만 늘어날 것이다. 그럴 때 국력이 쇠진할 것은 빤한 일이다.

“의심이 가는 데야 방법이 없잖소. 끌고 와서 조져보는 것이지요.”

“변경을 지키는 장수를 데려와 닦달한다는 것은 좋지 않아요. 이순신 장군의 경험이 있잖소.”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봐줄 수 없소. 엄하게 다스려야 허약한 나라의 기강이 설 것이오!”

이귀였다. 이귀는 김류와 경쟁자였지만 정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선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김류는 성질이 물불 안가리는 이괄을 애초에 건드리지 말자는 편이었고, 이귀는 확실히 죽여버려야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조는 이괄을 쳐내는 데 마음 속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일등공신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래서 중신들이 파벌에 따라 공훈을 나눌 때 바로잡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 어정쩡하게 얹혀간 것이 이런 사달을 부른 것이다. 그는 이괄이 발령을 받아 도성을 빠져나갈 때, 손수 마차를 밀어주는 것으로 애석한 마음을 표시했다. 북쪽에 경험이 풍부한 서인 계통의 장수들이 많았음에도 이괄에게 주력군을 맡긴 것은 그나마 그런 공적 때문이다. 이괄을 의심했다면 그런 막중한 군권을 맡겼을 리 없다. 이귀가 명토 박듯이 말했다.

“광해라는 암군(暗君)이 명나라 몰래 정충신을 후금에 파견했던 것을 모르시오? 후금의 노예가 될 뻔했소. 그걸 우리가 막았던 것이오. 알다시피 그자는 만포 첨사시절 오랑캐의 수도에 파견되어서 금수(오랑캐)와 화친을 도모한 자요. 혼(광해의 본명)과 한 패거리가 되어서 부모국(명나라)을 도록하려 했단 말이오. 혼도 그렇지만 그 하수인도 이가 갈리지 않소? 그 뿌리가 아직도 남아있소이다. 이번에 잘라내지 않으면 독초가 무성히 자라 온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오이다. 그런 자를 변명하는 것도 불충이오!”

광해군의 정책과 업적은 모두 부정되고 있었다.

“어허, 심하(深河)에서 강홍립 군대가 패배한 후에 조정에서는 오랑캐 군대가 침입할 것을 걱정하면서도 자강의 계책을 세우지 못했소. 당장 오랑캐 군대의 침입을 늦추는 것에 급급해서 정충신을 오랑캐의 수도로 보냈고, 명나라 장수 모문룡이 눈치챌 것을 두려워하여 뇌물과 함께 몰래 그에게도 사신을 보냈소. 헌데 모문룡은 막지 못한 대신에 후금은 막았지 않았소이까. 모문룡 군대가 평안도, 황해도에 들어와 분탕질한 것을 모르시오? 사실상 점령한 것이오. 대신 정충신이 후금과 교섭해서 변경을 안정시켰소. 모문룡을 대거리한 자는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정충신은 후금의 공격을 차단하였소이다. 정충신의 공은 크오이다. 상황을 제대로 알고 말하시오!”

조정은 엉뚱한 곳에서 부딪쳤다. 안건만 올라오면 정파의 이익에 따라 서로 씹어대며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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