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강제징용 노동자, 광복 후 일본서 노동운동 펼쳐

전남과학대 김정훈 교수, 증언록 입수해 분석 확인

김일수씨, 피해 진상 규명·유해 발굴·송환 주도

강제징용 노동자 김일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한국인 노동자가 광복 후 일본에 남아 한·중·일 노동자들의 연대활동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전남과학대 김정훈 교수가 징용 노동자 이우봉이 쓴 증언록 ‘재일 1세가 증언한다’를 입수해 1942년 강제징용돼 하나오카 광산에서 일한 김일수가 해방 직후 아키타 지역 노동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최근 일본 민족예술연구소 차타니 주로크 전 소장을 통해 증언록을 입수했으며 그동안 증언록은 시중에 판매되지 않아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증언록에서 당시 강제징용 노동자 김일수는 해방 직후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 남아 1947년 설립된 하나오카 자유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 노동조합의 서기장이 증언록의 저자인 이우봉이다. 조합 설립 당시 조선인 노동자 30여명과 100명이 넘는 일본인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다수의 일본인이 김일수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수는 위원장이 된 후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 피해 관련 진상규명과 피해 지원에 적극 나섰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1945년 하나오카 광산에 끌려간 중국인 포로 986명 중 절반가량이 아사·혹사·사형 등으로 목숨을 잃은 ‘하나오카 사건’의 중국인 유족 대표도 맡았다.

그는 일본인 대표를 강력하게 설득해 중국인 피해자 유골발굴·수습에 처음으로 착수하도록 했으며 유해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했다. 또 김일수는 1950년 일본의 양심적 작가 마쓰다 도키코가 중국인과 함께 피해현장을 찾아 중국 피해자 유골수습을 할 때도 직접 안내 역할을 맡았다. 유골송환 이후 일본 각지에서 펼쳐진 관련 행사와 보고집회에도 마쓰다 작가와 동석하기도 했다.

김정훈 교수는 “김일수가 징용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하나오카 사건 중국인 피해자 유골을 수습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운동에 앞장선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모두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일본 정부가 경찰을 투입하는 등 방해 공작을 펼치는 상황에서도 한·중·일 노동자들이 연대해 피해자 지원활동에 나선 사실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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