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맥’즐기는 손님에 속타는 편의점 점주들

편의점서 캔맥주 한잔도 안되나요?
‘편맥’즐기는 손님에 속타는 편의점 점주들
음주 적발시 ‘벌금 5천만원’…영업허가 취소 사유도
시민들 “서민의 값싼 즐거움도 제재하는 법적 행태” 불만

저렴한 가격으로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이른바 ‘편맥’(편의점에서 맥주는 마시는 것)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업주들은 혹여 수천만원의 벌금 폭탄을 맞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사진은 편의점 앞 도로에 무단 설치된 야외테이블에서 맥주를 즐긴 시민들이 떠난 자리 모습.

#직장인 김설연(35·여)씨는 최근 저녁 식사 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목도 축일 겸 시원한 맥주를 계산하고 나온 김씨는 집까지 갈 필요도 없이 편의점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모금에 하루의 피로를 날려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편의점에서 사장님이 달려 나오더니 “여기서 술 드시면 안됩니다. 제가 벌금 물어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황당한 김씨는 “맥주나 커피 등을 마시라고 손님들 편의를 위해 테이블을 설치해 놓은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편의점 사장은 한사코 안된다며 자리를 뜰 것을 요구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원한 맥주 등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업주들은 행여 수천만원의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흔히 ‘편맥’(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불리는 행위가 불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휴게 음식점’으로 분류돼 있어 컵라면이나 냉동식품 등 간편 조리 음식을 섭취할 수 있지만 음주는 허용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가능하게 하려면 휴게음식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은 휴게 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편의점에서 손님의 음주를 허용했다가 적발될 경우 점주에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영업허가 취소의 중대한 사유가 될 수도 있다.

편의점 내부뿐 아니라 야외 테이블에서의 음주도 행해서는 안된다. 편의점 개인 사유지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하면 문제가 없지만 인도나 도로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음주를 하면 도로교통법과 건축물 관리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주를 즐길 수 있어 술집에 가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잦은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값을 주고 산 주류를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사실에 항의하는 손님들과 자칫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편의점 업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시민 정철호(51)씨는 “일과를 마치고 값싼 가격으로 즐기는 서민들의 소소한 행복마저 제재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워 허덕이는 마당에 저렴한 가격으로 술 한잔 마시는 것도 불법이라고 말하는 법은 누굴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편의점 업주들 또한 울고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만호씨는 “운영방침과 법적 사안을 설명해도 무작정 떼(?)를 쓰는 손님들이 있어 곤혹을 치르곤 한다”며 “특히 야외에서 음주를 하는 것도 혹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제재하고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수입으로 까지 이어질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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