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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티무르제국과 한국

최혁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
티무르제국과 한국
최혁(남도일보 주필)

최혁 주필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 있는 나라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사는 가히 ‘피의 역사’라 부를 만하다. 강대한 세력들이 중앙아시아에서 발호할 때마다 전쟁에 휩싸였다. 세력을 뻗어가려는 동서양의 세력이 만나는 곳이기에 ‘먹고 먹히는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민족은 각각 130여개 민족에 달한다. 이는 수많은 민족들이 전쟁과 교류를 통해 섞이고 뒤엉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매우 낙후돼 있는 나라다. 1919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련의 침략을 받아 1924년 소비에트 연방에 가입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자 우즈베키스탄 공산당 서기장 이슬롬 카리모프가 초대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카리모프는 권위주의 독재정치를 펼쳐 우즈베키스탄을 암흑의 땅으로 만들어버렸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탄압하고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펼쳤다.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우즈베키스탄은 운둔의 나라로 전락해버렸다.

그렇지만 ‘과거의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를 호령했던 대강국이었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영토를 중심으로 해 번성했던 티무르 제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최강국이었다. 학문과 예술도 찬란했다. 천문지리학과 의학수준이 세계최고였다. 현대 수학과 천문학, 의술은 1600년대 티무르 제국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못사는 나라일망정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세계를 호령했던 티무르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으로 뭉쳐있다.

전통적으로 우즈베키스탄 지역은 여러 나라들이 흥망을 거듭했던 곳이다. 이에 반해 지금의 카자흐스탄지역은 버려져 있던 동토(凍土)의 땅이었다.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경제와 문화의 대동맥인 실크로드에서 한참 북쪽에 있는 곳이어서 이렇다 할 고대유적도 없다. 카자흐스탄은 문화·역사적으로는 깊이가 얇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은 소련연방에서 탈퇴한 뒤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쳐 경제적으로 급성장했다. 선진금융정책과 외자유치로 잘사는 나라가 됐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월 110달러 선이다. 이에 반해 카자흐스탄 노동자는 월 400달러 정도이다. 그래서 많은 우즈베키스탄 인들이 카자흐스탄으로 일하러 간다. 국경을 접한 나라의 국민들이 흔히 그렇듯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사이는 좋지 않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을 ‘촌구석에서 살던 것들이 돈 많이 벌었다고 뻐긴다’고 깔보고, 그 반대로 카자흐스탄사람들은 ‘못사는 사람들이 자존심만 세다’는 식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자존심은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우즈베키스탄은 동서양 실크로드 상에 있는 지역이어서 힘 있는 나라들이 일어서곤 했다. 사마르칸트 동북쪽 아프라시압 성터에서 발견된 벽화는 고대 이 지역의 나라가 얼마나 강성한 나라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7세기 사마르칸트에는 소그디아나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으나 1965년 도로공사 중에 소그디아나 궁성건물이 발견되면서 실체가 알려졌다.

궁성건물에는 동서남북 각 11m씩 44m 벽화가 있었는데 이 벽화에는 소그디아나를 방문한 세계 각국의 사절단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사절단은 차가니안, 차치, 당, 티벳, 튀르크, 고구려(신라인)들이다. 특히 서벽 가장 오른쪽에 그려져 있는 고구려인들은 긴 깃털모자(鳥羽冠)을 쓰고, 둥그런 칼머리손잡이(환두대두)를 찬, 전형적인 한반도인 모습이어서 발굴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먼 거리에 있는 고구려 사신들이 찾아올 정도로 소그디아나가 강성했다는 의미다.

소그디아나를 비롯 흥망을 거듭하던 중앙아시아 지역 세력들은 12세기에 들어와 몽골에 의해 평정된다. 1206년 건국된 몽골(칭기즈칸제국)은 지금의 이란에서 중국 동북부까지의 광활한 땅에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1360년대부터 계속되는 내분으로 결국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목민의 야성을 잃어버린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 와중에 몽골제국의 재건을 내걸고 등장한 것이 티무르왕이다. 그는 아버지가 튀르크인이고 어머니가 칭기즈칸 후예인 티무르 사람이었다.

기자는 지난 추석연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방문, 고대유적지를 돌아보며 원 제국(몽골:칭기즈칸)과 티무르(구르 에미르)제국의 흥망성쇠를 느꼈다. 강성했던 나라가 망해버린 이유는 한가지였다. 내분이었다. 그리고 독선이었다. 권력을 향한 끝없는 갈등은 나라를 분열시켰고 결국은 힘없는 나라로 전락시켰다. 우리가 경계해야할 교훈이다. 이렇게 가다보면 후세사람들이 ‘반도체·조선(造船)강국 한국 멸망사’를 교훈으로 삼을지 모른다. 저 광대한 중앙아시아 벌판에서 느꼈던 아찔함이다. 뭉쳐야 한다. 내분은 멸망이다. 역사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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