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통합의 길, 독일교육에서 찾다

<6>자연스레 익히는 언어, 독일의 유치원통합교육
연방정부 지원으로 언어교육 전문가 유치원 배치
언어는 사회통합의 출발점 “유치원 때부터 배워요”
일상적인 독일어 사용 통해 언어습득기 ‘언어 촉진’
아이들 교육 인식 못하도록 ‘자연스러움’이 특징

독일은 사회통합 관점에서 언어습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치원 때부터 언어교육에 방점을 둔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하겐시 한 유치원에서 독일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언어교육에 대해 설명하는 하겐시 유치원 관계자들 모습.

사회통합 관점에서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주민이나 내국인이나 서로 소통이 원활해야 오해와 갈등을 막을 수 있어서다.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조사에서도 언어는 안정적인 정착·생활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다민족 국가인 독일에서는 ‘언어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는데, 특히 언어습득기인 유아기에 이주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독일어를 익힐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같은 언어교육은 아이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놀이식으로 이뤄진다. 독일 현지의 한 소도시 유치원을 찾아 독일이 자랑하는 ‘유치원 통합교육’을 들여다봤다.

독일의 유치원엔 4~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한 유치원통합교육이 존재한다. 사회통합을 유치원 시기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유치원 통합교육은 언어 교육에 방점이 찍혀있다.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각 유치원엔 1~2명의 언어치료사 등 언어교육을 전공한 교사가 배정된다. 이들은 유치원에서 언어교육을 담당하는데, 언어 담당 교사가 있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교육 방법에도 특이점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언어교육을 받고 있다고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교육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매주 1권씩 책을 빌려주는 독일 하겐시 유치원. 사진은 프라우 칼아스 유치원장이 책장을 보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독일 하겐시 유치원의 언어담당 교사 프라우센씨는 “유치원 통합교육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아주 사소한 행동과 과정 등을 모두 말로 설명하고, 말로 표현하는데 아이들은 크게 느낄 수 없지만 이같은 과정이 언어촉진기인 유아기에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데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손을 씻으러 갈 경우 프라우센씨가 “우리는 지금 손을 씻으러 간다”고 말하는 등 등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부분도 표현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교육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를 말로 설명해줌으로써 언어습득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극을 준다.

연방정부 지원 프로그램중 하나인 인형극도 언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형극의 주인공인 생쥐 ‘리타’가 하는 행동과 말은 프라우센씨가 직접 손으로 보여주는 인형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것도 유치원통합교육의 한 축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모와 아이간 대화가 점점 줄어드는 현 시점에서 통합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프라우 칼아스(가운데) 독일 하겐시 유치원 원장과 유치원 교사들.

이를 위해 유치원에선 부모와 아이들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일주일에 1권 이상씩 책을 빌려준다.

프라우 칼아스 하겐시 유치원 원장은 “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이 대화 거리를 찾음으로써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주배경을 가진 아이들은 물론 독일어를 잘 못하는 부모들도 책을 통해 독일어 실력이 늘고, 독일 사회에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다”면서 “언어를 익혀야 아이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어서 언어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유치원 통합교육이 처음부터 자리를 잡았단 것은 아니다. 유치원통합교육이 도입될 당시 아이들의 언어 촉진을 위해 수준을 갈라 수업을 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수준별 수업은 아이들간의 소통을 더디게 했고, 그만큼 독일어가 입에 붙지 않았다. 하지만 통합교육이 이뤄지자 독일어 수준에 상관 없이 아이들이 어울리면서 서로의 말을 배우는가 하면, 독일어 대화가 자연스레 늘면서 언어 습득도 빨라졌다.

프라우 칼아스 원장은 “언어 습득은 사회통합의 시작과도 같다”며 “이같은 측면에서 독일은 유치원 시절부터 언어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친구, 교사,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독일 하겐시 유치원 전경.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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