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마을공동체 복원으로 해소

서대석(광주 서구청장)

‘모기 입이 비뚤어지고, 풀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처서가 지나서인지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때맞춰 들녘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과실나무도 알록달록 열매를 맺어간다.

햇곡식으로 조상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민족 대명절 추석도 지났다. 한 해 동안 땀으로 일군 작물들을 수확하는 결실의 시기이자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다. 올해 추석 역시 반가운 가족들이 모두 모여앉아 송편을 빚고, 고기며 과일이며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이 같은 풍요로운 계절의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이웃들이 꽤 많을 것이다. 기댈 곳 없이 홀로 사시는 어르신부터, 몸이 아프신 분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하루하루 힘들게 사시는 분들까지. 찾아갈 곳도, 찾아올 이도 없었던 이웃들에겐 남들에겐 따듯하기만 했던 명절이 오히려 더 외롭고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얼마전 탈북 모자의 비극적 사건이나 과거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사회 무관심으로 인한 유사 사건도 연휴기간 동안 심심찮게 발생하곤 한다.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도 그런 비극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데 말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명절 뿐 아니라 평소에도 집에서 장만한 음식을 이웃 간에 서로 나누며 안부를 묻곤 했다. 생활이 조금 나은 이들은 해질녘 마을 뒷동산에 올라, 혹여 굴뚝에 음식 연기가 나지 않는 집이 있는지 살피기까지 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시간 남몰래 찾아가 곡식이 든 자루를 대문 앞에 살짝 두고 가곤 했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문명 등이 발전한 현대사회에선 이 같은 정(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사회 시스템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전국의 지자체마다 공공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서구 역시 지역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왔으며, 필자는 마을공동체 회복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나눔과 협력이 있는 따뜻한 마을공동체 조성 말이다.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한 마을공동체의 복원이야 말로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복지그물망이라고 본다.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주변에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이 없는지 찾아 보고,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도움의 손길을 전한다면, 최소한 앞서 언급한 비극적인 일 만큼은 발생하지 않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 취지로 금년부터 우리 구에서는 고독사 예방 등 상시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신규 전입세대나 공동주택 장기체납가구 등을 선제적으로 방문하여 위기가구를 관리하고 있다. 이름하여 ‘찾아가는 다드림 복지서비스’가 그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 통장단, 동별 보장협의체 등 일반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복지의 문제는 정부의 지원과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지역공동체가 뜻을 모아 노력을 기울여야 만이 복지사각지대는 최소화 된다. 앞으로 우리 구에서는 주민이 이끌어가는 복지공동체를 조성해 나가는데 가일층 힘을 쏟을 방침이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복원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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