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가 만난 사람>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업·농촌도 ‘희망’….대기업집단 CEO 브랜드평판 ‘빅 5’ 영예

산업화 과정서 소외됐던 농업인들 소득 늘어야
로컬푸드 활성화 통해 소득 증대·일자리 창출

농산물 가격안정 위해선 초기 과감한 시장격리
적정수준 재배 면적 유도 통해 효과적인 관리

4차 산업혁명시대 맞아 농촌도 빅데이터 접목
농업의 미래는 청년農 “젊은 농부 육성 최선…”

김병원(65)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농산물값 하락과 각종 재해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며 농협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3월 전국 농협 조합장 컨퍼런스에서 농협 비전에 대해 역설하는 김 회장의 모습.

농협은 지난 50여년간 우리 농민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농산물 값 하락과 각종 재해로 농업인들의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농협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업인들, 농촌을 떠나는 청년들도 농협의 고민거리중 하나다. 농도 전남 나주 출신의 제23대 김병원(65)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이같은 농업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름 아닌 농협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농협 스스로 농업의 가치를 지킬때 우리 농업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농업의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김 회장이 취임하면서 농협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도 점차 나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김 회장은 최근 대기업집단 최고경영자 브랜드평판 조사에서 ‘빅 5’에 이름을 올리는 등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농협의 존재 이유라고 역설하는 김 회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 농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초부터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성과는? =우리 농업·농촌과 농업인은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뒷받침하는데 묵묵히 희생해 왔다. 그동안 농촌은 5천만 국민의 마음의 고향이자,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내가 회장에 취임할 당시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의 64% 수준에 불과했다.

농업인들의 소득안정은 농업인들이 농촌을 지키며 걱정없이 농사에 전념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취임 후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을 농협의 존재가치로 삼고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 농가소득이란 구체적 목표와 수치를 제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도 일었지만, 목표를 수립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아이디어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농가소득 증대 100대 과제다.

성과도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농협 자체 추산으로 3조 4천626억원 (농가당 약 333만원)의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쌀값 회복, 농산물 제값받기, 자재·사료 가격인하 등 농가소득 증대를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한때 20여년전 수준으로 하락했던 쌀값이 19만원 대까지 회복됐다.
 

지난해 말 농협 화상이념교육을 통해 농협의 역할을 강조하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모습. 김 회장은 최근 대기업집단 최고경영자 브랜드 평판조사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남은 과제는=농가소득 증대를 위해선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대표적인 것이 농작업 기계화와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농촌태양광 활성화 등 소득증대사업의 추진이다.

먼저 농작업 기계화는 농촌 일손부족 해결과 농업경영비 절감을 위한 최고의 수단인데, 올해 농협은 농기계은행사업 활성화에 1조200억원의 자금과 180억원의 예산을 각각 투입했다. 이 사업은 현재 17.6%인 농작업 대행 면적을 40%까지 확대하기 위함이다. 특히, 60.2%에 머무는 밭농사 기계화율 제고를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논농사 기계화율 98.4%)하고 있다.

또 로컬푸드 활성화는 중소농이 많은 한국농업이 지향해야 할 다품종·소량생산 성공을 위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 300만원 미만의 영세농가가 전체 농가의 40.5%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은 필수 시설이다. 지난해 전국의 200개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 농가 소득증대와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액은 3천82억원에 달했다. 출하농업인 3만7천264명이 연평균 8천300만원의 매출실적을 올린 셈이다. 또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지역일자리 360개가 창출되면서 직매장당 1.8명의 지역 일꾼들을 채용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효과를 고려해 농협은 올해 100개 개설 목표이던 것을 200개로 확대해 중앙회·농축협 협력사업 400억원을 투입했다.

농촌 태양광 발전 확대도 농외소득 증대를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꼽히는데, 농가소득을 높이려면 농업소득 못지 않게 농외소득 증대도 중요하다. 농협은 농업인들이 보다 쉽게 농촌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중에 있다.
 

최근 태풍 피해지역 과수농가를 찾아 피해복구 대책을 설명하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최근 대기업집단 CEO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5위를 기록했다. 소감은?=우선 국민들이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 등 농협의 목표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지지하고 있는 점이 브랜드평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농업과 농업인을 최우선 가치로 핵심 사업들을 추진해 나간다면, 더많은 지지와 더큰 성원을 보내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양파와 마늘 등 농산물 가격 하락이 심상치 않다. 가격안정 대책은?=양파와 마늘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아직 까지 재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와 농협의 시장격리(양파 12만t, 마늘 5.2t)에도 불구하고, 가격하락세가 지속돼 안타까움이 크다. 무엇보다 조금씩 여러번이 아닌, 초기에 시장이 반응할 정도의 과감한 시장격리 대책을 실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최근에는 고랭지 무·배추가 기상여건 호조로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평년대비 약 40% 하락하기도 했다.

결국,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파종단계부터 생육, 수확까지 전 과정에 걸쳐 계획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재배의향 면적 및 파종·정식 면적을 관측해 농업인에게 제공하고, 적정 수준의 면적이 재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방법은 비용은 적게 들면서 가장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2017년 원예관측정보팀을 신설하고, 산지모니터 요원(산지모니터링요원, 모바일관측요원)을 확대하고 있다. 산지모니터요원은 지난해 224명에서 올해 300명으로 늘었다.

특히 노지채소 6대 품목 생육단계별 재배(의향)면적 관측정보 조사결과를 15일 간격으로 산지농협, KREI 등과 공유해 선제적 수급대응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생산과잉이 예상되는 경우 빠른 시간내에 시장이 반응할 정도의 과감한 시장격리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IT기술 등을 접목해 더욱 과학적인 수급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영농지원발대식에 참석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청년이 없는 농업·농촌의 미래가 걱정이다. 젊은 농부를 육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미래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갈 청년이 없다는 사실은 농업에 큰 위협요인이다. 농가 고령화율은 44.7%로 40세 미만 농가경영주의 비율이 고작 0.7% 수준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 농업인 대비 청년농업인의 연평균 감소율도 매우 높고, 청년농업인 비중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여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농협도 청년농 육성이 농업·농촌 및 농협의 생존과 직결된 일이라 생각하고 청년농 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고의 창농교육 산실로 육성되고 있는 청년농부사관학교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인데, 사관학교는 지난해 3기까지 총 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농협은 오는 2021년 7월까지 580억원을 투자해 연간 500명까지 교육할 수 있는 교육관을 경기도 안성에 건립할 예정이다.

교육관 완공 전까지는 기존 시설에서 연 100~200명이 6개월간 합숙하며 영농이론 및 현장실습을 받는다. 교육 과정에는 농업용 드론, 농기계 자격 취득, 해외연수 등도 포함됐다.

농협은 농협의 유휴시설을 개조해 창농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청촌공간’을 20개소 정도 개소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충북 청주 1호점을 개설해 청년농 6명이 이미 입주했으며, 이곳에선 청년농들이 꿈을 키우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미래 농업을 준비하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특히 농협은 청년농이 육성한 작물을 로컬푸드직매장과 급식센터에 우선 판매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선 청년 후계농·창업농 등을 대상으로 원스톱 종합컨설팅서비스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종합컨설팅은 창농부터 자금지원, 판로확보 등으로 이뤄지는데, 미래농업지원센터 개소후 모두 1천187건의 컨설팅을 통해 255억원 상당의 판로확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중·서부취재본부/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채소수급 현장경영에 나선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회장이 걸어온 길>
-1953년 나주 출생
-광주농업고등학교 졸업
-광주대 경영학 학사
-전남대 대학원 농업경제학 박사
-제13대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前 농협중앙회 이사
-前 농림부 양곡정책심의회 위원
-前 농협양곡 대표이사
-前 NH무역 대표이사
-現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 ICAO 회장
-現 제23대 농협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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