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963이 주는 부러움과 씁쓸함

한아리 (문화체육특집부 기자)

지난 8월 중순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가 주관한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광주와 전북, 경남 창원, 부산의 도시재생 사례를 직접 살펴봤다. 전국에서 모인 기자 20여 명과 함께한 2박 3일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기대를 품고 방문한 곳은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F1963’이었다.

와이어를 생산하는 고려제강의 9천900㎡(3천평) 공장 부지를 그대로 살려 복합 문화시설로 만든 ‘F1963’은 회화와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등 굵직한 전시가 연중 개최된다. 500여명이 관람하는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사실 방문 전에는 값비싼 커피숍, 회원제로 운영되는 도서관 등으로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품었다.

이는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다. F1963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반기는 ‘소리길’은 공장 바닥 콘크리트 잔해와 어우러진 자연이 감탄을 자아냈다. 옛 공장의 흔적을 찾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줬다. 또한 고려제강은 타이어에 들어가는 와이어로프 80% 이상의 공급률을 담당하는 기업답게 곳곳에 계단이나 난간을 와이어로 인테리어해 정체성을 드러냈다.

특히 수도권이 아니라면 쉽게 접하기 힘든 전시나 공연이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하니, 기업의 사회공헌도 엿볼 수 있었다. 40억 원의 공공기금이 더해졌지만 수백억 원의 민간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단순한 커피숍 까지도 와이어를 이용한 손몽주 작가의 설치작품을 시작으로 기존 공장의 오래된 철판을 되살린 커피바와 테이블, 당시 사용한 발전기와 와이어를 감던 보빈 등이 곳곳에 자리했다. 기자가 방문했을때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수십, 수백명의 시민들의 발길이 오갔다. F1963이 왜 ‘핫 플레이스’ 인지 실감했다.

모든 곳을 둘러보고 ‘F1963’을 나올 땐 우리 지역에는 없는 현실에 대한 부러움과 씁쓸한 감정이 교차했다. 이 감정은 비단 기자만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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